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맞서 ‘서북공정’ 펼치자”

암울했던 80년대초를 대학에서 보낸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386세대가 외환위기로 혼란에 빠진 고국으로 돌아와 선진금융업을 전파해온지 9년째. 그가 한민족 역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선 ‘서북공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중국기업을 국내에 상장시켜 우리 경제에 편입시키는 ‘서북공정’을 펼치는 등 한국경제의 활로를 해외에서 찾자는 것이다.

한국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 지난달 28일 여의도 증권연구원에서 만난 김 부원장은 “향후 국가의 운명은 다른 국가들과 치를 경제전쟁의 결과에 달렸다”고 말했다. 특히 김 부원장은 중국과의 경제전쟁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있던 90년대초 한민족이 5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앞섰다고 했는데, 얼마안돼 원래대로 돌아갔다”며 “현실적으로 우리가 정치 군사 외교측면에서 중국을 앞서긴 어렵지만 경제에선 분명 그들을 앞설수 있고, 그래야만 우리도 생존해나갈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서북공정론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중국 현지기업에 대한 적극적 공략을 주문했다. 국내 증권사나 PEF(사모펀드)가 중국에 진출, 중국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직접투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해야한다는 것. 김 부원장은 “우리는 IMF를 거치면서 CRC(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나 ABS(자산유동화증권), SPC(유동화전문회사) 등 온갖 제도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어 기업구조조정 분야에선 세계 어느 나라도 쌓지못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증권사들과 PEF가 노하우를 살려 중국 기업들을 인수합병하거나 지분참여를 해 기업이익을 챙기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은 중국이 한국쪽 경험을 많이 배우고 싶어한다는 점을 잇점으로 활용할만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월드뱅크 주선으로 중국정부 자문을 해줬는데, 그들은 정부가 (금융정책의) 틀을 만들고 자산이 이를 따르는 한국의 특수했던 경험을 배우고 싶어한다”며 “중국정부가 미국 도움을 받기 꺼려하는 것도 우리에겐 유리한 측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까지는 상승세를 타겠지만, 이후엔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경제의 하강곡선을 대비해야한다는 측면에서도 서북공정은 하루라도 빨리 진행되야한다”고 못박았다.

김 부원장은 서북공정을 국가 전략과제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한국인을 고용해 생산하고 소비해야 한국기업이 아니라, 한국 자본이 지분을 확보하거나 한국시장에 상장시켜 중국보다 더 활발하게 거래되는 중국기업도 사실상 한국기업이라는 마인드를 가져야한다”며 “이같은 마인드로 위정자들이 무장하고 국가를 이끌어야만 전세계의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중국에 맞설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서북공정을 위해선 국내 증권업계의 체질개선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은 “국내증권사 중에는 중국에서 증권업을 할수있는 자격인 QFII를 갖춘 곳이 아직 없을 정도로 영세한 형편”이라며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세계적인 증권사와 어깨를 함께할수있는 리딩증권사가 나와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은 IB(투자은행) 등에 특화된 증권사 탄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수년동안 외국자본의 활발한 국내진출과정에서 빚어진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부원장은 “일부 그릇된 외국자본의 행태에 대해 화내고 비난만할게 아니라 그들에 맞서 이길수있는 우리 펀드를 만드는게 급선무라는 점을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

(내일신문 / 엄경용 기자 2005-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