이명박 “盧정부 빚으로 국가경영… 예산10조 줄일수 있어”

《청계천 복원 공사 완공 후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의 불도저 같은 리더십이 화제가 되고 있다. 본보는 9일 이 시장과 집중 인터뷰를 갖고 그의 리더십과 시정 철학을 비롯해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경제정책 등 국정 전반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이 시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아마추어리즘과 비효율을 비판하면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자율로 나아가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과의 인터뷰는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9일 오전 9시부터 1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본보에서는 정치부장과 정치전문기자, 사회부 차장과 경제부 차장이 패널로 참석했으며 이 시장 측에서는 김병일(金丙一) 서울시 대변인과 이춘식(李春植) 서울시 정책특별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 CEO형 리더십이 필요

―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는데….

“1만 달러 시대에 10년째 정체돼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3만 달러 시대를 빨리 열어야 한다. 통일 대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풀리고 지역감정도 풀린다.”

― 3만 달러 시대가 가능할까.

“리더에 따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인터넷 정보기술(IT) 산업 시대가 왔으니 굉장히 빠른 시기에 가능하리라고 본다. 누가 리더가 되느냐에 따라 다음 대통령 임기 내에도 가능할 것이다.”

― 어떤 리더를 말하나.

“통합, 정직함은 리더의 기본이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나라가 되나.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이 돼야 한다. 지도자는 비전이 확고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경륜과 국제 감각을 갖춰야 한다.”

― 현 정부의 국가경영 능력을 어떻게 보나.

“일은 우선순위를 가려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냥 일을 너무 많이 벌인다. 한꺼번에 일을 벌여 놓고 돈이 모자라니까 세금을 올린다. (나는) 서울시 가용 예산을 한 해 20%(8000억 원) 줄여 재정을 흑자로 만들고 부채를 반으로 줄였다. 현 정부는 빚 134조 원을 안고 시작했는데 임기 말이 되면 300조 원으로 늘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할 일은 해야 하지만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 방만하게 국가를 경영하면서 세금을 내라면 국민이 납득하겠나. 예산구조는 차이가 있지만 서울시 실적으로 볼 때 정부의 가용 예산도 대략 10조 원까지 줄일 수 있다고 본다.”

―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국가가 미래산업만 지향하면 고용문제 해결 못 한다. 적절히 미래산업과 제조업 서비스업 등을 균형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대기업 고용 비율이 8%에 불과하다. 자영업이나 소상인 그룹이 50% 차지한다. 종업원 4∼10명 고용하는 소상공인이 전국에 280만 명 가까이 된다. 이들이 1명을 더 쓰면 일자리가 200만 개 이상 늘어난다. 국가의 일자리 정책을 어디에 둬야 하겠나.”

○ 수도분할은 포퓰리즘

― 행정수도 이전 및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반대했는데….

“한나라당은 표 의식해서 반대했다 밀었다 했지만, 지도자는 양보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다. 국가적 이슈로서 국가 전체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수도를 전부 옮기려고 2200만 평의 땅을 사겠다고 했는데 이제 수도 일부만 옮긴다면서도 그 땅을 다 산다고 한다. 1만2000명의 공무원이 가려면 빌딩 2개만 있으면 된다. 국가 재정이 어려워 세금까지 올리겠다면서 그렇게 하는 것은 나쁘다.”

― 빌딩 2개만 지으면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행정부처 이전 자체를 반대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쓴 책(‘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에도 행정 부처는 국회와 청와대 사이에 모여 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돼 있다.”

―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보나.

“서울의 강남 한 곳만 놓고 대한민국 투기를 막는 정책을 만들면 부작용이 더 많다. 강남은 강남으로 다스려야 한다. 어느 나라나 특정한 투기지역이 있다. 특수 지역 생각해서 전국토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드니까 부작용이 많다. 혁신도시다 뭐다 해서 10군데 만들어 땅 사들이면 그 보상비가 얼마냐. 또 땅을 정부에 판 뒤 그 돈으로 1년 안에 다른 땅을 살 때는 세제 혜택이 있다. 판교 땅 판 돈 2조4000억 원이 갈 데가 없으니까 다시 강남에 투자한다. 정부정책이 미숙하다는 사례다.”

― 이 시장의 뉴타운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시 교통체계 개편도, 청계천 복원 공사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옳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이는 추진력도 필요하다. 강남 대책을 나는 이미 강북(뉴타운 개발 등)에서 찾았다. 서울 문제는 서울에서 해결해야지, 서울 문제를 전국으로 해서 법 만들면 문제가 어려워지고 현실성도 없어진다.”

○ 지금이 어느 때인데 좌파이념인가

― 현 정부의 대미정책에 대해서는….

“미국은 왜 신세진 사람이 배신하느냐고 생각하고, 한국은 늘 보호받다가 아이가 자라면 부모에게 발언권을 갖는 것처럼 대등한 관계를 원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무엇보다 실리외교가 중요하다. 이념적 개념으로 친미나 반미로 가면 어리석다. 전시작전권 환수 논란, 자주국방 논란 모두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국가정체성 문제 제기는 타당했다고 보나.

“체제 경쟁은 대한민국에서도, 세계에서도 검증됐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좌파 이념을 갖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드나. 그걸 흔드는 세력은 시대착오적인 자들이다. 야당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만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교육이 문제되고 있다.

“전교조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반대는 시대의 추세인 세계화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전교조도 시대 변화에 따라와야 한다.”

― 정부의 대학입시 3불 정책(기부금 입학, 본고사, 고교등급제 금지)에 대해서는….

“20년 전에 대학입시를 자율에 맡겼으면 망하는 대학, 잘하는 대학이 시대 변화에 따라 구분되고 잠시 혼란은 있었겠지만 지금 정리됐을 것이다. 나도 어렵게 자랐지만 부자 하나 입학하는 덕분에 없는 사람이 공부를 더 할 수 있다면 그것도 대학이 판단해야 한다. 대학 스스로 너는 ‘3불’, 나는 ‘2불’ 하는 식으로 자율에 맡겨야 한다.”

○ 한나라, 야당 체질 아직 멀었다

― 한나라당 박 대표와의 단일화는 필패라고 말했다는데….

“그게 아니고 둘이 함께 가는 것이 필승은 아니라고 한 것이다. 둘이 합쳐야 한다는 것은 필요조건이지 대선 승리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 한나라당 대선 승리의 충분조건이 마련되려면….

“한나라당은 대표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당의 습관으로 돼 있다. 관료화돼 있다. 다른 목소리 나오면 당이 깨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야당 체질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정리=민동용 기자

이정은 기자

●인터뷰 패널 명단

▽이진녕 정치부장

▽김동철 정치전문기자

▽하준우 사회부 차장

▽신연수 경제부 차장

■ 인터뷰 이모저모

“나는 재산이 많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명박 시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이 시장은 정치권에서 자신의 재산 문제가 거론되는 데 대해 “가난하게 사는 게 내 목표가 아니다. 깨끗한 부자가 되려고 해야 희망이 있고 열심히 사는 것이다”며 ‘청부(淸富)’ 논리를 폈다.

한나라당의 잠재적인 대선 경쟁자인 박근혜 대표에 대한 평가를 묻자 “어렵다…. (잘못하면) 큰일 나잖아. 계속 장점만 봐야지”라고 뜸을 들인 뒤 “영원한 경쟁자이자 협력자, 동업자다. 상당한 리더십도 있다.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하는…. 굳이 표현하라면 ‘아름다운 리더십’이랄까”라고 설명했다.

여성관을 묻는 질문에는 대뜸 “여성 편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옛날 운전사도 여자였고 아내에다 딸도 3명”이라며 여성의 능력을 추어올렸다. 이어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을 소홀히 하면 바쁠 가치가 없다”며 “가정의 화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호를 ‘일송(一松)’에서 ‘청계(淸溪)’로 바꾼 이유에 대해 그는 “시장 취임 후 청계천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 중국에서 유명한 80대 한학자가 와서 호를 바꾸라고 했다. 그때는 예사롭게 들었는데 청계천 완공 후 시민위원회에서 ‘청계’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동아일보 2005-11-10)

불도저로 예술단 밀어내기

이재현의 인물로 세상읽기 / 이명박 서울시장

지난 10월20일 저녁에 세종문화회관 분수대에서는 무료 시민공연이 열렸다. 이 날 공연은 도인풍 복장의 무용가가 나와서 한영애의 <봄날은 간다>를 배경음악으로 삼아 춤을 추는 것으로 시작했다. 관객들이 편하게 계단에 앉아 손에 촛불을 든 채 관람한 이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이 ‘세종문화회관을 시민에게’라는 이름 아래 마련한 아홉번째 공연이다. 세종문화회관에는 크고 작은 공연장이 있는데 왜 서울시 예술단체 소속 예술가들은 굳이 밖에 나와 공연을 해야만 했던 것일까.

이명박 시장 탓이다. 서울시가 세종문화회관 산하의 서울시 예술단들을 없애겠다고 나서자 예술단 소속 예술가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기도 한 예술가들이 시민공연기금을 걷어 마련한 게 이 공연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7월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 산하 9개 예술단체들을 일방적으로 해체하겠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해 비밀리에 서울시 의회에 보고했다. 내용인즉, 극단, 무용단, 합창단, 국악관현악단, 뮤지컬단 등을 해체시킨 다음에 앞으로는 작품마다 출연진을 모집해서 임시로 쓰는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예술단 해체 + 대량 해고 +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을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일종의 문화적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 독립법인인 세종문화회관이 이렇듯 서울시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것은, 세종문화회관에 주는 출연금을 빌미로 해서 서울시가 파견한 공무원들이 이러한 학살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문화예술노동조합 세종문화회관지부의 지부장과 예술노조 위원장을 해고했던 세종문화회관쪽은 지난 10월 초에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소속 예술가 12명을 자르고 1명에게 경고 조처를 내리고 조합원 2명을 직위해제 하는 일을 자행했다. 노사협의를 통해 합의한 별도의 단원평가 제도가 엄연히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자의적인 평가를 한 뒤에 이를 근거로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 쪽이 이런 일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기본논리는 “돈벌이가 안되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경영진에게 추궁해야 할 책임을 예술가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경영진 책임 예술가에게 떠넘겨

이렇게 수익성을 따지는 서울시는 사업타당성 검토도 끝나지 않았는데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8월 29억여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이번 10월 초에는 내년부터 5년간 해마다 1천억원씩 총 5천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되는 계획에 대해서, 시민단체 서울시민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입지인 노들섬이 복합문화공간을 짓기에 너무 협소하고 접근통로가 한강대교 밖에 없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거대 시설물 투자가 아니라 문화 소프트웨어와 소규모 시설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오페라하우스가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기괴한 건축물만을 양산하는 낡은 전략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무리한 일정에 공정성과 정당성이 배제된 추진방법으로 인해 건설과정마저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명박 시장과 서울시가 예술단을 해체하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예술은 건설처럼 밀어붙인다고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나는 이 말이 달리 건설이나 건축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건설이나 건축 역시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소위 청계천 복원사업을 보자. 시민들은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본디 서울시 안에 시민들이 쉽게 가서 편하게 쉴 수 있는 생태적이고도 문화적인 공간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반면에 엉터리이기는 하지만 그런 공간이 이제 겨우 생겨나서 좋아하는 것일 따름이다. 시민들이 제 발로 걸어다니면서 즐기는 한에 있어서 그 공간은 시민의 것이 되는 법이니까.

소위 복원되었다는 청계천에 대해서 이미 많은 비판이 나왔다. ‘시멘트 연못이다’ ‘거대한 인공 분수대다’ 하는 말들이 그것이다. 도시계획, 건축, 환경, 문화유산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청계천을 복원해야 한다고 수없이 제안하고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시장은 옛날 식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자화자찬을 추가한다. 1970년대의 경부고속도로도 자기가 맡아서 했더라면 더 빨리 끝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추진한 탓에 준공 이후에 경부고속도로 어느 구간에서든지 노면 보수공사가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억지 주장이다. 이 시장이 이렇게 ‘추억의 7080’ 개발독재를 강행한 것은 자신의 임기 중에 업적을 쌓아서 소위 대권에 도전하기 위한 것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어쨌거나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청계천에 대해서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라고 자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반대 여론 들끓는 오페라하우스

언론의 이 시장에 대한 평가의 골자는 추진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추진력은 국내에서 이 시장만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현직 교수를 굳이 구속시키겠다는 공안 검사들도 추진력이 있는 셈이고, 자기네 사주의 건에 대해서는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라고 애써 우기다가 이번에는 공안 검사 편을 든 수구 언론도 추진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세계 일류기업 삼성도 추진력있게 불법자금을 정치인들에게 먹였다. 나라 밖에서는, 마구 전쟁을 벌여대는 부시도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는 것이다. 이런 식의 추진력이라고 한다면 차라리 복지부동이 더 낫다.

지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입구 한쪽 구석에는 초라하고 지저분한 비닐 천막이 설치되어 있다. 그 전까지 중앙계단 쪽에 자리잡았다가 옮겨 온 이 비닐 천막은 지난 8월30일에 시작된 세종문화회관 노동조합의 항의 농성과 더불어 설치되어 50일 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비닐 천막이 놓인 자리야말로 서울시 문화예술 행정의 현주소다.

비닐 천막에서 눈을 돌려 회관 건물 가운데를 올려다보면 예정된 공연의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간판들 중에는 곧 대극장에서 열릴 황병기 선생의 ‘가야금협주곡의 밤’을 선전하는 것도 있다. 이번 공연에는 <침향무> <비단길> 등 이미 잘 알려진 작품들이 연주되며, 황병기 선생 외에도 민의식, 곽은아, 김일륜, 이지영 등 뛰어난 가야금 연주자들이 황병기 선생이 작곡한 곡들을 연주한다고 한다. 이 중 상당수는 새롭게 편곡되거나 초연되는 것이다. 황병기 선생의 예술적 성취나 업적으로 볼 때 올해의 국악계 공연 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황병기 선생이 이룬 예술적 성취의 깊이에 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만큼, 곧 해체될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의 소속 예술가들의 딱한 처지도 부각된다.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은 1965년 한국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으로 창단되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곡가 김영동이 1990년대에 지휘자로 있었던 곳도 바로 이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이다. 물론,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전체 단원들의 반을 잘라낸 서울시는 그러고 나서도 예술단 해체계획이 사실무근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50일 넘긴 항의농성 비닐천막

예술단의 해체는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에 고용된 예술가-노동자들이 해고된다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노동자의 목을 일방적으로 쳐냄으로써 서울시가 시민들한테서 예술을 빼앗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세종문화회관의 예술단 해체와 대량 해고 사태는 이미 노사간의 문제를 넘어 전체 시민의 문제로 번졌다. 일련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과 문화연대 등이 모여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지금 이명박 시장에게 이번 사태를 포함해서 예술의 공공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제안해 놓고 있다.

얼마 전 주간지에서 호기있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비판했던 이명박 시장은 이회창 전 총재쪽이 반발하자 발빠르게 사과했다. 이명박식의 추진력을 다시금 발휘한 것이다. 이명박 시장이 진정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공동대책위원회가 제안한 토론회에 발빠르게 응하기를 바란다. 어차피 대선에는 후보들간의 토론회가 있으니, 예행연습을 겸해서 이번 토론회에 응하는 것이 이 시장 자신의 야심을 위해서도 좋을 듯하다. 토건업이나 건설업 경력만으로는 대통령이 될 수 없으니까 말이다.

(한겨레신문 200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