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쟁 2라운드’ 주요먹거리 통상압력 직면

한·중 간 김치를 둘러싼 통상마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김치 외에 쇠고기 쌀 등 우리의 주요 먹을거리에 대한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당국의 김치 등 한국산 식품에 대한 기생충 알 발견 파문은 ‘짝퉁’ 논란 속에 식품 외에 다른 상품으로 파장이 확대될 수 있어 통상전쟁으로의 비화 가능성이 우려된다. 중국 현지에서도 식품 관련업체들은 ‘보복조치’가 공산품 등 다른 쪽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특히 이번 수입금지 대상에 포함된 일부 업체는 중국 내 법인설립 등으로 중국 사업을 강화하려던 참이어서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농림부 등 관련부처는 1일 식약청에서 식품안전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 가운데 정부 관계자는 “아직 중국에서 밝힌 공고만 읽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자료를 보내달라고 재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국 측이 검사결과와 해당업체 명단을 보내면 식약청 등에서 검사의 적절성을 가릴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식약청이 3일 공개될 국내산 김치에 대한 기생충 알 검사결과가 예상 밖의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중국에서 219t의 배추와 21t의 절인배추가 수입된 상황에서 중국산 배추를 원료로 한 국내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올 경우 ‘제2의 김치전쟁’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태국이 지난달 20일 전격적으로 금수조치 해제를 발표하고 일본 식품안전위원회도 광우병 위험부위를 제거하는 조건이라면 미국과 일본산 쇠고기의 위험도 차이가 없다는 보고서를 채택, 일본도 연내 수입재개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미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 큰 수출시장인 한국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26~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통상현안 분기별 점검회의에서도 미국 측이 우리 정부에 수입재개를 강력히 요청했고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에 맞춰 17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쇠고기 수입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되는 등 미국 측의 요구는 강력해지고 있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고 소비자 안전을 감안,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쇠고기 수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롭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일 연내 한·미 양국이 연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착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미 무역대표가 연내 구체적인 시기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쌀 외에도 한국 농업의 미래가 판가름할 DDA협상이 12월 세계무역기구(WTO) 홍콩 각료회의를 앞두고 타결을 목표로 세부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그동안 한국 일본 등 농산물수입국(G10)과 보조를 맞췄던 유럽연합(EU)이 지난달 28일 미국 등 농산물수출국(G20)의 압력에 굴복, 개도국에 대한 농산물 관세 상한 설정을 반대해온 기존 입장에서 150%의 상한을 두는 협상안을 내놓았다. 현재 마늘 양파 감자 고추 등 관세가 100%를 넘는 고관세 품목이 140여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개방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전창협·김만용·이문환 기자

(헤럴드경제 2005-11-2)

한-중 외교당국 "김치파동, 대화로 해결하겠다"

외교통상부는 중국의 한국산 김치의 수입금지조치와 관련, 중국정부가 대화로 해결하자고 한만큼 우리 정부도 대화로 이 문제를 풀겠다고 밝혀 외교전으로 비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2일 "중국의 한국산 김치수입 금지조치와 관련해 아직 변동사항은 없다"면서 "중국측이 대화로 이 문제를 풀자고 한 만큼 우리 정부도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중국측의 검사결과가 우리측에 도착하지 않았다"면서 "결과가 도착하는대로 면밀히 검토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쿵취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문제를 협의를 통해 해결해 양국의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한·중 김치파동에 대해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중국이 거론한 국내 식품업계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CJ(001040)㈜, 두산(000150), 동원F&B(049770), 풀무원(017810) 등 국내 김치 제조업체는 "올 들어 중국에 수출한 김치는 단 1㎏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산이 생산하는 종가집 김치와 동원의 양반김치는 각각 중국 베이징과 칭다오에 공장이 있지만 양반김치는 현지공장에서 생산해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고 종가집 김치도 일부 내수용은 있지만 정기적으로 종합검사를 실시해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또 업계는 이번 사태가 이른바 우리 김치 브랜드를 도용한 현지의 소위 `짝퉁`소행이라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동원의 경우 국내와 중국에서 생산하는 모든 김치에 ‘양반(兩班)김치’라는 브랜드를 붙였고 회사명은 한자로‘東遠’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측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자 표기(東源)와 브랜드 명(士大夫)이 서로 달라 현지 업체가 상표를 도용했다는 의혹도 짙다.

한편 중국 당국은 자국내 김치 생산업체에 대해 허가를 일제히 취소하고 시설을 재점검받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 상당수는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식품감독기관인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한국 김치 생산업체들에 대해 이미 승인된 시설검역을 허가취소하고 재신청하도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 정재웅 기자 2005-11-2)

''김치전쟁'' 중국의 속내 뭔가?

중국 국가질량감독 검험 검역총국(질검총국)이 한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31일 전격 발표한 것은 앞서 우리 정부가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발표한 데 대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의 동해(同害) 보복조치라는 의혹이 짙다.

중국이 한국산 김치와 고추장 등 10개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며 밝힌 내용은 지난달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중국산 김치 9개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밝힌 것과 우연의 일치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똑같다.

올해 들어 한국에서 중국산 음식물에 대한 논란이 수차례 불거졌고, 마침내 지난달 26일 리창장(李長江) 중국 검역총국장이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과 만나 “중국에 수입된 한국산 제품에도 문제가 있지만 중국은 대외발표에 치중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던 것에 비춰볼 때 중국의 이런 대응은 어느 정도 의도됐다는 것이 현지 반응이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무역업체들은 “중국의 역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잇단 먹을거리 파동으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중국이 전면적인 무역보복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여름 중국산 맥주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가 보름 만에 철회한 것이나, 최근 중국산 장어에서 발암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나왔다고 했다가 국내산 송어와 향어로 이슈를 돌리는 등 한국 정부가 미숙하게 대응해온 게 중국의 맞불작전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생충 알이 검출됐던 중국산 김치 상당수는 한국업체에서 만든 것이라며 중국당국이 불만을 표시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중국이 문제 삼은 김치들은 한국에서 수출한 적이 없으며, ‘짝퉁’ 의혹을 받고 있는 상품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한국이 “중국이 문제 삼은 것은 중국인이 만든 가짜 한국상품”이라고 반박할 경우 중국 역시 “한국이 문제 삼은 것은 한국업체가 만든 상품”이라고 반박할 여지가 있다.

동일한 제품에 대해 중국이 직접적으로 맞대응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2000년 한국이 중국산 마늘에 대해 관세율을 30%에서 무려 315%로 올리자 중국은 휴대전화 수입제한으로 맞받아치는 등 주로 우회적 대응을 택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이 ‘기생충 김치’라는 똑같은 소재를 들고나온 것은 고도 경제성장 중인 중국의 본격적인 보복무역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지 한국 업자들은 중국 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하면서도 사태가 확산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한 한국인 김치업자는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는 발표 이후 중국내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면서 “작정하고 조사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국 무역업자는 “중국은 어떤 일이 발생하면 반드시 대응을 하고 넘어가는 나라”라며 “김치 외에 다른 품목에도 수입제한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 김희균 기자 2005-11-2)

한·중 김치분쟁 6개 포인트

중국이 한국산 김치 등에 대한 수입중단이라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양국 간 통상마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마늘파동 때처럼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 통상마찰로 가나 = 전문가들은 과거 마늘파동 때와 같이 양국 간 마찰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고려대 법대의 박노형 교수는 "중국은 2000년 마늘 파동 때와 달리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됐기 때문에 함부로 보복성 행동을 할 수가 없다"며 "양국이 WTO의 위생 및 식품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SPS)에 따라 차분하게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이 무역보복을 하려면 물량이 훨씬 많은 공산품을 대상으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한국이 중국산 김치 등 농수산품에 대해 취한 조치와 국내 언론 동향 등에 중국 당국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 점에서 일단은 무역보복전의 성격으로 간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수출에 영향줄까 걱정

◆ 김치 수출에 영향줄까 = 김치 업계에서는 중국보다는 일본 수출이 줄 것을 걱정하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업체의 김치 수출량은 3만4827t, 1억200만 달러 수준이다. 이 가운데 대일본 수출이 94%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25t, 6만 달러 수준이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해 1~9월 총 김치 수출액 2만6000t, 7600만 달러 가운데 대중국 수출은 16t, 3만9000달러이고 90% 이상이 일본에 대한 수출이다. 두산 종가집 김치 관계자는 "일본 바이어들 사이에 한국 김치에 대한 불신이 생길까 걱정"이라며 "정부가 중국과의 김치분쟁을 신속히 해결해 국산김치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한편 업체들도 제품에 대한 검사를 보다 철저히 해 일본 바이어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 측은 "공사 차원에서도 업체들과 협의를 통해 일본 현지 홍보 강화 등 국산 김치 신뢰도 유지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현지 업체서 만든 유사품일 수도

◆ 중국 발표 믿을 만한가 = 중국이 거명한 두산.CJ.풀무원은 7월 이후 중국으로 김치를 수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동원 F&B 김치는 중국 현지 공장이 있지만 전량 일본으로 수출한다.

중국이 검사한 김치가 이들 업체가 생산한 것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보도가 된 뒤 관련 한국 제품을 구하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며 "일부 현지에서 제작된 뒤 한국산 브랜드를 달고 팔리는 제품을 중국 당국이 잘못 수거해 검사한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중국이 발표한 두산 종가집 김치의 현지 상품명(宗家府)이 중가길(中加吉)로, 동원F&B의 원자가 잘못 표기돼 있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국내 중간 상인이 시중 김치를 수집해 중국 내 한국 상사 주재원이나 고급 한식당용으로 수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한국산 모두 금수… 예상 밖 빠른 대응

◆ 중국의 반격인가 = 중국은 7월 말 자국산 장어에서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된 뒤 우리나라의 향어와 송어에서도 검출된 데 대해 중국 정부는 "왜 우리 것만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중국은 한국산 화장품에서 데오드란트라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한 시민단체의 폭로를 근거로 지난달 14일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중국은 식의약청이 지난달 21일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하기 전 "발표를 늦춰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식의약청이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식의약청 관계자는 "중국의 대응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진행됐다"고 말했다.

국산도 장담 못해… 조만간 결과 발표

◆ 국내의 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 나올까 = 식의약청이 지난달 21일 18개 업체를 조사했을 때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소규모 업체까지 포함해 모든 김치를 조사하고 있다. 대상업체는 500여 개 된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 제품이 인분이나 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생충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 국민의 기생충 감염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중국에서 들여온 배추나 소금 등의 원료에서 기생충이 묻어 있다가 김치로 옮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1~8월 중국에서 수입된 생배추는 219t, 절인배추는 21t이다.

기생충 알 김치, 감염은 잘 안 돼

◆ 기생충 알 김치 얼마나 해로운가 = 서울대 의대 채종일(기생충학) 교수는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어도 기생충 감염이 그리 쉽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생충알이 사람 몸속에서 성충으로 자라려면 ▶기생충알이 살아 있어야 하고 ▶자충포장란(에벌레가 들어있는 기생충알)이어야 하며 ▶사람 회충이어야 한다. 채 교수는 "한국인의 면역력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것도 기생충 감염 위험을 줄이며, 김치를 소금에 절이는 과정에서 기생충알이 파괴되거나 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생충에 감염돼도 구충제를 복용하면 쉽게 없앨 수 있다.

유광종 특파원, 신성식.염태정 기자

(중앙일보 2005-11-2)

中, 종가집→中加吉, 동원→東源… 이름부터 틀려

《한국산 김치와 고추장 등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중국의 발표는 사실일까. 유해 식품에 대한 조사와 수입금지 조치는 모든 나라가 갖고 있는 권리이다. 하지만 중국에 김치를 수출한 적도 없다는 한국 해당 업체들의 주장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자국 식품에 대한 한국의 잇단 유해 물질 검출 발표에 맞서 보복에 나섰다는 관측이 많다.》

중국 발표는 의문투성이

1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에 수출된 김치는 모두 19t이다.

이 가운데 중국 질검(質檢)총국이 기생충이 나왔다고 밝힌 동원F&B, 두산, CJ, 풀무원 등은 올해 중국에 김치를 수출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대형 유통업체인 톈커룽(天客隆)의 식품매장 2곳에서는 지촨(吉川), 지예(吉葉) 등 중국 업체가 만든 김치만 팔릴 뿐 한국산 김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동원F&B 서정동(徐廷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중국에 김치 공장을 갖고 있으나 전량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은 중국에서 김치를 팔고 있으나 현지에서 만든 것이어서 중국이 밝힌 ‘한국산 수입식품’에 해당되지 않는다.

중국 당국이 지목한 업체와 제품의 이름이 불분명해 정말 한국 기업이 만든 김치인지조차 확실치가 않다.

질검총국 홈페이지에는 동원F&B의 양반김치를 동원의 ‘사대부 김치’라고 밝히면서 동원그룹이 쓰는 ‘東遠’이 아니라 ‘東源’으로 표기했다.

두산의 ‘종가집 김치’도 현지에서 유통되는 두산 제품의 상품명(쭝자푸·宗家府)이 아니라 ‘종가집’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中加吉’로 돼 있다.

CJ 중국 법인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CJ 브랜드를 도용한 김치를 제조 판매해 중국 당국에 고발한 적도 있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이 가짜 한국산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고추장과 불고기 양념장은 중국에 수출되긴 했지만 살균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기생충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게 식품 전문가들의 견해다.

식약청 이창준(李昌濬) 식품안전정책팀장은 “기생충 알은 70도에서 1초, 60도에서 5초 이상 가열하면 죽는데 한국 업체는 고추장은 85∼95도에서 5분간, 불고기 양념은 85도에서 2∼5분 살균 처리한다”고 밝혔다.

누적된 불만에 따른 보복인가

질검총국은 지난달 31일 발표 직전 주중 한국대사관에 “산둥(山東) 성 분국(分局)에서 한국산 수입제품을 검사했더니 10개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주중 한국대사관과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중국은 누적된 불만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중국은 김치, 차(茶), 뱀장어 등 중국산 수입식품의 유해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한국의 발표 및 처리 방식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왔다.

리창장(李長江) 중국 질검총국장은 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오거돈(吳巨敦) 해양수산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에도 문제가 있지만 우리는 대외적인 발표에 힘쓰지 않는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질검총국이 최근 한국 내 중국산 김치 파동과 관련해 상부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는 얘기도 현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중국이 지방 분국에서 급조한 조사 자료만을 근거로 이번 조치를 취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대목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정영진(鄭永珍) 통상전문 변호사는 “식약청과 한국 업계의 설명대로라면 이번 사태는 중국의 전형적인 ‘힘에 의한 보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면 통상 마찰로 번지지는 않을 듯

앞으로 중국이 한국산에 대해 유해성을 계속 주장하고 한국은 다른 분석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 검역·검사협정(SPS)은 ‘유해성에 대해 객관적 과학적 근거가 있을 때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객관적 과학적 근거’의 개념은 모호하다.

일부 식품업계는 “중국의 식품 수거 및 분석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곽노성(郭魯成) 교수는 “양국이 공동 조사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이미 두 나라가 ‘한중 품질검사검역 고위급 협의체’를 조기 가동하기로 했으므로 적정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의 경고성 보복이라 해도 식품 이외의 다른 제품으로 통상 마찰이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두 나라 모두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의 처지에서도 홍콩과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를 제외하면 한국이 대(對)중국 투자 1위국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질검총국 관계자가 발표 내용을 미리 통보하면서 ‘식품 안전문제가 양국 교역에 문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경고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취했으나 마찰이 확대되는 것은 원치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국이 WTO 회원국이란 점도 과거 ‘한중 마늘분쟁’ 때처럼 일부 식품 문제가 다른 상품에 대한 수입 규제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한다.

정 변호사는 “중국이 다른 제품에 대해 무역보복을 하려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11조 등 많은 WTO 규정을 어겨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은우 기자, 황유성 특파원, 김희경 기자

▼ 사람기생충 거의 박멸… 배설물 비료도 안써

중국 당국 발표의 사실 여부를 떠나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올 수 있는지는 전 국민의 관심사다.

기생충학 전문가들은 국산 배추나 무에 기생충 알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서울대 수의대 윤희정(尹凞貞·기생충학) 교수는 “1960년대부터 30여 년간 벌인 기생충 박멸 사업으로 국내에서는 사람 기생충 자체가 거의 없어진 상태”라며 “국산 배추 등에서 사람 기생충 알이 나올 확률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사람의 기생충이 사라진 데다 사람의 배설물로 농사를 짓는 일도 거의 없어 기생충 알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다만 사람의 기생충 알과 비슷한 돼지의 기생충 알은 발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돼지의 기생충 감염률은 3∼5%이기 때문.

아주 희박하기는 하지만 농작물 재배지에 개, 고양이, 조류 등이 배설을 해 기생충에 감염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동물의 기생충에 감염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기생충은 또 열에 약하기 때문에 70도 정도에서 5∼10분 가열하면 모두 죽는다. 다만 죽은 것과 살아 있는 기생충 알이 현미경을 통한 검사로는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유기농산물에는 기생충 알이 있지 않겠느냐고 의심하지만 이것도 가능성은 낮다.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사람이나 가축의 배설물을 사용하면 안 되기 때문.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유기농 작물에 대해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시킨 별도의 유기질 비료를 사용해 작물을 재배한다.

허진석 기자

(동아일보 2005-11-2)

한-중 ‘김치 전쟁’…통상마찰 확산조짐

한국과 중국의 ‘김치 전쟁’이 확전되고 있다. 중국에 수입된 한국산 김치와 고추장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다고 중국 국가질량감사총국이 31일 발표했다. 중국 관영 CCTV는 “한국에서 수입한 김치와 고추장, 불고기 양념 등을 검사한 결과 기생충알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생충알이 검출됐다고 밝힌 한국산 제품은 동원과 두산, CJ, 풀무원 김치 등 5개 회사 7개 제품이다. 중국 당국은 관련제품을 강제회수해 폐기 처분했으며, 지방 정부에 검역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중국산 김치 검역 발표를 그대로 되풀이한 꼴이다.

그러나 문제가 된 국내 김치 수출업체들은 관련 제품이 대부분 화학 비료 처리를 하고 있어서 기생충 알이 발견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해외 수출 김치는 품질관리에 까다로운 일본시장에 대부분 수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기생충알이 검출된 적이 없다”며 중국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적발된 업체 중 두산과 동원 등은 중국에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중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김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산 재료를 사용해 국내에서 제조된 김치가 중국에 ‘한국산’으로 저가 수출되는 과정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한 증권사의 음식료산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검역 결과가 사실이라면 저가의 소수 보따리 상인들이 가져간 김치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국산 김치가 주로 일본에 수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중국 당국의 발표로 관련 업체의 주가가 하락하면 오히려 주식을 살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발표는 한국 음식을 다룬 TV드라마 ‘대장금’ 열풍과 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SARS) 당시의 ‘김치 파워’ 덕분에 중국에서 한국산 식품에 대한 호감이 커져가는 시점에 이뤄져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의 정상적인 ‘식품검역’결과에 중국이 암묵적인 보복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통상 마찰은 물론이고 양국 국민간의 감정적인 골도 깊어질 수 있다. 당장 중국의 보복조치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모르는 점도 대중국 수출기업들을 불안하게 한다.

한국은 중국의 최대 투자국이자 중국산 농산물을 대량으로 수입하는 국가이면서도,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된 상황에서 당장 중국의 ‘무역 보복’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처지가 됐다.

(국민일보 / 김지방 기자 2005-11-1)

'중, 한국산 김치에도 기생충 알'

중국이 한국산 김치와 고추장 등의 식품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며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모두 3개 품종에 10개 제품이 수입 금지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베이징 연결합니다. 김태현 특파원!

중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단행했군요?

[리포트]

중국의 식품과 공산품의 통관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질량검사 총국은 어제 발표한 긴급통지문에서 한국산 김치 7가지와 고추장, 양념장 등 모두 3개 품종 10가지 제품에서 기생충 알을 발견했다며 수입중단 조치를 내렸습니다.

질량검사 총국은 이같은 내용을 중국 전역의 지방 검역기관에 통보했습니다.

질검 총국은 또 한국산 김치와 고추장, 불고기 양념장에 대한 검사를 강화할 것과 이미 수입된 불합격 식품에 대해서는 리콜 조치와 함께 폐기 처리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번에 수입중단 조치를 당한 회사는 동원식품, 두산, cj, 풀무원, 대상 등이며 제품 수는 모두 10가지입니다.

질검 총국은 이같은 조치와 함께 한국산 김치 제품 등에 대해 앞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질검 총국은 지방 검역기관에 대해 검사 강화를 지시하고 해당 불합격 제품은 통관을 보류하는 한편 수입검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한 이미 수입된 불합격 제품은 리콜 조치를 취하는 한편 폐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국내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국내 제품은 대부분 화학 비료 처리를 하고 있어서 기생충 알이 발견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수입된 양도 매우 적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 알 검출에 따른 파문이 무역 보복 조치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YTN 김태현입니다.

(YTN 2005-11-1)

중국산 김치 기생충알 잇따라 검출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잇따라 검출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21일 중국산 김치 9개 제품에서 기생충알이 나옴에 따라 통관 된 뒤 유통창고에서 발이 묶인 제품 등을 대상으로 추가 검사한 결과 6건에서 또 기생충알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5건에서는 회충알이 나왔고 1건에서는 편충알이 나왔습니다.

이에따라 기생충알이 나온 중국산 김치 수입업체 수는 24곳, 건수는 30개로 늘었습니다.

식약청은 현재 모든 국산 김치 제품에 대해 기생충검사를 포함한 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으며 기생충 검사 결과를 이번주안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YTN 2005-11-1)

中, 한국에 무역보복 가능성 경고

최근 중국산 식품에 문제가 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잇따르자 중국측이 이에 반발, 무역보복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양국간 통상마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4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장어와 잉어에서 말라카이트 성분이 검출된 데 이어 중국산 김치에서도 납 성분과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잇따르자 중국측이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무역보복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측 관계자는 "자체 조사가 끝날 때까지 언론 발표를 늦춰달라고 요청했는데도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해 중국산만 나쁜 것처럼 돼버렸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통상교섭본부는 전했다.

통상교섭본부는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해당하는 중국 질검(質檢)총국 안전국 실무자가 주중 한국대사관측에 "자꾸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 우리도 한국산 수입 화장품에 대해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충분한 자체 조사와 조치도 취하기 전에 한국 정부가 언론에 먼저 발표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아직 실무자 차원의 입장전달 수준이므로 앞으로 중국 담당부처인 상무부에 우리측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 이 문제가 양국간 통상마찰로 비화되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정열 기자 2005-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