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럽과 경제협력 잰걸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과의 경제협력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후 주석은 8일 영국.독일.스페인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섰다. 8일간의 일정은 경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럽의 대(對)중국 무기수출 금지 해제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후 주석은 유럽 순방 뒤 한국을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8~19일)에 참석한다.

◆ 유럽과 경협 다지기 = 영국 옵서버지(紙)는 후 주석의 영국 방문에 맞춰 아럽(Arup)사와 상하이 실업이 중국 내 생태도시 건설을 위한 협력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명식은 토니 블레어 총리 관저에서 후 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협력안에 따르면 양사는 상하이 둥탄(東灘) 지역에 생태도시를 시범적으로 건설한다. 중국은 이런 생태도시를 2040년까지 네 곳 더 조성할 방침이다. 후 주석은 또 생태도시의 교통수단으로 활용될 자기부상열차의 기술 확보를 위해 양국 간 기술협력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생태도시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 후 주석은 영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가지 우대 조치도 제시할 예정이다.

독일 방문에서는 지멘스사로부터 모두 60량의 고속철도 차량(약 10억 유로)을 구매하는 계약을 할 계획이다. 후 주석은 20~150대에 달하는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 계약도 할 예정이다. 독일 제품을 이같이 사주는 대신 후 주석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서 첨단기술 이전을 요구할 방침이다. 독일의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도 조만간 독일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번에 독일 은행의 중국 은행 투자도 성사된다. 도이체방크와 살 오펜하이 은행이 화샤(華夏)은행 지분 14%를 인수하는 계약이다. 이어 후 주석은 상대적으로 대중국 투자가 적은 스페인을 방문해 투자유치 활동을 적극 벌일 방침이다. 후 주석은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를 만나서도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 대중 무기수출 금지 해제를 위한 포석 = 홍콩 문회보(文匯報)는 8일 이번 후 주석의 유럽 순방이 미국 주도로 계속되고 있는 유럽의 대중국 무기수출금지 해제를 위한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이 연합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유럽산 무기 구입을 통해 군사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도 이와 관련, 지난주 "유럽이 중국에 무기수출을 금지하는 정책은 편견에 사로잡힌 정책이며, 후 주석의 유럽 방문으로 이런 정책에 변화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 최형규 특파원 200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