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들…웃음 잃은 가족들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

1일 박만규씨(46)는 전화 수화기 너머로 여러 차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꼭 2달 전인 지난 8월30일 막내아들 종혁군(19·전북대 1년·전주시 진북동)이 실종된 뒤 박씨 가족은 웃음을 잃었다.

수업 후 친구들과 헤어졌다는 아들은 저녁 식사시간이 지나고 텔레비전 방송 끝자락 애국가가 흘러 나오는데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연락은커녕 휴대전화도 꺼져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박씨는 애타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다 못해 수화기를 들고 112를 눌렀다.“저희 아들이 대학생인데요. 어젯밤 집에 안 들어왔어요. 이럴 아이가 아닌데….” 박종혁군 사건은 여느 가출 사건과는 달리 경찰의 탐문과 수색이 신속하게 뒤따랐다.

종혁군이 가출하거나 밤늦도록 친구들과 어울려 다닌 적이 없는데다 발생 당일 낮에 당구를 친 뒤 헤어졌다는 친구들의 진술로 보아 ‘납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었다.

경찰은 박군의 지갑이 그대로이고 통장에 예금된 150만원도 인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경찰이 아들의 행적을 찾는 동안 종혁군 부모는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아빠, 잠시 여행 다녀 왔어”라며 전화를 걸어올 것만 같았다.

만규씨는 아들이 학교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생업도 잠시 접고 집과 학교 주변을 살피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지나간게 벌써 2개월째다. 박씨는 아들이 모종교단체에 강제로 납치됐거나 다단계 판매회사에 끌려갔을 것이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아들의 행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탐문 내용은 종혁군이 지난 8월30일 오후 7시께 전주 금암동 전북대 신정문 앞에서 친구들과 당구를 친 뒤 헤어졌으며, 휴대전화 통화내역에는 이날 오후 친구와 통화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경찰은 박군의 주변인물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으나 가출할 이유가 전혀 없어 단서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씨는 “종혁이는 또래 아이들처럼 갈등을 겪을만한 여자친구도 없고, 학부생 440명중 11등을 기록할 정도로 성적도 우수해 가출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차라리 통장에서 돈이라도 인출되면 종혁이가 살아 있는 것 아니겠다”며 희망을 끈을 조였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당시 집에 있는 컴퓨터 파일까지 모두 확인해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정도로 철저하게 수사했지만 종혁군을 찾지 못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박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마음 속으로 종혁이를 떠올리며 ‘잘 있는지’ 묻고 ‘사랑한다’고 말한다”는 말로 아버지의 애끓는 속내를 내비쳤다. 종혁군은 183㎝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에 호남형 얼굴이며 스포츠형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다. 제보전화 063) 210-0112.

(새전북신문 / 김동철기자 2005-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