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언론 '이승엽은 막대기로 적 물리친 고려 부대'

하루가 지났다. 그러나 27일도 여전히 이승엽(지바 롯데 마린스)의 날이었다.

미국·일본·대만 언론이 일제히 이승엽의 활약을 다뤘다. 이날짜 일본 ‘스포츠닛폰’은 “재팬시리즈 4차전 홈런은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에 적응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미국 AP통신도 “이승엽이 마지막 경기에서 4타수4안타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대만 ‘민생보’는 이승엽을 ‘가오리방쯔’(高麗棒子·고려 몽둥이)라고 지칭하며 “이 외국 타자가 우승을 이끌었다”고 했다. ‘가오리방쯔’는 일반적으로 한국인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막대기로 싸워 적군을 이긴 무서운 고려·고구려 부대’라는 뜻도 담겨 있다.

이승엽에겐 또 다른 과제가 남았다. 롯데와의 계약이 올해로 끝나기 때문에 다음 시즌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친정팀 삼성 복귀설’은 근거가 희박해졌고, 재팬시리즈에서 확실하게 보여준 ‘거포 본색’으로 일본 잔류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다.

게다가 롯데는 이미 이승엽에게 2년간 50억원(약 5억엔)을 제시하며 남아 줄 것을 제의했다.

하지만 30홈런, 82타점으로 팀내 1위를 기록한 이승엽으로선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 센트럴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받는다면 이적도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롯데의 바비 밸런타인 감독이 최근 미 메이저리그 LA다저스와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유력한 감독 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밸런타인 감독은 일단 일본 잔류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미국으로 돌아간다면 이승엽도 동반 이적할 여지도 있다.

(조선일보 / 장준성 기자 200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