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집단주의 ↓ 개인주의 ↑"

김정오 서울대교수 정체성 진단…"개인주의와 집합주의 조화 필요"

한국인의 정체성은 과거 강했던 집단주의가 급속도로 약해진 대신 강한 개인주의적 성향을 띄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3일 오후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주최한 `광복60년 우리는 어디에 와 있는가'를 주제로 한 연속강연회에서 현재 한국인의 정체성에 관해 이렇게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정체성은 개인주의와 집합주의 차원에서 정의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한국은 1970-80년대는 대표적인 집합주의적인 국가였는데 2000대 이후에는 미국 못지 않은 개인주의적인 국가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근거로 1980년과 2002년 2회에 걸친 미국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홉스테드 교수가 1970년대 세계 40개국의 IBM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개인주의 성향이 100점 만점에 18점에 불과해 가장 개인주의적인 국가인 미국(91점)과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2002년 오이스만 교수가 정체성에 관한 연구논문 83편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한국은 미국과 비교해 개인주의와 집합주의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 같은 정체성 변화의 원인으로 자기 본위적이며 상호 의존적인 `자기개념'(Self Concept)과 함께 압축적인 경제성장, 탈권위주의적인 정체성, 미국문화에 대한 지속적 노출, 집합주의의 구속력 상실 등을 꼽았다.

이어 "현재 한국인은 강한 개인주의와 약한 집단주의의 영향으로 단순히 모여 있다는 뜻의 `집성(集成)주의' 상태이자 강한 자존심과 얕은 자각력, 중간 정도의 개인 능력이 있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개인주의와 집합주의를 조화시키고 자각력과 자존심, 개인 능력의 조화로운 발달을 추구해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 홍제성 기자 2005-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