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탈이념' 대학가 '나홀로'족 증가?

대학졸업을 한 학기 남긴 김승민씨(27·전주시 송천동)는 공부할 때나 식사할 때나 늘 혼자가 편하다. 그런 그에게도 고민이 있다. 혼자 식사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야릇한 시선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학교 앞의 허름한 분식집이나 패스트푸드점을 자주 찾지만 여기서도 눈치 보는건 매한가지. 이 때문에 김씨는 최근 밥도 같이 먹으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밥터디(밥 스터디)’ 친구를 찾았다.

물론 계산은 각자가 알아서 한다. 사생활에 대해서도 되도록 묻지 않는다. 서로가 편하자고 만난 일종의 ‘계약친구’인 셈이다.

최근 대학가에 이념이나 집단주의를 거부한 채 혼자 생활을 즐기는 ‘홀로’ 대학생이 늘고 있다.

김씨처럼 ‘혼자’라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밥터디’를 결성하족 하는 의견은 인터넷 카페나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 고시원 게시판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아예 ‘밥터디’ 전용 게시판을 두고 있는 카페나 커뮤니티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술자리와 개인적인 ‘깊은’ 이야기는 서로의 묵인 아래 하지 않는다.

‘이념’ ‘사상’ 같은 관념적인 내용에도 별 관심이 없다.

최근 원광대 신문사가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주장한 강정구 교수의 불구속 수사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조사대상 학생의 35%가 ‘관심없다’고 조사됐다.

반면 대학생들이 최고의 가치를 ‘물질주의적 가치’로 인식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와 연세대 한준 교수 등이 지난해 전국 대학생 2,075명을 대상으로 ‘한국 대학생 생활과 의식조사’는 대학생의 경제적 인식 변화를 뚜렷이 보여준다.

설 교수는 “경제성장 등 ‘물질주의적 가치’와 인간적인 사회 추구 등 ‘탈 물질주의적 가치’를 비교분석하는 잉글하트 분석법에 따르면 현재 우리 대학생 중 물질주의자는 17%로 2001년(10%)보다 늘어났다”며 “탈물질주의자는 9.7%였으며, 나머지는 혼합형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학가에서도 학생들의 탈이념·개인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진보적 운동권 학생들이 주류를 이뤘던 독서동아리 등 이념서클은 해마다 회원이 줄거나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전북대 마르크스 연구회 모임에는 학생 5명만이 참석해 ‘대학가를 배회하는 유령’의 종말을 고했다.

또 1980년대 이후 운동권 출신들이 주로 장악했던 학생회 지도부도 비운동권 출신으로 바뀌고 있다.

설 교수는 “대학 시절 민주주의가 최대 관심사였던 1970·80년대 대학생들과 달리 요즘 대학생들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보다는 ‘나’ 자신에 관한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취업난과 초고속인터넷망 확산 등 사회구조적 요인도 대학생들을 개인·현실주의자로 만드는 주요한 원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새전북신문 / 김동철 기자 2005-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