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특집 “금광, 지구환경 훼손 심각”

《인류의 역사는 금과 함께 흘러왔다. 하지만 황금에 눈이 먼 인류는 그동안 무수한 금광이 쏟아놓은 배설물들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한 달간의 취재를 통해 전 세계 금광의 실태와 그로 인한 지구촌 환경폐해를 파헤친 뒤 24일 특집기사를 실었다. 미국 네바다 주에서는 금 1온스(31.1035g)를 얻기 위해 100t이 넘는 흙이 깎이고 30t이 넘는 암석이 채굴된다. 현재 금 1온스는 460달러(약 48만5000원) 정도.》

▽ 더러운 금 ? = 세계적으로 금 광산들이 하루에 파내는 흙과 암석의 양은 50만 t에 이른다. 파헤쳐진 땅과 화학처리된 암석가루는 광산 주변을 사막화하고 식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가장 큰 해악은 금을 분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은과 시안화물에서 나온다. 대다수의 금광은 암석 가루를 시안화물 용액에 잠그는 시안법과 수은을 사용하는 아말감법을 혼용해 쓰고 있다.

문제는 시안화물과 수은이 핵폐기물과 맞먹을 정도의 유독성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중화도 거의 되지 않는다는 점. 이는 대기에 쉽게 증발되고 물에도 쉽게 녹는다.

2000년 루마니아에서 금광 폐기물이 다뉴브 강 지류로 흘러 1000t 이상의 물고기가 죽고 유독물질이 2600km 떨어진 흑해까지 흘러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1995년에는 남미 가이아나에서 79만 갤런의 시안화물 폐기물이 에세퀴보 강을 오염시키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이런 오염사고는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한 환경단체는 뉴욕에서 “더러운 금은 안 된다”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 환경부담금이 금값을 결정한다 ? = 지금까지 금값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는 희귀성과 금을 채굴하는 데 들어가는 사회적 노동력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금 채굴 비용이 줄어드는 대신 ‘환경 파괴에 대한 보상’이 새로운 비용으로 추가되고 있다.

금광들은 세계적인 비난 때문에 더는 폐기물 처리를 방관할 수 없다. 폐기물을 처리하고 나무를 심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많은 거대 기업은 가난한 나라들로 진출하고 있다. 전 세계 금 생산량의 70%가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나라들도 환경 훼손을 방관하지 않는다.

세계 5위의 광산업체인 캐나다 ‘플레이서 돔’은 최근 금광 폐기물이 강과 바다로 흘러가 산호초까지 파괴시킨 혐의로 필리핀 정부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동아일보 / 주성하 기자 2005-10-26)

개도국·후진국 ‘전자 쓰레기’ 식민지화

개도국과 후진국이 전자쓰레기 하치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4일 바젤행동네트워크(BAN) 보고서 ‘디지털 쓰레기’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후진국에 가는 미국산 중고 디지털 장비 대부분이 재사용이나 수선이 불가능하다.

미 재활용업계는 이런 물건을 ‘디지털 차별에 가교를 놓는다’는 명분으로 기부ㆍ수출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가교’가 유해물질 수출의 파이프 라인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말레이시아에서는 중고TV가 어항으로 활용되고, 모니터가 유리 부족난을 메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경우 수도 라고스 항에 매달 40만대의 중고컴퓨터가 하역되지만 그 중 75%는 쓰레기로 버려진다.

전세계에서 1년간 쏟아지는 전자쓰레기는 약 5,000만톤. 올해 미국에서만 6,300만대의 컴퓨터가 폐기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전자쓰레기 50~80%는 규제를 받지 않고 중국 인도 파키스탄에 유입된다. 1990년 조인된 바젤협약에 따라 유해폐기물의 국제교역이 금지돼 있어 거래명목은 ‘재활용 금속’등으로 바뀌어 오간다.

선진국 업자들은 높은 폐기비용을 피해 후진국 업자들에게 톤당 100달러의 뒷돈까지 주며 수입시킨다. 가령 PC 1대 폐기비용은 미국이 20달러, 인도는 2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진국 업자들은 전자쓰레기를 재활용하거나 금 은 크롬 니켈을 추출해 이중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문제는 전자쓰레기가 심각한 환경오염원이란 사실이다. 컴퓨터 모니터 한 대에는 인체에 유해한 3.6㎏의 납 플라스틱 카드뮴 등 중금속과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미 환경단체들은 이미 컴퓨터 모니터 TV 등 전자쓰레기를 최대 공해주범으로 지목해 놓은 상태다. 이런 오염은 재활용시스템이 거의 없는 후진국에서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BAN은 2003년 보고서에서 미국 쓰레기가 중국 환경을 멍들게 한다고 비판했지만 양상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환경보호기구(EP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재활용품 수출의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 8월 전자쓰레기의 빈국 유입을 막는 수단으로 모든 전자제품의 생산자 수거 의무화를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일보 / 이태규 기자 200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