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없는 행정,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은 공무원 마음대로

기초생활수급자와 급여액이 담당 공무원 마음대로 결정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또 다른 차별을 양산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 마음대로 주먹구구식 운영

경기도 광명에서 초등학생 딸과 단 둘이 생활하는 1급 지체장애인 서모씨(40). 서씨의 유일한 수입은 정부가 지급하는 기초생활수급 급여다.

그런데 서씨는 최근 자신이 받는 급여액이 기준보다 적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의를 제기해 28만원이던 수급액을 46만원으로 조정받았다.

서씨는 "월세 30만원을 언니가 내주는 것을 무료임대로만 하는 게 아니라 사적이전소득으로 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위암판정을 받은 후 기초수급대상자로 지정된 강원도 원주의 김모씨는 지난 7월 첫 급여로 11만원을 받았다. 자녀를 둔 2인 가구의 급여로는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갖추고도 수급대상자로 지정받지 못한 일도 있다. 불규칙한 파출부 일로 2남 1녀를 키우는 원모씨(39)는 올해 초 자신이 수급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다.

그러나 세 번을 방문하고도 거절당했다. 원씨는 "제가 잘 모르니까. 창피한 것도 있고. 그래서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다행히 원씨는 한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기초수급대상자로 지정받아 월 47만원의 급여를 지원받고 있다.

이처럼 기초생활보호 수급자 선정과 급여결정은 각 지역 담당공무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에는 수급자 선정과 급여 조정을 상담해 오는 사람이 한달 평균 140여명에 달한다. 상담자의 90% 이상은 실제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소측은 밝혔다.

상담자의 90% 이상은 실제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 보장받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과 급여액 산정이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공무원들이 지침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서씨는 동사무소 직원의 실수 때문에 정부 기준 급여액보다 18만원을 적게 받아왔다. 결혼한 서씨의 언니가 월세를 대신 납부해 주던 것을 해당 공무원은 서씨의 고정 수입으로 여겨 지급액을 삭감한 것이다.

시청 사회복지 공무원은 “제3자든 누구로부터 보조받는 부분인데, 그걸 잡는 근거에 있어서 사회담당이 잡기에는 부족한 근거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미령 상담실장은 공무원들이 지침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애꿎은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류 실장은 “(공무원들이)지침을 잘 모른다"며 "규정을 제시하면 본인들은 모른다고 시인은 못하지만 대체로 ‘알았습니다. 다시 조사해서 다시 주겠습니다’ 고 많이 말한다”고 전했다.

일선 사회복지사 수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공무원 한 사람이 담당해야 할 인원은 평균 1200명. 1인당 700명인 일본과 대조를 이룬다.

일선 공무원들의 원칙없는 행정이 빈곤층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겠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노컷뉴스 / 최경배 기자 2005-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