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왜 '선저우 충격'은 없는가?

2003년 10월 15일 오전 10시 중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가 발사, 21시간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환했다.

그리고 꼭 2년이 지난 2005년 10월 12일, 중국공산당 제16기 5차 전체회의가 폐막된 다음 날 중국의 두번째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6호가 오전 9시 간쑤(甘肅)성 지우취앤(酒泉) 위성발사 기지에서 창정(長征)2-F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발사 현장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리창춘(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이, 베이징 우주비행 통제센터에서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발사상황을 지켜보며 우주비행사들을 격려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우주선의 발사 성공과 우주비행사 2명의 무사귀환을 성원하는 중국인들의 환영열기가 뜨거웠고 우주비행사 페이쥔롱(費俊龍. 40세)과 니에하이성(聶海勝. 41세)은 손을 흔들어 답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우주조정사 페이쥔롱과 니에하이성의 화상통화 내용처럼 지금 13억 중국인들은 우주공간에서의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으며 17일 새벽 6시로 예정된 그들의 개선을 학수고대했다.

‘선저우 6호’ 발사 당일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Sina)의 접속건수가 4억5000만명에 달하고 CCTV의 5박 6일 ‘유인 우주선 발사 특집 생방송’이 말해 주듯이 그들의 무사귀환에 중국은 지금 온통 ‘선저우 6호’열풍에 휩싸여 있다.

중국 정부는 대내적으로 유인 우주선 발사기술은 그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과 경제력을 대변해 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며 사회주의 체제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하고 중화애국주의의 국민통합의 계기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중국위협론’을 의식한 탓인지 우주항공 기술은 평화적이고 인류공영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표정 관리까지 하고 있다. 얄밉고 또 배도 아프지만 그래도 배워야 할 것은 배워하지 않을까.

'선저우 6호' 발사가 있던 날 우리나라 한 포털사이트에는 ‘희귀동물 씨 말리는 중국인 먹성’에 관한 보도가 첫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또 방송사에서는 인간이 개발한 최고난도의 비행기술을 선보이는 우리나라의 ‘서울 에어쇼 2005’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서울 에어쇼’ 보도를 보며 중국에서 고구려사 문제가 불거졌을 때 만난 중국 중앙민족대학 황유복교수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한국 진지한 학술연구보다 이벤트성 행사 많아

“한국은 진지한 학술 연구보다는 <아! 고구려전> 같은 이벤트성 행사가 많고 어떤 문제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보다는 감정적 대응이 많으며 탄탄한 기초에서부터 시작되는 학문연구보다는 터뜨리기식 연구가 많은 것이 문제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 올렸을 때 미국 등 서방세계는 이른바 ‘스푸트니크 충격'에 휩싸이며 반성적 성찰과 발전적 대안 마련에 분주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선저우 충격’은 없는가?

'선저우 6호' 발사 성공을 지켜보며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연구 현황이나 우주항공산업의 발전 수준이나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다루는 언론보도나 사회적인 논의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2004년 기준으로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277달러로 우리나라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먹고 사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웰빙의 ‘웰’ 자는 들어 본 적도 없는 나라이다. 그러나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렸고 탄탄한 기초과학 분야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더 많은 ‘선저우 6호’를 쏘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의 저급한 먹거리가 우리의 식탁을 오염시킨다고 해서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중국 농민을 탓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중국산을 수입하는 우리의 검역시스템을 점검하는 반성적 태도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이번 중국의 두번째 유인 우주선 발사에 대해서도 ‘배앓이’와 ‘외면’보다는 우리의 우주산업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발전적 논의가 더욱 필요한 것은 아닐까. 황우석교수의 ‘줄기세포 배아 성공’처럼 어떤 성과에만 환호하지 말고, 어떤 이벤트와 터뜨리기에만 열광하지 말고 뒤쳐진 분야에 대해서도 진지한 반성과 기초에서부터의 발전 모색의 노력이 시급하다.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의 무역 상대국이자 투자국이다. 우리가 비교우위에 있다고 자부하는 IT, 전자, 자동차, 핸드폰 등 많은 산업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은 무섭다. 이번 ‘선저우 6호’ 발사가 우리 기술력의 ‘우(優)’와 ‘열(劣)’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베이징=국정넷포터 김대오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난입니다.

※ 국정넷포터가 쓴 글은 정부 및 국정홍보처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국정브리핑 / 이범진 기자 200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