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청동기 '빠진 고리' 찾았다

강원도 정선서 '각목돌대문토기' 발굴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발굴된 토기가 고고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토기 윗부분에 눈금을 새긴 띠를 돌린 ‘각목돌대문토기(刻目突帶文土器)’가 주인공이다. 이 유물의 출현에 대해 고고학계는 “한반도 초기 청동기시대 문화전파 루트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은 셈”이라고 평한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25일 이 토기가 발굴된 지역을 “사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발굴도 완전히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출토된 토기의 중요성이 인정돼 사적으로 지정되는 것은 유례가 드물다.

정선아리랑의 탄생지인 정선군 북면 여량2리 아우라지 지역. 정선군은 두 강물이 만나 어우러진다는 의미에서 ‘아우라지’로 불리는 이 일대 3만7000여 평에 대해 아리랑을 주제로 한 관광단지를 만들기로 하고, 최근 시굴(試掘)을 했다. 강원문화재연구소(소장 지현병)가 시굴한 결과, 청동기시대 대형주거지(내부면적 47평)와 고인돌 3기 등이 발굴됐다.

고고학계를 경악시킨 것은 대형주거지에서 나온 ‘각목돌대문토기’였다. 완형에 가까운 1점과, 각목돌대문토기조각 등 모두 9점 정도가 나왔다. ‘조기(早期) 청동기시대’의 대표적 유물로 꼽히는 이 토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압록강유역과 함경도일대 동북지역 등 북부지역과 경남 진주 남강유적에서 출토됐다. 이건무 국립중앙박물관장이나 이영문 교수(목포대) 등은 “하남 미사리유적 등 중부지역에서도 나왔지만 각목돌대문토기 조각 정도만 나왔기 때문에 ‘조기 청동기문화’의 전국적 확산을 지금까지는 주장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토기가 강원도 정선에서 나왔다는 것은 ‘조기 청동기문화’가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을 뜻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위원인 이강승 충남대 교수는 “아우라지유적은 조기 청동기문화가 한반도 동북부 지역에서 남부로 전파되는 양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조기 청동기시대는 ‘서기 전 10~8세기’ ‘서기 전 16~13세기’ 등 의견 차이가 있지만, 청동기시대 최(最)초반기를 말한다.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 출현하는 등, 청동기시대는 우리 민족사 형성의 중추적 시기로 평가된다.

(조선일보 / 신형준 기자 200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