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에 대해 소유권 주장한다면?

칭화(淸華)대학 석사과정에 있는 샤오바이(小白)란 친구와 북한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북한이 붕괴됐다고 가정했을 때 그 소유권을 중국이 충분히 주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아찔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중국 친구의 논리에 따르면 연변일대의 조선족과 조선(중국에서는 ‘북한’을 ‘조선’이라고 부른다) 인민들이 혈통이나 역사적으로 서로 같고 고구려 유적이 중국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됨으로써
고구려사에 대한 객관적인 고증면에서도 북한지역에 대한 역사적인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 식량 · 에너지등 많은 경제 · 군사적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북한에 대해 식량 · 에너지 등 가장 많은 경제 ·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중국이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김일성의 항일업적에 대해 언급하며 항일투쟁전선에서부터 사회주의 건립, 그 후 성장과정 등 체제적인 공통점과 유사성 등을 거론한다.

대북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불완전한 우리나라의 여건을 생각할 때, 또 같은 민족이라고는 하지만 북한이나 김일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로서는 반박할 만한 근거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백두산과 압록강, 두만강 일대의 북한과 중국의 국경 일대를 둘러보다 보면 양국의 국경경계가 생각보다 불분명하고 흐릿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어쩌면 양국 국민들간에는 더 긴밀한 사회주의국가로서의 유대의식이 흐르고 있는 듯도 하다.

물론 지금은 탈북자가 급증하면서 국경경계가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압록강과 두만강의 지류가 흐르는 곳은 정말 지척을 사이에 두고 양국의 국경이 갈라지고 있으며 조선족이 사는 중국 마을인 경우 언어 · 문화상으로 북한과 구분하기 힘들고 국경의 의미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56년간 혈맹적 우호관계…의존도 갈수록 심화

북한과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되고 6일째인 1949년 10월 6일에 국교를 수립했으며 이후 56년간 혈맹적 우호관계를 쌓아왔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혈맹관계가 실리적 외교관계로 전환되었지만 북한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이다.

2000년 3700만달러이던 북한의 대중국 교역규모는 2003년 10억2000만달러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기에 매년 50만톤 규모의 원유와 30만톤 내외의 식량지원까지 합치면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지도 않고 하나의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개정도, 폐지도 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베이징을 관광하는 수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북한식당의 예쁜 여성복무원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고 그녀들이 부르는 <반갑습니다>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고 흥에 겨워 팁을 건네기도 한다.  
하물며 베이징국제학교로 진입한 탈북자들을 위해 교민들은 입을 옷과 먹을 음식을 장만해서 전달하기도 하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문화된 조항을 너무 많이 내포하고 있는 지난 시대의 낡은 유물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칭화대학에는 공대를 중심으로 약 20여명의 북한 유학생들이 있었는데 중국어 수업을 함께 듣거나 유학생 환영회나 환송회 자리에 참석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국가보안법을 어기고 그들과 접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통일 · 북한에 대한 인식전환 필요

자주 만나다 보니 안면을 익히는 학생도 있는데 그 중에는 간담회 자리에서 자주 저우화지엔(周華健)이 부르고 안재욱이 번안해서 국내에서 유행하기도 한 <친구(朋友)> 라는 노래를 잘 부르는 김일성대학 출신의 북한 유학생이 있었다. ‘친구야 일생을 함께 걷자’는 노래가사 속의 ‘친구’가 과연 중국과 우리나라 중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단언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에서 살며 식탁보 대신으로 중국 지명을 익히기 위해 중국지도를 펼쳐 놓았는데 밥은 베이징에 놓고 반찬은 항저우에 놓고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중국지도 곁에 우리나라가 그려져 있었는데 주로 국 그릇이 놓이는 자리였다.

중국지도는 웬만한 진수성찬이 아니면 가득 채우기가 힘들지만 우리나라는 국 그릇 하나면 남북한이 쏘옥 숨겨지고 말았다. 통일에 대한, 북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남북한을 합쳐도 국 그릇 하나면 보이지가 않는다.

베이징=국정넷포터 김대오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난입니다.

※ 국정넷포터가 쓴 글은 정부 및 국정홍보처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국정브리핑 200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