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국제 ‘표준’ 선점 치열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표준’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90년대초 휴대전화에는 3개의 표준이 난립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핀란드 노키아의 GSM방식, 미국 모토로라의 CDMA방식, 그리고 일본의 PDC 방식.

10년 표준전쟁 끝에 GSM의 승리로 돌아갔다. CDMA방식과 함께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GSM은 세계 110개국 이상에 보급됐고 시장의 70%를 선점했다.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의 35%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했다.

휴대전화 주파수 특성이 뛰어난 일본의 PDC(Personal Digital Cellular)방식은 기술적 우수성과는 상관없이 국제표준 정책에서 탈락, 시장에서 도퇴됐다. 국내 모 전자회사의 경우 1980년대 세계에서 최초로 4mm 캠코더를 개발했으나 SONY의 8mm 캠코더가 국제표준으로 채택됨으로 개발투자비를 날린 사례도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지 못하면 사라지거나 다른 기술, 특허 등에 로얄티를 지급해야 한다.

겉도는 우리나라 표준정책

열린우리당 김태년 의원은 ‘국가표준심의회의’가 지난 2000년 생긴 이후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는 점을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 국가표준심의회의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국가표준 정책의 종합계획진행 및 조정을 위해 설치됐다.

이처럼 국가표준 정책 및 인증제도에 대한 관리 부재와 국가표준심의회 기능 정지로 부처마다 제각기 규격, 인증 등을 제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증 및 규격의 난립과 동일 품목에 대한 상이한 규격 적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김태년 의원은 “국가표준을 대표하는 KS마크가 있으나 이는 임의인증이어서 강제성이 없다”며 “EU, 일본, 중국 등은 단일 인증마크 실현 등 통합국가규격 및 단일 인증마크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준안정청 설립하자

2003년 표준협회의 ‘국가표준의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국가 표준화의 효과로 연간 6.9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GDP의 1.2% 수준이다.

김 의원은 “부처별로 운용중인 표준, 규격, 안전 등과 관련된 내용을 국제수준에 맞춰 통일적으로 정비할 총괄 정책 조정 기구가 필요하다”며 표준안정청 설립을 제기했다.

새로운 규격, 인증 제정시 표준안전청과 사전 협의 의무화로 국가표준 및 규격의 통일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2008년 세계 6대 표준강국 실현을 위해서는 강력한 표준조직의 설치가 필요하다”며 “표준안전청에 독립적인 예산을 부여하고 조직을 설치해 글로벌 표준 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표준통합도 시급

독일의 경우 동독과 서독이 통일전부터 상호 교류가 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후 표준통합에만 약 180조원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남한의 산업 표준은 KS이고, 북한은 CSK라는 산업표준을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한의 TV는 NTSC, 북한은 PAL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컴퓨터 자판 배열에서도 남북은 완전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각종 기술용어, 계량 단위, 전기의 표준 전압, 기차 신호와 제어 방식 등 산업 전분야에 걸쳐서 확연히 다른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중앙대 신창민 교수의 연구결과 따르면, 남북통일시기를 2000년으로 가정했을 때 통일이후 12년간 최대 3,162억원의 비용이 표준통합에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표준안전청에 남북표준 통일 작업을 전담해 갈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할 것도 주문했다.

한편, 경쟁과 공존관계인 한·중·일 삼국간 표준 협력 체계 구축으로 경제 협력 및 블록대응력을 강화해야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이래저래 국가표준 정책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뉴스 / 김성덕 기자 200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