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 60주년] 전과자 '마음'을 붙잡다

"내 몸을 붙잡은 경찰은 많았지만 내 마음까지 붙잡은 경찰은 강 형사님이 처음입니다.

"16세 때 절도 혐의로 수감된 이후 유년기를 빼고는 인생의 절반을 교도소에서 허비한 '별'16개의 권도한(57·가명)씨. 가정도 직업도 희망도 없었던 권씨에게 세상은 아득한 벽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권씨가 곧 대형 보험회사의 대리점주가 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권씨의 '인생역전'은 지난해 2월 부산 강서경찰서 수사과 강봉주(38) 경장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됐다.

권씨와 강 형사의 만남은 절도 혐의로 수배 중인 용의자와 담당형사라는 '악연'으로 시작됐다.

강 형사에게 붙잡힐 당시 권씨는 오랜 수감생활과 도피생활로 몸과 마음이 피폐한 상태였다.

고혈압과 담도 결석 등으로 수술도 4번이나 받은 터였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권씨가 통증을 호소하자 강 형사는 선뜻 자비를 털어 병원 진료를 받게 해주고 약도 타다 주었다.

자신을 실적물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해줬다고 느낀 권씨는 이내 강 형사에게 마음을 열었다.

1년6개월의 형을 선고받은 권씨가 부산교도소에 수감되면서부터 강 형사의 옥바라지가 시작됐다.

강 형사는 틈틈이 교도소를 찾아와 내의도 사주고 사식과 영치금도 넣어줬다.

10여통의 편지도 주고받았다.

무엇보다 권씨가 힘들고 외로울 때 포기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줬다.

지난 8월 출소한 권씨가 오갈 데 없자 강 형사는 박봉을 쪼개 경남 김해에 월 25만원짜리 사글셋방을 구해줬다.

휴대전화와 옷도 사줬다.

권씨는 지난 2003년에 취득한 손해사정인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일정한 기반이 없는 권씨에게 자격증은 무용지물일 뿐이었다.

이에 강 형사는 수소문 끝에 한 생명보험회사에 권씨를 소개시켜줬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보증도 섰다.

대리점 개설에 필요한 점포와 집기류는 회사 측에서 모두 부담한다는 조건이었다.

권씨는 오는 12월 김해에서 생명보험회사 대리점을 연다.

권씨에게 강 형사는 새 삶을 열어준 인생의 은인이다.

강 형사는 권씨 외에도 2명의 전과자를 뒷바라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연을 묻는 기자에게 아닌 체 하다 교도소로 오간 권씨와의 편지를 제시하자 사실들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강 형사는 큰 덩치만큼이나 인정이 많은 것으로 주위에 잘 알려져 있다.

"나이도 많으신 분이 딱해 보여서 조금 도와 드린 것뿐인데…. 주위에는 저 말고도 남모르게 선행을 베푸는 경찰들이 많습니다.

" 잠복근무를 위해 신발끈을 죄던 강 형사가 한 말이다.

(부산일보 / 박태우 기자 2005-10-21)

어느 경찰관의 `아름다운' 야근

5년째 야학교사로 활동하는 최홍철 경사

"학생들이 일 마치고 피곤할텐데 수업 내용을 하나도 안 놓치려고 귀기울이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요"

5년째 야학 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대구 달서경찰서 월배지구대 최홍철(48) 경사는 학생들 자랑을 늘어놓으며 "저는 별로 한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걸요"라며 쑥스러워했다.

지난 82년 경찰에 입문한 최 경사가 야학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달서경찰서 정보과에 근무하며 늦깎이 대학생활을 하던 2001년.

최 경사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을 가지 못했다가 지난 2000년 직장인 특별전형으로 계명문화대학 통상학과에 입학, 이듬해 계명대학교로 편입을 했다.

"우연히 캠퍼스 게시판에서 `혜인학교' 야학교사 모집공고를 보게됐어요. 예전의 저처럼 못다한 공부의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문을 두드렸죠"

처음에는 자신보다 10~20년이나 어린 야학교사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았고 경찰서 정보과에 근무한다는 것 때문에 혹시 학생운동 `사찰'을 나온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과 끈끈한 정을 쌓게 됐고 젊은 교사들과도 나이를 뛰어넘어 스스럼없는 친구가 됐다.

최 경사가 맡은 과목은 사회과목. 그간 1주일에 1~2번씩 중.고등학교 수업을 담당해오다 1년 전 지구대로 옮겨가면서 일정치 않은 근무시간 때문에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특강을 하고 있다.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아 이해력이 떨어지는 5,60대 학생들에게는 주말에 따로 `보충수업'을 해주기도 한다.

"3~4시간씩 쉬지 않고 강의를 하다보면 목이 칼칼해지고 몸이 쳐지지만 학생들이 교실문을 나서면서 `선생님 고생 많이 하셨어요' 한마디에 피로가 싹 가십니다"

포기하지 않고 공부에 도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용기를 얻어 현재 대학원에서 경찰행정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홍철 경사.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을 돕는 야학교사 일이 제 업무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나은 치안서비스를 위해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니까요"

(연합뉴스 / 이주영 기자 2005-10-20)

‘친자식 처럼’ 외로운 독거 노인 도와

성동경찰서 신당지구대 사건대응팀 원필호 경사

“처음에 독거노인들을 만나 뵐 때는 참 어색했어요. 그러나 자주 찾아뵙고 3년이나 지나자 지금은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성동경찰서 신당지구대 사건대응팀의 원필호(42) 경사는 관내 70~80대 독거노인 3명을 돕고 있다. 모두 연고자가 없고 2~3평짜리 단칸방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생활보호대상자들이다.

원 경사는 지구대 주변의 독거노인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3년전부터 꾸준히 찾아다니며 필요한 생필품을 전달해주고 순찰을 돌때나 근무 외 시간에도 찾아가 말동무를 하는 등 친자식처럼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그는 “노인들에게 어쩌다가 양말이라도 한 켤레 선물하면 두 켤레를 사들고 지구대를 찾아온다”면서 “내가 돕는다는 생각보다 세심하게 신경써주는 노인들이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꾸준히 노인들을 찾아가 말벗이 되어주는 등 원 경사의 선행이 소문나자 돕는 이들이 생겼다.

지역 특성상 동대문 지역 의류상가가 밀집해 상인들이 팔고 남은 옷들을 원 경사에게 제공해줬다. 최근에는 관내 보건소의 협조를 얻고 주머니를 털어 이빨이 성치 않은 한 독거노인에게 틀니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원 경사는 “이가 성치 않아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것을 보니 무척 안쓰러웠다”면서 “다행히 생활보호대상자들이라 필요한 서류를 구비한 뒤 큰돈을 들이지 않고 틀니를 해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들이 관절염 등 여러 병 등을 앓고 있는데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구대 경찰관은 2~3년을 근무한 뒤 다른 부서나 지구대로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원 경사의 선행이 조금씩 소문이 퍼지자 성동경찰서장도 이에 감동해 원 경사의 신당지구대 근무를 연장해줄 정도다.

원 경사는 “독거노인들을 돕다보니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심정을 더 이해하게 됐다”며 “더 많은 분들을 돕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들을 돕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말동무 필요할 때 찾아뵙고 손 잡아드리는 것”이라면서 “경찰로 근무하는 동안은 주위에 어려운 이웃들을 돕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내일신문 / 오승완 기자 200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