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연구재단, 동북아역사재단 흡수 통합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을 동북아역사재단(가칭)에 흡수·통합하려는 정부 방침(<한겨레> 9월26일치 2면)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 고구려사왜곡대책특위(위원장 정의화)는 19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열어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현황보고를 안건으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동북아역사재단과 고구려연구재단의 통합문제가 주된 관심거리였다. 여야간 미묘한 차이는 있었지만, 참석 의원들의 대세는 반대와 우려로 기울었다.

정병국 의원(한나라당)은 동북아역사재단의 설립부터 반대했다. “외교통상부는 국가간 미묘한 문제를 전략적으로 조정하는 곳인데, 여기에 (동북아역사재단을) 두면 학술적 연구기능과 외교적 정책기능이 뒤섞인다”는 논리였다. “고구려연구재단 역시 큰 방향만 잡고 연구기능은 (대학 등) 외부로 넘겨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재단을 정부 외곽에 두고 그 결과를 활용해 외교부가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영숙 의원(한나라당)은 두 재단의 통합에 반대했다. “두 재단이 합쳐져 외교부 산하로 들어가면, 학문적 연구결과가 곧 정부의 입장이 된다”며 “여러 혼란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외교적 입지를 좁히는 위험을 감수하고 통합하려는 명분이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반대론에 대해 외교부·교육부 등에서 나온 당국자들은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규형 외교통상부 차관은 관련 답변을 조중표 바른역사정립기획단 부단장에게 미뤘다. 조 부단장은 “국가전략의 테두리에서 역사문제를 연구해 상승효과를 내야 한다”며 두 재단의 통합 필요성을 설명했다. “고구려연구재단의 기능이 축소되는 일 없이 동북아역사재단 산하의 연구소 형태로 통합하기로 부처간 협의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책과 학문의 분리’ 논리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열린우리당)도 “(두 재단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외교부 아래에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기금을 내는 민간재단으로 구실할 수 있도록 지혜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동북아 역사문제를 총괄하는 동북아역사재단 설립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고구려연구재단을 흡수·통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고구려연구재단 쪽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논란은 관련 법안을 심사·처리할 국회에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겨레신문 / 안수찬 기자 2005-10-19)

고구려연구재단 “동북아역사재단과 통합 반대”

고구려연구재단을 동북아역사재단(가칭)에 흡수·통합하려는 정부 방침(<한겨레> 9월26일치 2면)에 대해 고구려연구재단이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김정배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장은 1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간연구기관의 위상을 가진 고구려연구재단을 외교통상부 산하의 정책·연구 기관에 통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한 동북아역사재단은 동북아 역사왜곡 및 독도 문제 등에 대한 장기·종합적 정책 수립과 연구를 위한 정부 출연 상설 전담기구를 표방하고 있다. 재단설립 추진 과정에서 정부는 중국 동북공정에 맞선 고구려연구재단을 여기에 흡수·통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는데, 고구려연구재단이 이번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9월 중순과 하순에 걸쳐 청와대 및 교육부 관계자 등을 만나 (흡수통합 방침)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며 “그 자리에서 곧바로 (통합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반박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이사장은 “외교·안보 차원의 정책수립을 위해 동북아시아 역사 문제를 함께 다룰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외교부 산하에 따로 기구를 만들고, 고구려재단은 고구려 및 독도 문제를 아우르는 민간 차원의 학술연구기관으로 확대·재편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기능과 연구 기능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최광식 상임이사는 “역사문제를 외교부 아래로 끌고가면, 민간 차원에서 진행했던 중국·북한 등과의 학술교류가 오히려 힘들어진다”며 “많은 역사학자들도 연구기관이 외교부 산하로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국회 고구려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는 오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출석시켜 전체 회의를 열 계획이다.

(한겨레신문 / 안수찬 기자 2005-10-17)

동북아역사재단 vs 고구려연구재단

외교부-교육부, '역사' 주도권 싸움

외교통상부(장관 반기문)를 주축으로 추진되고 있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연내 출범을 예고한 가운데,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중국의 고구려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 4차 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외교통상부 장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등이 참석해 중국의 교과서 왜곡 현황과 고구려 유적보존 등에 대한 보고와 함께 동북아역사재단 설립을 둘러싼 현안들이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동북아역사재단법안이 지난 8월 입법예고됨으로써 이른바 '동북공정'에 대응해 고구려사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표방하며 지난해 3월 출범한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의 향후 진로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외교부는 독도문제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처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동북공정을 포괄하는 동북아 역사문제 전반에 대해 종합적인 연구와 전략수립을 전담하는 산하기관으로 '동북아역사재단'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의한다면 기존 고구려연구재단은 그 활동 영역이 급격히 축소되고, 심지어 해체되거나 동북아역사재단으로 흡수통합될 지도 모르는 처지에 몰리게 됐다. 고구려연구재단이 동북아역사재단 출범을 방관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항해 고구려연구재단은 '학문과 정치는 분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 학술적 연구기능이 대외 전략을 책임지는 정책부서인 외교통상부 산하로 배당되는 데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인 셈이다.

즉, 국가의 가장 미묘한 대외 전략인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부 산하기관으로 동북아역사재단을 둔다면, 역사교육과 연구의 문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학문의 순수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로 연구기능이 이관되면, 순수 민간차원의 학술교류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소지가 있고, 현재까지 추진해온 한ㆍ중학술교류나 남북간학술교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중국이나 북한 역사학계가 정부기관과 교류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내세운다.

또한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할 때는 한ㆍ중이 손을 잡을 수 있고, 중국의 역사왜곡 대응시에는 한ㆍ일이 필요에 따라 협력할 수도 있는데, '동북아역사재단'을 통해 한국 정부가 일본ㆍ중국의 역사왜곡에 일괄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외교적인 창구가 협소해 질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인다.

고구려연구재단 최광식 상임이사는 "외교부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정책적으로 대응하면 되고, 역사 재단에서는 학술연구에 치중하는 것이 옳다"며 외교정책과 역사연구의 분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외교부와 청와대 시각은 완고하다고 알려졌다. 외교부는 단순히 연구업무만 수행하는 일반 연구기관과 달리, 연구에 따른 외교전략수립 등 정부 정책결정 기구와 연계하는 '통합적 조정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역사왜곡 및 독도 등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수립과 연구를 위한 상설전담기구를 설치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 관료와 학계전문가 등 12명으로 구성된 '동북아 평화를 위한 바른역사정립기획단'이 출범해 동북아역사재단의 설립을 준비해왔다.

나아가 고구려연구재단이 내세우고 있는 "학문과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논리 또한 재단이 그동안 보인 행태가 외려 학문과 정치를 분리하는데 실패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기도 한다.

현재 국회 내에서도 교육위원회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 김용래 기자 2005-10-17)

내년 설립 ‘동북아 역사재단’ 고구려연구재단 통합한다

정부는 내년 1월 설립을 목표로 추진 중인 ‘동북아역사재단’(가칭)에 기존 고구려연구재단을 흡수·통합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북아평화를 위한 바른역사정립기획단’(바른역사기획단·단장 김병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관계자는 25일 “국회와 관련 학계·시민단체의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고구려연구재단 쪽과 협의 중”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바른역사기획단은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동북아 역사왜곡, 독도 문제 등에 대한 장기·종합·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연구를 위한 정부 출연 상설전담기구 설립’을 목표로 4월20일 발족해 그동안 동북아역사재단 설립을 준비해 왔다.

정부는 26일 차관회의, 27일 국무회의 보고 등의 절차를 밟아 이런 방침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입법예고한 ‘동북아역사재단법’(안)을 다음달 초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국회의 법 제정 절차 등이 마무리되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3월1일 발족한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은 이사회 결의 등 관련 절차를 밟아 발전적으로 해소하게 된다.

동북아역사재단법안을 보면, 재단은 관련 부처의 공무원 및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외교통상부 산하의 대규모 민·관 합동기관으로 출범하게 된다. 정부는 또 이 재단이 연구 기능만 맡는 일반 재단과 달리 ‘연구-전략-실행’이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동북아 관련 전략수립의 통합·조정기구’로 기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바른역사기획단은 애초 동북아역사재단을 고구려연구재단과 별도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역사학계·시민단체와의 논의 등을 거쳐 지난달 말 고구려연구재단을 흡수·통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고구려연구재단의 지휘·감독을 맡아온 교육인적자원부는 해마다 50억여원의 예산을 지원해 왔으나, 내년에는 관련 예산을 책정해놓고 있지 않다.

신주백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동북아역사문제는 특정 국가가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안정 및 평화체제 구축과 연관된 것”이라며 “지금 한·중·일·대만, 그리고 남북 문제를 아우르는 전략적 싱크탱크 기능을 할 기관이 꼭 필요한 만큼 ‘동북아역사재단’의 방향 설정은 옳다”고 평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구려연구재단의 이사도 “고구려연구재단을 만들 때부터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등 많은 사람들이 동아시아·동북아 역사를 두루 다루는 연구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며 “재단 내부에 일부 반대 의견이 있지만 대체적 흐름은 통합 찬성 쪽”이라고 전했다.

(한겨레신문 / 이제훈, 안수찬 기자 2005-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