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민생정책 엇박자

10ㆍ26 재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은 열린우리당이 이번에는 주요 정책과 입법 사안을 놓고 잇따라 정부와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특히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이나 저출산 목적세 신설 등 국민 실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을 놓고 당정 간 의견이 엇갈려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열린우리당 고위정책회의에서는 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부분 허용안이 도마에 올랐다.

정장선 제4정조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통부 발표는 일체 당과 협의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이것은 정통부의 언론플레이"라고 비난했다.

오영식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휴대폰 보조금 지급 문제는 민감한 사안으로 당과 충분히 협의를 거쳐야 했다"며 "정세균 원내대표 겸 당 의장도 정통부 발표안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조속히 당정협의를 통해 대책을 보완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통부는 지난달 25일 '단말기보조금 정책방향 공청회'에서 이동통신사들의 휴대폰 보조금 지급 금지를 3년 연장하되 3년 이상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받지 않은 장기가입자에 대해 보조금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저출산 목적세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새로운 세목 신설이나 세금 인상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문석호 제3정조위원장은 지난달 24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일부에서 얘기되고 있는 증세안을 정부와 얘기한 적이 없다"며 "지금은 경기 회복속도가 예상 보다 느려 당분간 그럴 계획이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한 관계자는 "이미 정세균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세목 신설ㆍ증세 불가' 방침을 천명하지 않았느냐"며 "우리당이 재경부에 금년 예산안과 부동산개혁안이 포함된 세제개편안이 통과될 때까지 관련 사항들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달 28일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세제의 기본적 논리는 목적세를 가능한 한 최소화한다는 것이지만 출산장려 문제는 앞으로 국가발전의 운명이 걸려 있는 만큼 이를 포함해서 저출산 목적세 신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나흘 만에 당의 견해를 뒤집어 발표한 셈이다.

정부가 역사왜곡과 독도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연구를 위해 내년 1월 외교통상부 산하에 설립을 목표로 추진중인 '동북아역사재단'도 당정 간 엇박자가 계속 되고 있다.

정부는 기존 고구려연구재단을 동북아역사재단에 흡수ㆍ통합해 동북아 관련 전략수립의 통합ㆍ조정기구로 만들겠다는 의견이지만 당에선 재단 성격과 관할 부처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당정 간 이견으로 '동북아역사재단법'이 상임위별 예산안 예비심사 시한인 9일까지 상임위에 상정되지 못하면 450억여 원의 예산 미확보 로 내년 출범이 무산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오영식 원내부대표는 이에 대해 "앞으로 당이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쥐고 정치력을 발휘해서 효과적으로 문제들을 풀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 박정철 기자 2005-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