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일본과 대결위해 남북한 모두 핵 가져야"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김진명씨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강해지면 과거처럼 한국을 업신여기고 짓누르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요즘 붕괴되고 있는 미·일 외교의 축도 균형적있게 지켜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5일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한 김씨는 올해 초 논란이 됐던 ‘동북공정’과 관련해, “‘시경’같은 자료를 살펴보니 중국은 고구려를 지방정권으로만 보고 있다. 요즘은 아예 고구려는 중국인들이 세운 국가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최근 을지문덕 장군의 전투기를 그린 소설 ‘살수’를 출간한 김씨는 “300만 수나라 대군을 격퇴한 을지문덕 장군을 통해서, 동북공정의 허구를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 7000만 겨레 중에서 을지문덕 장군에 대한 사실을 제대로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며 “그의 출생과 죽음, 묻힌 장소에 대해 남북한 학자 누구도 모른다. 을지문덕이 한민족이 아니라 선비족 같은 다른 나라 종족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으니 분노스런 일이다”고 말했다.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씨는 “그동안 중국의 중화주의와 팽창주의는 10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왔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다시 한국을 업신여기고 짓누려고 하려고 하는데,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은 보장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은 보장돼야 한다. 앞으로 계속될 독도 분쟁같은 일본과의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남북한 모두 핵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우리 남한은 이미 핵에 대해선 K.O패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 역시 아무 대가도 없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인지 판단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 지난해부터 불거진 중국의 동북공정은 우리의 고대사를 중국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로 학계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자아냈던 바 있는데요, 역사 속에 묻혀있던 우리 고대의 장쾌한 역사를 소설로 되살려낸 작품이 있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진명 작가의 '살수'가 그 화제의 작품입니다. 작품을 쓰게 된 동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거대한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우리사회에서 쉽게 그 내용이 무엇이고 어떻게 격퇴할 수 있는가를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가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소설로 동북공정의 무엇이 잘못됐고 어떤 사실을 알면 그 허구를 당장 깨칠 수 있는가 이런 고민을 통해서 이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 살수는 지명입니까?

“청천강인데요, 을지문덕 장군이 수공을 써서 수나라의 대군을 대거 무찌르죠.”

= 정확히 어딥니까?

“청천강이 한반도 바깥에 있다는 소리도 있는데,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은 평양과 정주사이의 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김 작가는 그동안 역사의 중대사건들을 모티브로 하는 소설들을 발표해 왔습니다마는 그것은 대부분 현대적인 것이었는데요, ‘살수’는 역사를 거슬러 삼국시대까지 올라가지 않습니까? 특별히 을지문덕 장군에게 매력을 느낀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을지문덕 장군은 세계 전쟁사상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이 동원됐던 수나라의 침공, 즉 군사만 113만, 지원군까지 하면 300만 중국인들이 몰려왔는데 그걸 완전히 격퇴한 우리나라 5천년사의 최고의 장군이죠. 당연히 매력이 없지 않을 수 없는데, 을지문덕 개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의 ‘시경’이라는 유명한 사서삼경의 한 구절 속에 지금 많은 사람들에 의해 부정되고 있는 우리 단군에 관한 명백한 기록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 국민들에게 소개를 하고 싶었습니다.

= 그간 학계의 연구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습니까?

“매우 안타깝게도 을지문덕 장군에 대해 아주 간단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우리 7천만 겨레 중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 분이 언제 어디서 어떤 집안에 서 태어났는지 벼슬은 무엇을 했는지 언제 죽었는지 어디에 묻혀있는지 이런 가장 간단한 것에 대해서도 남북한 학자 모두 합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우리 학계 중에는 을지문덕이 우리 한반도 사람이 아니고 선비족이나 다른 민족이다라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로 한심한 지경입니다.”

= 그렇게 연구 실적이 전무했다면, 소설을 쓰시면서 어떤 자료를 참고하셨습니까? 아니면 개인적인 작가의 상상력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중국의 역사서, 중국쪽의 을지문덕 자료를 썼습니다. 우리쪽의 자료는 있지도 않았고, 내가 상상력을 동원해서 쓰지도 않았어요.”

= ‘믿을 수 있는 중국 측 자료’를 보면 을지문덕 장군은 수나라를 격파한 고구려 장수였고 우리가 기록하고 보존해야 했었을 것을 그대로 기록하고 있었습니까?

“그렇게 자세하게 나와 있진 않고요. 을지문덕 장군이 우중문에게 보내는 '여우중문시' 그런 것들이 남아있는거죠.”

= 그러면 혹시 수나라와 고구려간의 전쟁을 살수대첩을 중국사에는 중국의 지방족간의 전쟁으로 표현하거나 묘사한 것은 없었습니까?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제가 이번 '살수'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이 ‘시경’인데 중국 측의 논리는 고구려는 과거 중국 지방정권중의 하나이다.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요즘은 아예 고구려는 중국인들이 세운 국가다라고 주장하거든요.

= 수나라의 정치적 상황과 고구려의 상황이 자세히 그려져 있는데요, 을지문덕 장군이 처했던 당시의 상황을 오늘에 비춰 봤을 때요, 지금 우리가 동북공정 중국김치로 인해 한중갈등도 심화되고 있는 있는데요, 이런 오늘의 상황 속에서 독자들에게 어떤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습니까?

“중국의 중화주의, 중국 중심주의, 팽창주의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천년간 이어져 내려오는 겁니다. 과거 우리조상들은 중국의 중화주의에 맞서 싸워왔고 그것이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고 중국이 내적으로 변화하느라고 외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만, 이제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자꾸 강성해지기 때문에, 요 수십 년간 한국이 중국에 대해 누리던 우월적 지위는 삽시간에 사라질 우려가 큽니다.

그럴 때 중국이 과거처럼 한국을 업신여기고 짓누르려고 덤빌 가능성은 굉장히 많은 겁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뿌리 깊은 중국의 중화주의에 대항해서 -물론 중국과 긴밀하게 외교적 관계를 갖고 중국의 선량한 인들과 교류를 많이 가져야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본이나 미국처럼 우리가 전통적으로 평화와 외교의 축을 가져왔던 관계를 매우 소중하게 가져가야 되겠다, 요즘 들어서 한미일 축이 붕괴되고 친중 축이 급속하게 형성되고 있는데요, 한미일 축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체적인 균형 있는 정치외교를 펼쳐나가야 되겠다는 것이 우리가 요즘 배울 점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 지난 여름에 평양과 백두산에서 남북간 작가들의 만남이 있었는데요, 그 당시 김 작가님의 밀리언셀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북한의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셨을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과거 내가 소설을 쓸 때에 바라고 기대했던 것이 얼마만큼 이뤄졌구나하는 완성감 같은 것이 들었는데요, 무슨 뜻인가 하면, 그간 상당히 오랜 기간 북한 핵이 문제가 되어왔고, 그것이 과거처럼 서로가 대치하는 상태에서 문제가 돼왔으면 남북이 굉장히 많은 것을 소모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미 심증적으로 그런 핵무기 단순한 무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리 민족간에 서로를 생각하고 같이 나가야 한다는 동질감을 주려고 그 소설 쓴 것이고요, 그동안 핵에 대한 많은 어려움 겪으면서도 같이 북한과 나가는 길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이 무궁화를 통해 같이 느꼈던 동질감 같은 건데, 그것이 확인이 된 거죠.”

= 이왕 북핵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내주에 5차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립니다. 북핵문제 어떻게 해결하면 되겠다고 보십니까?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은 보장이 되어야 하고 우리 남한도 역시 잃어버렸던 우리 스스로 포기했던 권리를 다시 찾아와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도 에너지 강국이 되어야 하는 입장인데 그것을 모조리 포기한다는 것은 민족의 자존심에도 맞지가 않고 그런 쪽으로 몰고 가는 강대국들도 상당히 횡포가 있는 거죠.

남한이든 북한이든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성이 있는데 미국을 상대로 싸우기 보다는 앞으로 독도문제도 있고 일본이 계속 우익 강경화 되고 있고 일본하고 독도 충돌이 있을 수 있고 재래식 무기만으로는 일본에 참패하는 것은 명약관화하고 민족의 자존심이 완전히 깨져버리고 말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일본과의 군사충돌 생겼을 때 미국을 자동 개입하게끔 하는 그런 정도는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핵무기가 필요한건데 우리가 핵무기를 다 포기한다면 그런 경우에 미국이 자동개입을 해서 한일간의 문제가 군사적으로 크게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 역할을 시켜야 되겠죠. 이런 것을 명문화 시키는 외교적 장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에마저 미국이 핵 이용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미국의 정책인데요, 어떤 나라든 NPT체제 하에서 현재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국가가 핵을 가지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합니다. 우리 남한은 핵에 대해 완전히 KO패 당한 꼴이고요, 북한의 경우는 남북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진정 무엇인가를 생각을 하고, 만약 핵을 포기해야 한다면 핵을 가지고 이루려고 했던 것을 미국이 줄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죠. 아무 대가도 없이 포기하는 것이 과연 잘 하는지 못하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조선일보 / 송혜진 기자 2005-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