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영토조항과 중국 야욕

지난 수년간 정치권에서 걸핏하면 개헌론을 들고 나온다. 그 동안은 내각책임제니, 임기4년 정-부통령제니 하는 권력구조 개편이 주류를 이뤄왔다. 그런데 이제는 영토조항을 손질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보안법의 근거가 된다는 점은 이해되지만 잘못 건드리면 불필요한 이념갈등을 유발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 중국이 장차 북한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올 길을 열어놓는 위험성을 지닌 것이다. 또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에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때문에 북한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기 어려우니 뜯어고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조항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언급에 이어 열린우리당의 여러 인사들이 구체적인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아예 없애자”, “부칙에 휴전선 이남으로 규정하자” 따위가 그것이다. 그 근거로 일본이나 미국에는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강대국은 침략을 통해 영토확장을 획책하려는 의도에서 영토조항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북한 자국영토 편입 야욕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은 단순히 고구려사를 침탈하려는 역사왜곡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동북아 지역에 잠재해 있는 영토분쟁에 대비하여 그 지역의 고대문명을 자국의 역사로 만들려는 문명사적 침략이다. 그 중의 하나가 간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계략이다. 중국은 지난 7월 이미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가 소유하던 백두산 관할권을 지린(吉林)성으로 이전함으로써 그 의도를 드러냈다. 장차 통일한국이 백두산 영유권을 주장할 것에 대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동북공정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북한을 자국영토로 편입시킬 역사적 근거를 확보하려는 책략을 깔고 있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서 일어날 통일이라는 돌발사태에 대비하여 북한영토에 대한 주권을 행사하려는 의도를 역사왜곡을 통해 정지작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사상 최초로 중-노 합동군사훈련이 있었다. 이것은 북한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중국이 유사시 미국 또는 미·일 동맹과 군사적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기에 러시아가 동조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영토조항을 삭제하면 중국의 주장에 대응할 헌법적 근거가 없어진다.

중국에서는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을 동북3성이라고 부른다. 바로 이곳이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중화중심의 역사체계를 구축하려는 지역이다. 중국은 이 지역의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북한에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경제적 동북공정’을 통해 북한을 동북4성에 편입시키려는 의도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지역은 중국과 북한의 교통이 연결되는 접점이다. 철도로 단둥~신의주, 지안~만포, 투먼~남양이 연결된다. 북한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영토조항을 없애면 남북교역은 민족내부교류로 인정받지 못한다. 다시 말해 국가간의 교역으로 간주되어 무관세교역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따라 어느 국가가 교역상대국에게 MFN(최혜국)대우를 해주면 다른 회원국에게도 자동적으로 동일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북한상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면서 제3국 상품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불이익을 줄 수 없는 것이다. 즉 통상-투자에서 북한에만 특혜조치를 줘서는 안 된다.

영토조항 없애면 경제지원 제약

경제지원에도 많은 제약이 발생한다. 식량-비료 무상지원도 국제교역질서를 교란한다는 이유로 제3국이 시비를 걸 수 있다. YS정부 시절 미국이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탈북자의 법적 지위에도 문제가 생긴다. 영토조항을 삭제하면 한국국적을 부여할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 북한주민은 더 이상 국민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탈북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경제적 난민으로 간주하여 망명을 허용하는 도리밖에 없다. 또 중국이나 제3국이 자국 내에 억류하고 있는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하더라도 한국정부가 반대할 근거가 사라진다.

올해만 해도 북한에 10만명이나 다녀온다. 시대변화에 따라 국가보안법은 그 수명이 다했다. 하지만 이 법 폐지는 헌법상의 영토조항과는 별개로 치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내일신문 200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