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北의 목마 전술에 놀아나는 트로이"

美하원 핼핀 전문위원, 한미동맹을 '시신'에 비유

미 의회 내에서 한반도 문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니스 핼핀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이 북한에 유화적인 한국내 상황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하며 현재의 한미관계를 강력히 비판해 논란이 예상된다.

핼핀 전문위원은 11일 미 상원 러셀빌딩에서 열린 한미연구소(ICAS) 주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 배포한 '트로이의 목마 :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한미동맹을 해치는 북한의 성공적인 선전술'이란 글을 통해 한국사회가 우방인 미국에 등을 돌리고 북한과의 화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핼핀 전문위원은 특히 한국 사회와 지도층에 대해 '교육부가 학내 교과과정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6자회담에서 중국의 장단에 맞춰 열심히 악기를 연주한다', '한반도 내 동족의 인권유린에 대해 침묵하면서 유엔 사무총장 후보를 거론하는건 모순'이라는 등의 강도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핼핀 위원은 현재의 한미관계를 '장의사가 관을 봉하기 직전의 시신'에 비유하며, "한국 정부의 한 각료가 헨리 하이드 미 하원 외교위원장에게 '미국은 유일한 우방이지만 북한은 형제'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각료에게 인류 최초의 형제는 카인과 아벨이었고, 카인은 결국 동생을 죽였음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지적했다.

핼핀 위원은 앞서 지난 7일 헤리티지재단 주최 토론회에서 발표한 이 글이 개인적 견해이며, 하이드 위원장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음은 핼핀 위원의 글 요약이다.

『북한은 김정일이 마치 영화 트로이를 봤거나 책을 읽기라도 한듯이 고대 그리스인들이 경탄해 마지않을 정도로 성공적인 것 같은 남한 저해 캠페인을 펼쳐왔다. '남북화해'라는 유혹적인 말을 사용하는 북한의 선전공세는 세계의 부러움을 산 한국의 경제 정치적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트로이에서 처럼 나이든 세대가 가공할 결과를 경고하는 가운데 젊은 세대가 남북 화해와 민족통합의 승리를 열성적으로 기리는 길을 따른다면 번영하는 힘찬 한국은 종말에 다다르고 말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이후 남북화해 노력과 점증하는 한미동맹의 경시 사이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 한국 내에서의 각종 여론조사들을 보면 '양키 고 홈'은 더 이상 북한에만 국한된 구호가 아니다. 광주학살과 386세대의 정치권 진입,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 등 반미, 친북 사상 등장에 있어서의 핵심 사건들은 곳곳에서 충분히 논의됐지만 새로운건 북한이 이들을 한미관계 저해에 악용하는 교묘함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사회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과의 화해를 추구하려는데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남북 화해의 대가가 미국과 그 상징을 거부하는데까지 치러져야 하나? 북한을 기쁘게 하려면 한국을 일제와 전쟁에서 두번씩이나 해방시킨 맥아더장군을 전범으로 낙인찍고, 그의 동상을 무너뜨려야 하는가?

한국 내에서 북한의 이념적 목표를 조장하는 핵심은 전교조이다. 맥아더 동상에 돌을 던지며 철거를 요구하는 젊은이들은 이들이 가르치는 교실에서 역사를 배웠다. 한국 교육부는 학내 교과과정의 통제력을 상실, 미군이 살인자로 규정되고 김일성이 한국을 일제로부터 해방시킨 장군으로 칭송되고 있다. 아시아의 교과서들이 많은 논란과 비탄의 원천임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한국도 미국과의 동맹 유지를 위해서는 다뤄져야 할 교과서 문제가 있다. 각국 정부는 젊은이들에게 주어지는 교과과정이 왜곡된 역사를 담지 않도록 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

6자회담에서도 한국-중국-북한 연합은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떠오르는 중국이 6자회담 음악 연주를 지휘하는 가운데 한국사회는 중국의 장단에 맞춰 열심히 악기를 연주한 것으로 비쳐진다. 일부 한국인들은 중국과의 교역이 미국을 능가해 치솟고 있는 반면 미국과의 교역은 줄고 있는데 주목한다. 한국은 중국의 품안에 떨어지려는 약한 가지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잘익은 사과와 같다.

한국은 무조건적인 대북 화해 추구로 외교계에서는 다소 권위를 잃은게 사실이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에서 동족에게 일어나는 인권 유린에 대해 의미있는 논평을 일체 삼가고 있는 시점에 한국인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건 모순으로 보인다.

남북 경제교류도 그리 잘 되지는 않는다. 남북경제 프로젝트에서의 부패한 관행에 대한 최근 보도들은 미 의회에 향후 그런 프로젝트들에 투입될 미 납세자들의 돈이 제대로 쓰일 것이란 믿음을 주지 못한다.

미국인들이 남한 내 북한의 막후 선전술을 비롯한 한반도에서의 사태전개를 대체로 무시하는 사이 한국 대중들은 민족화해라는 유혹적인 말의 요술에 걸려 오랜 친구에게 등을 돌리도록 고무됐다. 미국은 이런 민족적 요동을 포용하는 차원에서 남한 내 미국인들의 자취를 줄이기 위해 용산 미군본부 이전을 추진하고, 북한 핵문제에 대해 보다 수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도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하고 카트리나에 대대적 지원을 하는 등 지지와 성의를 나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둘 다 너무 미흡하고 늦은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남북대화와 그것이 한미 동맹에 미칠 영향을 보노라면 젊은 시절 시카고에서의 아일랜드식 초상집 밤샘이 생각이 나곤 한다. 동맹이라는 시신이 모두가 지켜보는 방 정면에 눕혀져 있고, 미국은 늙은 아저씨처럼 방구석에서 코를 골고 있다. 한국의 보수파들은 슬픔에 잠긴 유족들처럼 망자를 위해 열심히 기도를 한다. 나머지 한국 사람들은 방 뒤쪽에 서서 '망자는 건달에 주정뱅이였다'라고 음흉하게 속삭이는 북한이라는 불만품은 친척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남은 건 장의사가 관을 봉하기 전에 유족들이 마지막으로 시신을 보는 일 밖에 없다.

내가 틀렸기를 바란다. 외국인으로서 한국 상황에 대한 너무 솔직한 말을 하는게 주제 넘을지도 모른다. 한 한국정부의 각료가 하이드 위원장에게 "미국은 유일한 우방이지만 북한인들은 우리 형제"라는 말을 했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장관에게 인류 최초의 두 형제는 카인과 아벨이었음을 상기시켜주고 싶다. 카인은 결국 동생을 죽였다.』

(연합뉴스 / 이기창 특파원 200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