쯧쯧! ‘봉변당한 경찰’ 시민들 구경만…

“주민들을 위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이같은 봉변을 당하니 슬프기만 합니다.”

폭력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취객들에게 폭행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도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말리거나 신고하기는 커녕 카메라폰 등으로 사진을 찍으며 구경만 해 개인주의화된 세태를 드러냈다. 10월 마지막 토요일인 지난 30일 밤 9시45분께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K아파트 앞길.

수원중부경찰서 북문지구대 노모 경장 등 2명이 술에 만취한 정모씨(55) 등 5명의 일행들에게 둘러싸여 머리와 급소를 걷어 채인 것은 물론 경찰 흉장마저 뜯겨져 땅에 떨어지는 등의 봉변을 당했다.

노 경장 등이 폭행을 행사한 정씨 등 2명에게 수갑을 채우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려는 순간, 나머지 일행 3명이 갑자기 달려들어 함께 출동했던 강모 순경의 팔을 물어뜯는 등 10여분 동안 난동을 부렸다.

이날 노 경장 등은 경기31더 15XX호 아반떼 차량 운전자 윤모씨(24)가 차량통행을 방해하는 정씨 일행에게 항의했다가 뺨을 10여대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 것.

그러나 주택가에서 TV를 보다 나온 주민 등 50여명은 경찰을 때리는 취객들을 말리기는 커녕 ‘우우’ 소리를 지르며 카메라폰과 디지털카메라 등을 높이 들고 사진을 찍기만 했다.

더욱이 다급해진 강 순경이 “112에 신고해 달라”며 수차례에 걸쳐 큰 소리로 요청했지만 주민들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구경만 했다.

결국 취객들 사이를 어렵게 빠져나온 강 순경이 긴급하게 무전을 쳐 북문지구대 소속 경찰차 2대가 출동해 이들을 연행했지만 실종된 ‘시민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시간이었다.

강 순경은 “경찰관이 폭행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도 ‘나 몰라라’하는 주민들을 보고 당황스러웠다”며 “맞으면 무능한 경찰이고 때리면 폭력경찰이라는 오명을 써야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경기일보 / 최석호 기자 2005-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