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차 운전사 참사 막았다

"소화기로 정신없이 불을 끄려 했지만 진화가 되지 않았어요. 터널에 있던 운전자들에게 대피하라고 뛰어다니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미사일 추진체를 싣고 가던 사고 차량 운전자 박성수씨가 터널 안 510m 지점에 트럭을 세운 것은 이날 오후 2시16분쯤. 운전석 방향 뒤쪽 2개의 바퀴 중 안쪽 타이어가 갑자기 펑크가 났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린 박씨가 뒤타이어를 살펴보자 갑자기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운전석으로 달려간 그는 소화기를 꺼내 불을 끄기 시작했다. 뒤따라오던 미사일 추진체 수송 트럭의 운전기사도 이를 보고 소화기를 들고 달려왔다.

그러나 타이어에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불을 도저히 끌 수 없다고 생각한 박씨는 뒤에 밀려 있던 차량 운전자를 터널 밖으로 대피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내달렸다.

뒤쪽으로 밀려 있는 100여 대의 차량 사이를 뛰어다니며 "대피하라, 대피하라"고 외치고 다닌 것이다. 그를 본 운전자들이 하나둘씩 차에서 내려 터널 진입 반대방향인 창녕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73명은 차들 두고 그대로 대피했다.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본 터널 입구 쪽 운전자들도 후진하는 등 차량을 빼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불은 트럭 전체로 번지기 시작했다. 터널 안에 있던 운전자들이 대피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달성소방서 박호영(56.소방장)씨는 "운전기사가 터널 속에 있던 다른 운전자를 재빨리 대피시키지 않았다면 엄청난 참사가 났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앙일보 / 홍권삼 기자 2005-11-2)

"미사일 추진체 실린 줄 몰랐다"

'허술한 수송작전'에 대형참사 위기 폭발.불길로 환풍기.조명 한꺼번에 나가

1일 오후 대구 달성2터널에서 발생한 미사일추진체 탑재차 화재는 하마터면 대형참사로 연결될 뻔 한 사고였다.

터널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사고가 난데다 차량 연료통 폭발과 불길로 터널 환풍기 배선이 녹아 내리면서 환풍기 가동이 완전 중단되고 조명까지 한꺼번에 나가 `후속사고'로 연결됐을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를 피하기 어려웠다.

사고당시 터널내에는 100대 이상의 차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빠져 나간 수송차량에는 미사일 탄두까지 탑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잘못됐으면 터널붕괴 등에 따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불길이 터널 밖으로까지 나온 것으로 봐서 환풍기 배선까지 타들어 갔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터널 내 환풍기 4대가 모두 멈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풍기는 매연을 밖으로 빼내 주는 역할을 하는데 환풍기 작동이 안 돼서 다른 차량의 탈출이나 진화에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사일 탄두와 추진체라는 수송물의 중요성에 비해 `수송작전'은 매우 허술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와 CCTV자료에 따르면 별도 호위 차량 한 대 없이 군용 차량이 아닌 일반 화물차로 미사일 추진체를 이송했고 화재 등 응급상황에 대비한 자체 소화장비 등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트럭 운전기사들이 미사일 추진체를 싣고 간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차량 안전정비 소홀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차량점검 기록부 등을 분석해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바퀴의 라이닝 과열로 발화한 불이 미사일 추진체의 목재 포장 박스로 옮겨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화재 원인을 추측했다.

경찰은 군 관계자 등을 상대로 `주요 군사장비' 이송이 허술하게 이뤄진 경위 등도 엄중 조사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 류성무, 이주영 기자 2005-11-2)

안전수칙 지켰나 … 엇갈린 주장

미사일 화재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경찰과 군 당국은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군에 따르면 미사일을 옮길 때 가장 중요한 수칙은 ▶탄두와 추진장치 분리 ▶뇌관 모두 제거다. 분리해 서로 다른 차량에 싣는 게 원칙이다. 적이나 테러범에게 탈취당해도 완전한 시스템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포탄 공격을 받거나 화재가 발생할 경우 연쇄폭발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다. 그와 더불어 호송 차량 행렬은 헌병 컨보이 차량의 호위를 받거나, 호송관이 탑승해야 한다. 호송하는 트럭 운전기사에게 적재 물품의 내용이나 중대성도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 탄두와 추진체의 분리는 이뤄졌고 뇌관도 제거됐다. 남은 문제는 호송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운전기사와 공군 당국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경찰 1차 조사와 CCTV에 따르면 사고 트럭 운전기사들이 미사일 추진체를 싣고 간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또 군용트럭 대신 민간트럭이 동원된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공군은 이를 전면 부인한다. 공군 관계자는 "탄두와 추진체를 실은 트럭 여덟 대에 호송관이 모두 탑승, 안전수칙을 모두 지켰다"고 했다. "미사일인지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달 30일 트럭에 실을 미사일 목록을 대한통운에 통보했다"고 했다. '트럭 운전기사가 모를 리 없을 뿐 아니라, 운전기사 교육은 대한통운의 의무'라는 것이다. 또 공군엔 15t 군용 트럭이 없어 전문 수송업체인 대한통운을 오래 이용해 왔다는 것이다.

60년대 도입된 노후 미사일

◆ 나이키허큘러스 미사일 = 1950년대 초 미국 웨스턴 일렉트릭이 개발한 중고고도 지대공 미사일. 60년대 중반 한국에 도입됐다.

이날 화재가 난 길이 2m 직경 54㎝ 크기의 나이키 미사일 추진체는 미사일의 비행 추진력을 제공하는 장치다. 추진체엔 장약과 모터가 4개 들어있다. 장약은 니트로글리세린과 니트로셀루로스로 만든 고체형으로, 열을 받거나 큰 충격을 받으면 천천히 연소하다 폭발할 수 있다. 이날 여러 번 폭발음이 난 것은 트럭 연료통과 2개 추진체에 들어있는 장약 8개가 터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탄두는 웬만한 충격과 열에 터지지 않는다.

(중앙일보 / 김민석 기자 2005-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