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한국산?…못말리는 ‘짝퉁 車이나’

중국에서 밀수된 가짜 자동차 부품이 나돌고 있다.

지금까지는 현대·기아자동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나돌더니 최근에는 개별 부품업체의 브랜드를 단 가짜까지 유통되고 있다. 업계가 자체 적발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어 자동차 부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말도 나온다.

○ 최근 터보까지 中모조품 들어와 ‘안전’ 위협

자동차 부품 ‘터보’를 생산하는 하니웰코리아는 최근 자사 브랜드인 ‘가레트’ 터보의 중국산 모조품 10여 개를 발견하고 유통 경로 조사에 들어갔다. 하니웰코리아는 조만간 이 모조품을 소유하고 있던 판매업체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할 예정이다.

터보는 일부 운전자가 엔진을 ‘튜닝(자동차 성능 개조)’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부품. 따라서 가짜 부품이 대량 유통되면 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하니웰코리아는 “제작 형태가 조잡하고 재질이 떨어져 가짜를 사용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중국산 ‘짝퉁’ 부품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회사는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218억 원어치의 가짜 부품을 적발했으며 올해에만 18차례에 걸쳐 29억 원어치의 중국산 가짜 부품을 국내에서 찾아냈다.

○ 가짜 車부품 올들어 세관서만 49억 원어치 적발

관세청에 따르면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고 수입하려다 적발된 중국산 가짜 자동차 부품은 올해만 49억 원어치나 된다.

가짜의 종류도 다양하다. 브레이크 패드, 클러치 등 내장 부품은 물론 EF쏘나타의 자동차 범퍼 등 외장재까지 가짜가 나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 과정이 복잡한 부품은 가짜가 거의 없지만 간단하고 작은 부품은 모양과 로고를 중국에서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8월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적발된 가짜 브레이크 패드 공장에서는 완제품 2000개와 현대·기아차 라벨 1만7000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 외관도 그대로 베껴 업계 소송 등 대응 골머리

중국에서 이미 자동차까지 모조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중국 체리자동차의 ‘QQ’는 GM대우차의 구형 마티즈를 거의 그대로 본떠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마티즈의 차문을 QQ에 달아도 맞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

쌍용자동차는 ‘뉴 렉스턴’을 거의 똑같이 모방한 중국 수광(曙光)자동차의 ‘아오룽’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둥펑(東風)자동차의 ‘샤오왕쯔(小王子)’는 현대자동차 엑센트의 차체에 구형 아반떼의 해드 램프를 달아 놓은 ‘퓨전형 짝퉁’이다. 한국자동차의 인기가 올라가자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환경을 이용해 중국 내에서만 유통되던 가짜 한국자동차 부품이 이제는 국내까지 흘러들어 오고 있다는 것. 동남아나 중동으로 수출된 한국산 중고차에 사용하기 위한 가짜 부품이 중국에서 해외로 수출되기까지 한다.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시장조사단을 구성해 가짜 부품 적발에 나서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장윤경 이사는 “자동차 부품 교체를 의뢰할 때는 운전자가 꼭 상자에 검사필증과 위조 방지 홀로그램이 붙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가짜 부품 사용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 / 주성원, 손효림 기자 2005-10-18)

중국산 ‘미투’과자 수입 국내 파장

최근 오리온 등 일부 제과업체가 중국산 과자를 역수입해 공급하면서 국내 제과시장이 중국산 과자 회오리에 휩싸였다.

피해를 입고 있는 국내 제과업체가 소송을 준비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제품은 오리온의 파이류 과자인 '오 와우'와 '카스타드'다. 또 롯데제과도 구체적인 제품을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일부 제품을 중국 칭다오 현지공장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이 중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오 와우'는 해태제과 '오 예스'를 모방한 '미투제품(me too)'이고 '카스타드'는 롯데제과 '카스타드'를 베낀 제품이다. 둘 다 국내 유명 제과업체 유사제품이란 점에서 쉽게 남의 성공에 기댈 수 있고 신제품보다 리스크가 적어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들 제품이 중국에서 값싸게 제조돼 국내 유통질서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것과 국산 유명 제품과 워낙 비슷해 소비자들이 중국산인 줄 모르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특히 소비자들은 "중국산 식품이 문제가 되고 있는 판에 과자까지 수입되고 있는 줄은 몰랐다"며 "국산과 구별하기 어렵게 돼 있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해태제과 등 경쟁업체들은 "이 업체들이 국산 유명제품의 인기에 편승하는 모방전략을 쓰는 바람에 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며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중국산 모방제품으로 저가공세를 펼 경우 대응하기 어렵다"며 "제과업계가 미래지향적인 경쟁을 통해 제품의 품질을 높여 나가야 하는 데도 값싼 중국산을 동원해 경쟁하려는 구태는 이제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태제과는 오리온의 '오 와우'에 대해 '부당경쟁행위 가처분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이다.

소비자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 할인점에서 만난 한 주부는 "오리온이란 브랜드가 붙어 당연히 국산인 줄 알았다"며 "비슷한 동일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해 구매했지만 중국산이라면 아예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 먹거리까지 중국산이 들어 올 줄 몰랐다"며 "제조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제품 포장지에 원산지 표시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크게 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측은 "우리가 운영중인 중국공장에서 수입해 오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이는 시장 논리에 충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저가 중국산 공세가 지속되면 결국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제과업체 생산담당 임원은 "원가가 싼 중국산 제품들이 국산인 것처럼 계속 유통될 경우 다른 제과업체들도 모두 중국에서 과자를 생산해 들여올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업계 전문가는 "제과업체들이 이런 형편을 알면서도 살아 남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진 만큼 결국 이런 문제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중국산인 오리온 '오 와우'(왼쪽). 해태제과의 '오예스'와 비슷하다.

(파이낸셜뉴스 / 이성재 기자 2005-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