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는 사이버의병이 지킨다”

세계국학원청년단, 네티즌 열정 이끌어

2004년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비롯된 고구려 유적에 대한 역사침탈로 한·중 대립이 국제사회로 확대되고 있을 무렵,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에 중국의 이러한 주장을 비판하는 논조의 기사가 실려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한국과 중국의 역사논쟁이 한창일 시점에 한국에 우호적인 첫 해외기사였기 때문. 당시 기사에는 바로 1주 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있었던 ‘고구려 지킴이’ 100만인 서명운동 및 역사왜곡 규탄대회에 관한 내용이 실렸다.

“South Korean outrage has boiled over into a nationwide campaign to protest China's claim. University scholars, historians and civic activists have collected more than 1 million signatures…(한국인들은 중국의 주장에 반대하는 범국민적인 캠페인을 불러일으켰으며… 100만 명이 넘는 서명을 모았다) …(중략)… 'The Spirit of Goguryeo is in the hearts of 80 million Koreans,' read a wide banner hung across a park fence in downtown Seoul last week…(지난주 서울의 도심 공원에 ‘고구려의 혼, 8000만 한민족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라는 배너가 걸렸다)…“ <2004. 1. 22 워싱턴포스트>

당시 해외 유력신문에 고구려에 대한 한국의 뜨거운 기상을 알렸던 이 행사의 주역은 바로 현재 '세계국학원청년단'의 모태가 된 인터넷 ‘고구려지킴이(cafe.daum.net/ Goguryeoguard)’의 회원들이었다. 한민족의 중심철학을 연구, 교육하는 순수민국학교육기관인 (사)국학원(www.kook hakwon.org)의 공식 온라인 카페이기도 한 이 카페회원 1만여 명의 지킴이들은 2003년 12월부터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고구려 지킴이’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불과 20여 일 만에 120만 명의 동참을 이끌어내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고구려‘의 기상을 되살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는 인터넷 최강국이라는 한국 네티즌들의 발빠른 대응을 보여준 동시에 젊은층의 공동체의식부재와 사회참여부족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여실히 깨버렸던 하나의 사건(?)이기도 했다.

세계 이목 집중시킨 활동들

이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고구려는 기원전 37년부터 700여 년간 한국의 고대국가였다’라는 제목으로 중국의 허구적 주장을 반박하는 영문서한을 유네스코산하 집행기관인 ICOMOS 회원 및 세계 주요 언론사에 보내는 ‘100만 을지문덕프로젝트’를 전개, ICOMOS 집행위원으로부터 호의적인 답신을 받는 등 국제사회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반인들에게 중국의 동북공정의 음모가 알려지기도 전인 2003년 12월 14일 카페를 오픈, 국제사회에 한국의 분노와 응집력을 이끌어낸 이들의 노력 덕에 애초에 가능성이 낮았던 북한도 이 고구려 유적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중국과 공동 등재되는 쾌거를 거두었다.

고구려지킴이운동을 통해 보여주었던 네티즌들의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는 3월 1일 전 세계 13개국 50여 곳에서 동시에 열렸던 ‘한민족 만세운동’으로 이어졌으며, 이들의 활동은 한민족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실천해나갈 ‘세계국학원청년단’이 공식출범하는 주춧돌이 되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회원들은 공식출범 이후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국경일임에도 대통령이 공식행사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 개천절을 전 세계 한민족의 경축일로 하자는 ‘세계한민족의 날 제정운동’을 비롯, 3·1절, 광복절 태극기몹, 개천절 경축행사지원 등은 이들의 주요 활동무대. 특히, 3·1절과 광복절에 전국을 수놓았던 태극기몹 행사는 해외 교포사회에서도 큰 호응을 얻으며 이들의 활동반경을 해외로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국학원청년단’의 온·오프라인 모임에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국학원은 이들이 한민족의 중심철학을 바탕으로 국제평화리더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매년 여름·겨울 방학을 활용하여 한민족의 철학, 역사, 문화, 무예 등을 배우고 체험하는 ‘리더십캠프’와 ‘평화캠프’를 개최하는 등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젊은 청년들의 감동 어린 활동에 화답하고 있다.

현재 ‘세계국학원청년단’을 이끌고 있는 김순중(29) 단장은 당시 고구려지킴이운동에 참여하다 아예 학교를 그만두고 이 길에 뛰어든 경우. 작년 3·1절 서울지역 한민족 만세운동 행사의 하나인 연극에서 윤봉길 의사역을 맡았다가 22세의 나이에 집을 떠나 24세의 젊은 나이에 목숨을 초개같이 버렸던 그분의 뜨거운 심정에 동감했기 때문이다.

‘신시’ 인터넷에 재현하는 꿈

‘세계국학원청년단’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공식온라인단체인 ‘사이버의병(구 고구려지킴이)’. 올 들어 열성회원 1만을 헤아렸던 고구려지킴이들은 활동의 방향성을 놓고 고심 끝에 원래 이름인 ‘고구려지킴이’를 버리고 ‘사이버의병’으로 개명하고, 카페도 새로운 이름으로 이전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른바, ‘사이버신시(cafe.daum.net/cybershinsi)’. 반만 년 전 고조선에 있었던 신성불가침의 땅, 하늘과 땅, 인간이 조화로웠던 ‘신시’를 21세기 인터넷공간에 재현해 보고픈 꿈을 안고 내건 이름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일 뿐 아니라 세계 제1의 네티즌을 보유한 나라입니다. 붉은 악마를 통해 나타난 폭발적인 에너지, 변화에 대한 도전과 순발력, 잠재된 민족적 자긍심을 지닌 네티즌이 있는 유일한 국가라 생각합니다. 이제 어떠한 중심철학을 갖고 움직이느냐가 중요합니다.”

‘세계국학원청년단’의 비전을 묻는 질문에 김 단장은 “해외동포 자녀들 중 상당수가 역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우리 역사를 제대로 몰라 해외동포 청년들에게도 우리의 중심철학을 적극 알려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우리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으로 남북한과 해외동포들까지 하나로 묶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고구려지킴이운동, 한민족의 날 제정운동, 3·1절 및 광복절 태극기행사, 개천절 경축행사, 기아의 나라 아프리카 니제르 구호운동 등 가볍지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발걸음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건, 어릴 적부터 책에서만 보아온 한민족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의 정신을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직접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뉴스메이커 / 박주연 기자 200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