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동'?..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에 중국동포 일침

"`휘파람', `뻐꾸기'라고 쓰인 우리 글 이름을 단 승용차를 보니 눈물겹도록 반가웠다." 중국의 한 조선족이 북한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뻐꾸기' 사진을 보고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감정이 폭발했다"며 국내 인터넷 매체 자주민보에 기고해 왔다.

그는 `뻐꾸기의 눈물겨운 감동'이란 제목의 글에서 10년 전 국내 방직기계 중개업자가 기계설명을 번역해 달라고 의뢰하면서 겪었던 고충을 털어놓았다.

자신이 오랜 번역 경력을 자랑한다고 소개한 이 조선족은 틀림없이 우리 글인데 그 뜻을 도저히 알 수 없었던 `곶동'이란 단어를 예로 들었다.

한국어 사전에도 없는 `곶동'은 영어의 `Cotton'을 일본인들이 발음(コットン)한 것을 다시 음역해 표기해 놓았던 것.

이 조선족은 "얼마든지 솜, 면화, 면 등 우리말로 의역할 수 있었던 것을 하필이면 음이 부족한 일본어로 엉터리 음역한 것을 다시 한글로 써야 한단 말인가"라고 개탄하면서 "공사장이나 영화계 등에서 변종 일본어를 쓴다는 보도를 접했지만 그때만큼 `일본문화의 잔재'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낀 적은 없다"고 술회했다.

이어 중국에 굴러 다니는 한국산 자동차들의 모델을 일일이 열거한 뒤 "중국인들은 외국식 이름 보다는 `현대차' 등으로 부르기를 좋아한다"며 "우리말 이름과 우리글 표식이 아닌 한국산 자동차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불만을 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국제화 시대고 수출을 겨냥한 제품이라도 기어이 서양식 이름을 달아야 하느냐"며 "우리식 이름을 영어화 한다고 외국인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이 조선족은 우륵이 중국에서 들어온 악기를 연주하니 사람들이 좋다 좋다 하면서도 춤을 추지 않았는데, 그 악기에 근거해 가야금을 만들어 연주하니 사람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를 사례로 들기도 했다.

또 `아내'라는 말 대신 `와이프'라고 해야 현대적이고 고상한 인간으로 보는 엉터리 외래어가 범람하는 한국의 상황도 꼬집었다.

그는 "이런 면에서 반도의 북반부에 고유한 우리말을 살려나가는 깨끗한 땅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왕길환 기자 200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