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AI 감염된 돼지 발견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이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중국 후난(湖南)성 샹탄(湘潭)현 완탕(灣塘)촌에서 이번에는 돼지가 AI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중국 당국을 경악시키고 있다.

9일 홍콩 언론에 따르면, 후난성 농업청의 한 관리가 완탕촌에서 가금류 집단폐사 등 AI 발생 후 이 마을 돼지에 대해 검사한 결과 구강 분비물에서 AI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인 돼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인도네시아에서 AI에 감염된 돼지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마을에선 지난달 한 12세 소녀가 죽은 닭을 먹은 뒤 AI 증세를 보이다 숨져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 보건당국이 공동으로 사인을 정밀 검사중이다.

후난성 농업청은 이번 돼지 AI 바이러스 사례를 위생부에 즉각 보고하고 AI 발생지역 마을의 돼지에 대해 추가 표본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후난농업대학 생물학 전문가는 "돼지는 인간의 유전자와 매우 비슷하고 다른 동물 바이러스가 돼지에 전파돼 변이할 수 있기 때문에 돼지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세계 보건의학계에선 돼지가 조류인플루엔자와 인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섞여 강력한 새로운 독감을 만들어내는 숙주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한편 후난성은 AI 발생지구의 산 닭, 오리 시장을 폐쇄했을 뿐 아직도 가금류 거래를 중지시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 정주호 특파원 2005-11-10)

中랴오닝성 두 곳서 또 AI 발생

중국 랴오닝(遼寧)성 푸신(阜新)시와 진저우(錦州)시의 시골 양계 농가 두 곳에서 또다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신화통신이 9일 보도했다.

이번에 AI가 발생한 지역은 랴오닝성 서북부 푸신시 푸신몽고족(蒙古族)자치현 다반(大阪)진 차오양쓰(朝陽寺)촌과, 앞서 AI가 발생한 헤이산(黑山)과 같은 시(市)인 랴오닝성 서남부 진저우시 난잔(南站)신구 다링(大嶺)촌이다.

신화통신은 지난 6일 폐사한 이 두 마을 양계농가의 닭에 대한 랴오닝성 위생당국의 1차 진단 결과 의사 AI로 나타났으며, 국가AI참고실험실이 2차진단을 통해 H5N1형 AI임을 9일 확인했다고 전했다.

두 지역에서 폐사한 닭은 1천100마리이며 중앙 및 지방 정부 당국이 즉각 면역, 봉쇄 조치를 취하는 한편 두 지점 주위 3㎞ 범위 내에 있는 가금류 50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이들 두 지역에서 또 AI가 발생한 사실이 발표되기 하루 전인 8일 헤이산현 AI 발생지역을 시찰하면서 중국의 AI 억제가 "대단히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히고 AI 확산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두칭린(杜靑林) 농업부장도 현재 일부 지역의 AI 발생 상황으로 볼 때 AI 확산 가능성이 매우 크며 일부 지역에서는 AI의 확산.만연이 확실시된다고 말하고 이는 절대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었다.

(연합뉴스 / 이돈관 특파원 2005-11-10)


사스·조류독감… 적과의 동침史

전염병의 세계사
윌리엄 맥닐 지음/김우영 옮김/아산/392쪽/1만8000원

요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조류독감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일부 변종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인체감염을 일으켜 잇따라 사망자도 내고 있다. 국제학계는 지금의 조류독감이 1918년 전 세계적으로 5000만명을 사망케 한 스페인 독감과 유사하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독감이 사람 대 사람으로 퍼져나가면 740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선을 화성에까지 보내는 영리한 지구인들이 1만분의 1㎜의 생물체 앞에선 초라하기 그지없다.

인류 역사에서 전염병은 세계화의 그림자를 밟아왔다. 1346년 몽골군이 크림 반도의 카파를 포위 공격할 때 몽골군 안에서 페스트가 발생했다. 몽골군은 곧 퇴각했으나 유럽의 진짜 재앙은 이때부터였다. 유럽에 유입된 페스트는 1350년까지 4년 동안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1521년 스페인의 코르테스는 단 600명의 병사로 인구 수백만의 아스테카 제국을 정복했다. 코르테스의 무기는 전염병이었다. 이후 120년 동안 멕시코와 페루는 유럽인이 지난 4000년 동안 겪었던 전염병을 순차적으로 앓았다. 천연두, 홍역, 발진티푸스, 인플루엔자, 디프테리아 등을 경험하면서 이 지역은 인구가 90%나 감소했다.

19세기 인간에게 가장 큰 위협이었던 콜레라는 인간에게 공포를 안긴 동시에 공중보건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공을 세웠다. 콜레라가 물을 통해 옮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도시에서는 상하수도 시설을 개선하기 시작했고, 이후 도시의 위생상태는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이제 지역간 교류와 교통이 발달하면서 전염병의 피해 규모와 전파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2003년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인 사스(SARS)가 홍콩에서 처음 발견됐을 이틀 만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같은 ‘사스’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가. 조류독감으로 740만명이 죽는 시나리오는 6개월짜리에 불과하다.

더욱이 신종 전염병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신종 전염병의 대부분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감염되는 인수(人獸)공통 전염병이다. 조류독감 인체감염도 닭·오리 등 가금류에만 있던 인플루엔자 유형이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온 것이다. ‘사스’도 박쥐에서 온 바이러스로 규명됐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 유독 변종 바이러스 감염이 많은 것도 그곳이 사람과 동물의 밀집 지역이기 때문이다. 중국 남방 지역은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가축의 90%가 사육되고 있다. 이는 과거 인간과 동물의 생활 환경이 명확히 구분되던 것이 생태 환경의 변화로 서로 섞이면서 균형을 잃은 탓이다.

이 책은 이처럼 전염병이 돌발적이고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사와 생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한다. 논문과 같은 치밀한 분석과 고증 사례들이 과학적 설득력을 높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책 읽기에 집중을 요구한다. 인간이 바이러스·세균과 어떻게 지내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좋은 해답이 될 것이다. 이과학 박사(Ph.D)면서 시카고 대학에서 40년간 역사학을 가르친 저자의 특이한 경력이 이 책에 제대로 발휘됐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 의학전문 기자 2005-10-11)

조류독감 잡으러 김치유산균 印尼갔다

서울대 강사욱 교수팀, 사료첨가제 800㎏ 보내

우리나라 김치에서 뽑은 김치유산균이 인도네시아의 조류독감을 막는 데 한몫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대 강사욱(姜思旭·53) 교수 연구팀은 11일 “조류독감에 효과적인 김치 유산균 배양액을 가축 사료첨가제로 만들어 지난주 조류독감이 창궐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로 보냈다”고 밝혔다.

강 교수팀은 지난 3월 김치 유산균 ‘루코노스톡 김치아이(Leuconostoc kimchii)’ 배양액을 조류독감·뉴캐슬병·기관지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성 복합호흡기질환에 걸린 닭에게 먹였더니 1주일 만에 대부분 완치됐다고 밝힌 바 있다<본지 3월 7일자 A2면 보도>. 이 소식은 북한의 내각기관지 민주조선과 영국 BBC방송,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인용 보도된 바 있다.

강 교수는 “유산균 배양액을 사료 첨가제로 만들어 지난 8월부터 국내 양계농가에 보급하고 있다”며 “조류독감 때문에 폐쇄된 인도네시아 동물원 등지에서 김치 유산균 배양액을 보내달라고 요청, 지난주에 배양액으로 만든 사료첨가제 800㎏을 보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사료첨가제 보급과 함께 조류독감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현재 충북대 모인필 교수팀에 의뢰해 본격적인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 모 교수는 “지난 9월부터 무균상태로 키운 100마리 이상의 닭에게 약(弱)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접종하고 김치 유산균 배양액을 먹이는 공격접종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이달 중 실험이 끝나고 연말까지는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약병원성 바이러스를 실험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조류독감 바이러스로 실험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 모 교수는 “약병원성이라도 기본 구조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같아 실험결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사람에 대한 조류독감 치료제로 개발하려면 해외에서 추가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 이영완 기자 2005-10-12)

전문가 "조류독감 대응책 없다" 경고

조류독감이 아시아에 이어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리고 있지만 백신 등 조류독감 확산을 막을 대응책은 크게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 민간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의 확산이나 인체감염 등을 차단할 즉효약은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유행병이 앞으로 나타날 경우 이를 멈추게 할 약품이나 백신이 충분치 않으며 조류독감의 확산을 지연시킬 기본적 의료장비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민간 전문가들은 최근 몇주간 회의를 갖고 백신과 약품 공급 확대를 요청하는 등 조류독감 대응 노력을 강화해왔다.

마이크 리빗 미국 보건부장관과 미국 대표단, WHO 조류독감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이 창궐하고 있는 동남아 지역을 방문하고 있으며 인체 감염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기 위해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H5N1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는데 있어 실질적인 진전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미네소타 대학의 감염질환 전문가 마이크 오스트홀름은 "조류독감을 일부 지역에 국한해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WHO의 한 관리는 조류독감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많은 나라들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면서 조류독감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모든 국가와 개인들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류독감은 2003년 이후 필리핀 등 아시아 4개국에서 65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최근 러시아를 거쳐 루마니아와 터키 등 유럽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되는 등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데일리 / 조용만 기자 2005-10-12)

조류독감 “인체 감염돼도 적절한 치료 가능”

세계보건기구(WHO)가 조류독감이 사람간에 감염될 경우 최대 7백4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루마니아와 터키 등 유럽에까지 조류독감이 번지는 등 지구촌이 극심한 조류독감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보건 당국도 국내에서 3만명가량이 조류독감에 희생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호흡기 전문의들은 WHO가 제시한 사망자 수는 최악의 사태를 가정한 ‘시나리오’에 불과하며 적극적인 방역과 발전된 현대의학 덕분에 인간간 감염이 이뤄져도 피해가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조류독감, 왜 위험한가 = 2005년 6월 현재까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에 걸려 사망한 사람은 65명이다. 모두 인간 대 인간의 감염이 아니라 닭이나 오리 등 조류에서 인간으로 감염된 경우다. 이 숫자 자체는 미국에서만 매년 3만~4만여명의 노인이 독감에 걸려 사망하는 것에 비해볼 때 위협적이지 않다.

문제는 인간 대 인간의 감염 가능성이다. 조류에서 옮아온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변형, 인간 대 인간 감염으로 발병할 경우 희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세계 보건 당국의 우려다.

특히 조류독감은 철새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전세계에 퍼지기 때문에 효율적인 방역이 어렵고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므로 가족이나 직장 단위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무서운 속도로 감염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서 인간으로 전염됐다는 공식 보고는 없다. 그러나 얼마전 WHO가 발표한 보고서는 이같은 현상이 머지않아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 보고서는 ‘베트남 등에서 조류독감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볼 때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점차 인간끼리의 감염이 가능한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 지나친 공포는 금물 = 일부 호흡기 전문가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으며 이 때문에 지나친 공포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에서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있지만 이는 해당 지역의 위생상태나 방역상황 등이 크게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조류독감이 번지기 시작하면 흔히 거론되는 ‘스페인 독감’도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18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쳐 5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당시는 독감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으며 진단법이나 백신도 개발되기 전이었다. 게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날 무렵이어서 영양 상태가 극히 나빠 막대한 사망자를 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세계인의 영양상태와 면역능력이 크게 증진됐다. 미국과 유럽, 일본과 한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국민들의 체력 수준을 1918년 당시 유럽인의 그것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도 2003년 12월 충북 음성군의 한 양계장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첫 발견된 이후 이듬해 2월5일 마지막 발생일까지 7개 시·도 18개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유행했지만 인체 감염 사례는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박승철 질병관리본부 독감 및 조류독감 자문위원장은 “WHO 등이 발표한 사망자 수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라며 “설령 예방 백신을 맞지 않고 치료약인 타미플루를 복용하지 못해 조류독감에 감염돼 폐렴으로까지 발전하더라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 김준·유신모 기자 2005-10-10)

“우리나라 조류독감 대처 미흡땐 최대 44만명 사망”

우리나라도 조류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악의 경우 44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9일 이같은 내용의 질병관리본부 보고서를 공개했다. 안 의원은 비록 이번 보고서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가상 시나리오라 하더라도 정부는 국가적 차원의 전염병 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변종바이러스 발생이 최악 상황

질병관리본부가 안 의원에게 제출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신종전염병 대응전략 개발에 관한 연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조류독감이 감염될 수 있다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물론 현재까지 사람은 조류독감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 등의 타액이나 배설물을 직접 접촉했을 때만 조류독감에 걸리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들이 걸리는 독감바이러스와 결합해 새로운 변종바이러스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럴 경우 조류독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전염이 가능해 진다.

● 최악의 경우 44만명 사망

질병관리본부는 사람간 감염을 가정, 우리나라가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전체인구 중 1375만여명이 감염돼 이 가운데 44만 1000여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방역조치를 취하더라도 방역의 조치 정도에 따라 9만 2000여명에서 14만 3000여명까지 죽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 아직까지 국내 감염자는 없어

국내에는 사람이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1996년에 이어 2003년 12월 충북 음성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확산됐었지만 닭, 오리 등 가금류만 감염됐을 뿐이다.

그러나 홍콩, 태국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 유럽에서도 사람이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특히 2003년 이후 아시아에 조류독감이 확산된 이후 베트남에서만 4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적어도 65명이 숨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5억원을 들여 조류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50만명분을 확보했고, 올해도 65억원을 들여 25만명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내년에도 25만명분을 구입하기 위한 예산 65억원을 책정했다. 내년까지 100만명분의 백신이 확보된다. 그러나 WHO가 권장한 비축량 150만명분에는 50만명분이 모자란다. 전문가들은 조류독감 최선의 예방법은 살아 있는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를 직접 접촉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신문 / 강충식 기자 2005-10-10)

조류독감 유럽으로 확산 위기

'21세기 흑사병'으로 불리는 조류독감이 터키와 루마니아에서 발생했다고 BBC가 9일 보도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터키.루마니아에서 조류독감 발생 보고가 이어지면서 유럽 확산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터키.루마니아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사회는 조류독감에 대한 공조체제 구축과 백신 확보에 부산하다.

◆ 터키 = CNN은 7일 에게해 연안 발리케시르주 한 마을 농장에서 처음으로 조류독감이 발생해 칠면조 2000마리가 폐사했다고 보도했다. 메흐디 에케르 농림부 장관은 "조류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이 지역의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했다. 인근 마을 전역에 방역 처리를 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1차 조사 결과 이 지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아시아 지역과 유사한 'H5'로 확인됐다. 터키 정부는 이 바이러스가 정확히 아시아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인지 확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와 유럽을 가르는 우랄산맥을 넘어오는 철새들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이곳으로 옮겨 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루마니아 = 터기와 국경이 인접한 루마니아의 세 마을에서 최근 오리들이 조류독감으로 폐사했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마을에서는 가금류 220마리를 살처분했으며 인근 다섯 마을까지 격리하는 등 비상 조치에 들어갔다. 인근 지역 농민들도 "최근 10여 마리의 가금류가 이유 없이 죽었다"고 말해 조류독감 발생 사례가 확인된 것보다 훨씬 광범하게 퍼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 정부는 폐사한 오리들이 정확히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영국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

◆ 부시 대통령 백신 생산 독려 =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7일 조류독감 치료제 생산업체 대표들을 만나 "백신 생산을 늘려 달라"고 당부했다. 뉴욕 타임스는 8일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백신을 구하기 위한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가 입수한 미국 정부의 조류독감 대비 문서 '최종 계획서'는 "아시아에서 대규모 발병이 시작되면 이르면 몇 주, 늦으면 몇 달 내로 미국으로 옮겨올 수 있다. 조류독감이 미국에서 발생할 경우 190만 명까지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초안은 최악의 경우 850만 명이 입원하고 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이 4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초안은 또 6개월 이내에 백신 생산을 10배로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이클 레빗 보건부 장관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초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 9일자는 세계보건기구(WHO) 리처드 브라운 박사의 평가를 인용해 "한국은 조류독감에 대처할 모의실험을 하는 등 준비를 잘하고 있는 나라"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 이은주 기자 2005-10-10)

조류독감 ‘대륙간 전염병’ 우려 확산

아시아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가 대륙간 전염병(pandemic·팬데믹)으로 돌변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루마니아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 이어 터키에서도 칠면조가 집단 폐사해 아시아의 조류독감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이미 유럽으로까지 건너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조류독감에 대비하기 위해 국제 대책회의를 주선하는가 하면 마이클 레빗 보건장관을 동남아시아로 급파했다. 그러나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류독감이 ‘살인 독감’으로 비화될지를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 조류독감 유럽 확산 = 게오르게 플루투르 루마니아 농무장관은 지난달 말 루마니아 동부 다뉴브 삼각주의 한 농가에서 오리 3마리가 폐사했다고 7일 밝혔다. 샘플 조사 결과 조류독감 항체가 발견됐다고 그는 말했다.

루마니아는 오리 폐사의 원인 바이러스를 규명하기 위해 영국에 검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플루투르 장관은 “아마도 러시아에서 철새를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다뉴브 삼각주는 해마다 철새 수백만 마리가 지나가는 통로다.

터키에서도 8일 서부 발리케시르 주의 한 농가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칠면조 2000마리가 폐사했다. 주 고위 관계자는 칠면조들이 철새로부터 조류독감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7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H5N1 바이러스 탓에 가금류가 집단 폐사해 유럽 지역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 미국 불안감 증폭 = 뉴욕타임스는 자체 입수한 미 보건부의 조류독감 대비 최종 계획서 초안을 토대로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 850만 명이 조류독감에 걸려 입원하고 190만 명이 숨질 수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전체 근로자의 25%가 조류독감을 앓거나 외출을 포기하고 병원들은 조류독감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백신 진료소에 폭동이 일어나는 한편 전기 및 식품 부족사태 등 대혼란이 일어나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7일 워싱턴에서 세계 80여 개국 대표단이 참석하는 국제 조류독감 대책회의를 열었다. 레빗 장관은 8일부터 태국과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를 차례로 방문해 예방대책 협의에 나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전날 백신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생산을 늘려 달라고 촉구했다.

▽ 조류독감 살상력 논란 = 미국 감염질환협회의 앤드루 파비아 슈퍼독감 특별대책본부장은 “대부분의 조류독감은 단기간, 국지적으로 발생하지만 이번에는 장기간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며 “닭과 오리, 사람은 물론 예외적으로 호랑이까지 희생됐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또 미국 감염질환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20세기에 30년마다 한 차례씩 팬데믹이 발생했다”며 “1968년 홍콩독감 이후 37년이 지났기 때문에 무언가 올 때가 됐다”고 주기론을 제기했다.

브루스 겔린 미 백신계획국장은 “이제 남은 일은 조류독감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1918년 스페인독감 연구의 권위자인 뉴욕 의과대 에드윈 킬번 명예교수는 “조류독감이 과거의 슈퍼독감과 비슷하지만 사람들은 어느 정도 저항력을 갖췄다”며 “급속하게 전염되는 독감일수록 살상력은 약하다”고 반론을 폈다.

또 킬번 명예교수는 지금은 1918년에 비해 보건위생 수준이 훨씬 향상됐으며 제1차 세계대전으로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특정 장소에 수백만 명의 장병이 밀집한 상황에서 스페인독감이 확산된 것과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 이진 기자 2005-10-10)

[시론] 신종 독감 대유행 가능성 높아

1918년 전 세계적으로 4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원인 바이러스 유전자가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와 비슷하다는 것이 발표되면서, 신종 독감의 대유행이 다시 올지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조류독감이 아니더라도 신종 독감이 대유행할 것이라는 예상은 전문가 간 이견이 거의 없는 명료한 일이다. 단지 우리는 언제 대유행이 시작될지를 모를 뿐이다. 10년 이내에 없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당장 내년에 닥칠 수도 있다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19세기 이후 최소한 네 차례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가져온 바 있으며 그때마다 지구 전체를 휩쓸며 수백만, 수천만 명의 인명 손실과 매우 큰 사회.경제적 타격을 입혔다. 18년 스페인 독감, 57년 아시아 독감, 68년의 홍콩 독감 등 세계적 위세를 떨친 범유행의 예들은 현재의 조류독감처럼 모두 신종 독감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시작된 사례들이다. 항원의 변이에 따른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인류가 감수성을 가지며, 사람 간 전파가 효율적으로 되는 경우 범세계적 유행을 일으킨다.

97년 5월 홍콩에서 비전형성폐렴으로 사망한 3세 여아에게서 조류독감 바이러스 A/H5N1이 처음 분리되었을 때, 세계보건기구(WHO)와 전문가들은 이 신종 바이러스의 범유행 가능성 때문에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당시 홍콩에서만 18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6명이 사망했지만 이때는 사람 간 전파의 증거를 별로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 12월 이후 태국.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에서 계속 유행하고 있으며 2005년 9월 말 현재 116명의 환자를 발생시키고 있는(이 중 60명 사망) 독감 바이러스 A/H5N1은 이번에는 분명하게 다른 종 간의 전파와 특히 사람 간의 전파에 대한 증거를 남기고 있다. 현재는 사람 간 전파의 효율성이 낮으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이루어지는 능력을 획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신종 독감 대유행의 가능성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신종 독감의 대유행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에 위협이 된다. 세계보건기구와 선진 각국은 이미 90년대 말부터 신종 독감 대유행에 대한 구체적 대비 계획을 세워 놓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수정 및 보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예상되는 유행 단계별로 어떤 점이 부족한지 진단하고 점검하여 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보건.의료적인 문제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것까지 세심히 점검하고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조차 신종 독감의 대유행에 대한 대비가 충분치 않다는 자체 진단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신종 독감의 대유행이 온다면 전 세계는 준비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로 나뉘고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신종 독감의 대유행이 어떤 모습으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적 범유행 상황이 온다면 질병의 전파 특성상 지난번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유행처럼 국내 상륙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철 일반적인 독감이 퍼져나가는 수준으로 바이러스가 퍼져나간다면, 국소적인 유행보다는 수주 만에 전국적인 유행으로 번지는 시나리오를 무시할 수도 없다. 현재 우리는 환자의 조기 발견과 관리, 유행 확대의 억제, 급증한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료 자원의 공급, 유행 상황에서 사회의 필수 기능 유지 등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중앙일보 / 천병철 기자 2005-10-10)

'조류독감 예보' 14일 발령

농림부는 몽골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에서 내려오는 겨울 철새를 통한 조류독감에 대비하기 위해 14일자로 '조류독감 발생 예보'를 발령한다고 9일 밝혔다. 조류독감 예보는 발생 조짐이 있을 때 내리는 것으로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 '주의보'로 격상된다. 실제 조류독감이 국내에서 발생하면 '경보'가 발령된다.

농림부는 예보 발령 후 축산 농가들이 야외에서 기르고 있는 닭과 오리를 가둬 기르도록 유도해 철새와 접촉하는 것을 차단할 방침이다. 닭과 오리를 사육하고 있는 사람들이 낚시 등을 하기 위해 철새 도래지를 방문하는 것을 자제토록 하고, 사료 저장소에 철새의 배설물 등이 떨어지지 않게 그물망을 설치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농림부는 조류독감 발생 지역을 여행하는 해외 관광객들에게 오리농장 등 위험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가금육을 국내로 반입하지 않도록 홍보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다음달부터 내년 2월까지를 특별 방역 기간으로 지정해 예방 활동을 강화키로 했다. 특별 방역 기간에는 조류독감이 발생한 적이 있는 시.군 지역과 철새 도래지, 민통선 지역, 오리 도축장 등에 대한 분변 검사와 혈청 검사 등이 실시된다.

농림부 김창섭 가축방역과장은 "7~8월 러시아와 몽골 등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겨울 철새를 통한 유입 가능성이 있다"며 "닭.오리 사육 농가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내에서는 2003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9건의 조류독감이 발생해 530만 마리의 닭.오리가 도살되는 등 1500억원의 직접 피해가 났다.

(중앙일보 / 김원배 기자 2005-10-10)

[건강] 독감 예방접종의 계절…주사 맞으면 70∼90% 안걸려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1918년 스페인독감이 조류독감의 ‘대변이’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독감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독감 바이러스의 항원은 자주 바뀐다. 이를 ‘변이’라고 부른다. 매년 ‘소변이’가 일어나고 수십 년을 주기로 ‘대변이’가 발생해 왔다.

크든 작든 변이가 일어나면 기존의 면역체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초, 그 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유형을 예보한다. 독감 예방백신 또한 그에 맞춰 만들어진다.

국내의 경우 독감은 12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 가장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예방접종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며 11월까지는 끝내야 한다.

예방접종을 하면 70∼90%는 예방이 된다. 현재 예방접종 대상으로는 50세 이상의 중년과 노인, 6개월∼2세의 아이 외에 만성 심장, 폐, 신장질환자 등이다. 미국에서는 2세 이하의 아이를 가진 부모까지 대상에 넣기도 했다. 6개월 이하의 경우에는 접종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 합병증 없이 치유되므로 접종을 크게 권유하지 않는다.

만 8세 이하의 어린이는 첫 접종 때는 한 달 간격을 두고 2회, 그 다음해부터 1회씩 주사를 맞으면 된다. 성인은 1회 접종으로 충분하다. 약의 효과는 주사를 맞은 지 1∼2주 후에야 나타난다.

독감 예방 접종 후에 1, 2일은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이 기간은 바이러스 항원이 사람 몸에 적응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저항이 떨어진다. 일단 독감에 걸리면 안정과 휴식을 취하고 진통해열제를 복용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

(동아일보 / 김상훈 기자 2005-10-10)

김치 전쟁

유사 이래 김치가 요즘처럼 대우를 받은 적도 없다. 얼마전 김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가 됐다. 지난 2003년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증후군)로 세계가 공포에 떨 때 한반도 만큼은 안전지대로 통했다. 세계는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해 했고 결국 그 비결이 한국의 김치 때문이라고들 생각했다.

지난 3월에는 영국의 BBC방송이 김치 유산균 배양액이 조류독감에 치료효과가 있다는 서울대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에 걸린 닭에게 김치 유산균 배양액을 먹였더니 90% 이상이 1주일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얼마전 한국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월드컵과 김치라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해외 한국학자 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월드컵이 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김치가 3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사실 김치는 우리나라 사람만 먹었던 것은 아닌 듯 하다. 김치에 대한 글은 삼국지위지동이전이나 삼국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3000여년전 중국 문헌 ‘시경’에도 나온다. 옛날에는 김치라고 부르지 않았고 우리말로는 ‘지’, 중국어로는 ‘저’(菹)라고 불렸다.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의미의 침채(沈菜)가 ‘딤채’로 불리다 나중에 다시 ‘짐치’를 거쳐 김치가 됐다고 한다. 아직도 시골에는 ‘지담근다’, ‘짐치 담근다’는 말이 남아 있다.

문헌으로 보면 중국에도 김치가 있었지만 더 발전시키지 못했고 우리나라는 더욱 발전시켜 우리의 음식으로 만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김치가 오늘날과 같은 통배추 김치의 형태로 발전한 것은 불과 몇백년이 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의 식탁에만 오르던 김치의 국경이 없어진지도 꽤 됐다. 한국 김치를 맛 본 중국 사람들이 “팅하오”를 연발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몇년새 중국의 김치시장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김치생산기지도 100여곳을 넘었다. 최대 생산기지인 청두에만 20여곳, 선양 15곳, 동북지방 15곳, 베이징 12곳이나 된다고 한다.

국내에서 ‘납김치’ 파문이 쉬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작 중국의 반응은 의외다. ‘한국이 중국산김치 죽이기에 들어갔다’는 일부 중국언론의 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찌보면 이번 ‘납김치’ 파동은 한-중간 수없이 치러야 할 ‘김치전쟁’의 서막에 불과하다. 지금이 바로 한국 최고의 브랜드이자 상품인 김치살리기에 나설 때 이다.

<殷鉉卓 / 경제과학부 차장>

(대전일보 2005-10-7)

조류독감, 개인별 예방 대책은

국내에선 아직까지 사람이 조류독감에 걸린 사례가 없다. 2003년 12월 이후 19개 지역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지만, 닭.오리 등 가금류가 감염된 데 그쳤다. 또 섭씨 75도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죽기 때문에 닭이나 오리를 충분히 익혀 먹으면 조류독감에 걸릴 가능성은 없다.

조류독감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우선 조류독감이 발생한 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설사 이 지역을 방문하더라도 살아 있는 동물을 판매하는 시장이나 가금류 농장 방문은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을 여행한 후 10일 이내에 원인 모를 고열과 기침 등 독감 증상이 나타난다면 보건소나 병.의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의 백경란(감염내과) 교수는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감염된 조류의 분비물에 묻어 있고 이를 통해 전파된다"며 "손씻기를 철저히 하는 등 개인위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아직 사람 사이에 전염된 사례는 없지만 조류독감과 일반 독감에 동시에 걸린 사람에 의해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일반적인 독감 예방부터 철저히 할 것"을 권했다.

조류독감을 예방하는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치료제로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와 아만타딘이 있는 정도다. 이 중 아만타딘은 2003년 태국과 베트남에서 발견된 변종 바이러스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가 생산하는 타미플루가 변종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지만, 이 역시 예방보다는 독감에 걸렸을 때 증상을 완화해 주는 약이다.

(중앙일보 / 김정수 기자 2005-10-8)

조류독감, 손만 씻어도 70% 예방

조류독감에 대한 경고가 잇따라 나오면서 손씻기의 중요성이 거듭 부각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실천 가능한 손씻기는 모든 감염질환의 70%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인 예방법입니다.

김명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제까지 사람이 음식물을 통해 조류독감에 감염된 적은 없습니다.

동남아에서 사람이 걸린 경우는 가금류와 접촉을 통해 묻은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침투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감염질환 처럼 경로는 바로 손.

때문에 손씻기가 조류독감 예방의 기본입니다.

[인터뷰: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대변을 통해 음식물이나 손이 오염되고 이것을 입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걸리는 질병들입니다. 음식물을 잘 조리하고 손을 씻는 것으로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물로만 손을 씻은 뒤 손을 특수기기로 봤습니다.

손금과 손가락 사이, 손톱 밑이 허연 것이 세균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손을 배양판에 누른 뒤 사흘동안 배양한 결과입니다.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가 잔뜩 번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존 탐, 홍콩 중문대 교수]

"손을 씻으세요. 뭘 만졌는지 항상 기억하고 다시 손을 씻으세요. 그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은 음식 만들기 전이나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도 손을 씻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제대로 씻는 사람도 적은데, 손은 비누를 이용해 손등과 팔뚝까지 씻어야 합니다.

깍지끼고 비비면 손가락 사이도 씻기고 손끝을 세워 손바닥을 문지르면 손톱밑도 잘 씻깁니다.

YTN 김명우입니다.

(YTN 2005-10-14)

"조류독감 바이러스 변이 일으키는 중"<印尼 전문가>

인도네시아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인도네시아 아이르랑가 대학의 생체분자학자 CA 니돔 교수는 인도네시아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는 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현지 언론을 인용, 30일 보도했다.

니돔 박사는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후 이같이 주장했다고 dpa는 전했다.

그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RNA(리보핵산)가 "점(點) 돌연변이"를 일으켜 치명적인 조류독감 H5N1 바이러스가 2가지 소그룹으로 분리됐다며 그러나 새로운 이름이 붙게 되는 2가지 `아류(亞類)형'으로 나눠진 상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H5N1 바이러스가 "아직 새로운 아류형이 된 것은 아니지만 각별한 주의와 경계가 요망된다"며 "변이는 이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추가 변이를 막으려면 한 종류의 백신만 일관되게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2003년 이후 아시아에 창궐, 수천만 마리의 가금류를 폐사시키고 62명의 목숨을 앗아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 쉽게 전염될 수 있는 형태로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조류독감으로 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조류독감 유사 증세로 `관찰' 대상에 올라 있다.

(연합뉴스 / 조성부 특파원 2005-10-1)

독감약 효과, 10년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란셋]

전 세계적으로 독감 처방에 쓰이는 약에 대한 인간의 저항성이 지난 10년 간 12% 증가했다고 의학전문지 `란셋'이 22일 보도했다.

란셋은 지난 30년 간 사용돼 온 아다만테인스라고 불리는 약(藥)군들에 대한 시험결과 이같이 밝혀졌다면서 저항성의 증가가 뚜렷하게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저자인 릭 브라이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인간의 순환계의 저항성이 이 같이 커진 데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조류독감이 만연한 근래에 발표돼 더욱 주목받았으며 과학자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2월 이후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감염된 사례가 97건 보고됐고 이중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5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이트 연구원은 각국 정부와 기관들이 질병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해야한다 면서 항바이러스제인 아만타민과 리만타민이 더 이상 인간에게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연합인포맥스 / 박승영 기자 2005-9-22)


 

"자연 파괴할수록 怪바이러스 기승"

자연의 대역습 (1) 바이러스

"최근 30년 간 에볼라출혈열에서 에이즈, 사스에 이르기까지 30여 종의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났다. 환경 개발이 가속되고 교통 발달 및 교류 확대로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인류의 지속적인 문명화가 바이러스의 공격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바이러스 의 공격을 부추기는 문명적 요소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醫史學)는 조류독감, 사스 등 신종 전염병 바이러스가 빈번하게 창궐해 인류를 괴롭하는 이유를 인간문명에서 찾았다.

그는 그 중에서도 인간의 과도한 자연 개발을 신종 바이러스의 공격이 잇따르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성백린 연세대 교수는 "아프리카에서의 삼림 벌채와 광산 개발에 따라 사람과 야생동물간 접촉이 늘어났고,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서 생태계 균형이 깨지고 있는 점도 신종 바이러스 등장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괴바이러스는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조류독감 전문가인 서상희 충남대 교수(수의학)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바이러스가 수없이 많다"며 "인류는 앞으로 끊임없이 바이러스의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신영 충북대 교수도 "조류독감이나 사스 외에도 신종 바이러스의 기습 공격은 언제든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로선 괴바이러스 출현에 대해 방역조치 외에는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치료제와 예방 백신 등이 개발되고 있으나 상품으로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경제 2004-2-16) 

"조류 殺처분이 바이러스 변이 가져올 수도"

조류독감 확산 방지의 주요전략으로 이용되고 있는 조류의 살(殺)처분이 이 질병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훨씬 더 위협적인 형태로 변환시킬 수도 있다고 국제보건기구 관리들이 경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28일 보도했다.

포스트에 따르면 유엔 관리들은 조류독감이 확산되고 있는 아시아지역 국가들에 감염 닭들에 신속한 살처분을 촉구하면서도 가금류들과 이들을 살처분하는 인간들간 접촉으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통상적인 인간들의 독감유전자와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조류독감 변종은 사람들과의 접촉에 의해 감염되지 않고 조류 또는 감염환경에 직접 접촉해야만 감염되지만 일반 독감에 감염된 사람이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조류독감에 감염될 경우 두 바이러스가 유전자 교환을 통해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강한 새 바이러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엔 보건기구 관리들은 결국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람들이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훨씬 치명적인 질병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관리들은 이와 관련, 아시아 각국 정부들이 방역복과 살균제 사용 등 가금류 살처분과 관련된 엄격한 지침을 따를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 같은 지침이 완벽하게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방콕사무소 소장인 한스 바그너는 "조류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되도록 빠르게 살처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압박으로 인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양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태국에서는 3천명의 군병력과 노동자들이 현재 마스크와 모자, 장갑, 장화 등 보호장구를 갖추고 살처분을 하고 있지만 보호안경까지 제대로 갖춘 경우는 극히 드물며 베트남에서는 1만5천명이 닭들에 대한 살처분에 관여하고 있지만 제대로 보호장구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유엔 관리들은 이밖에도 라오스와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조류독감을 안전하게 억제할 수 있는 전문가들과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베트남 사무소의 봅 디츠 대변인은 이에 대해 "철모와 방탄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군인을 전장에 보내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 임상수기자 2004-1-28)

인류를 역병에서 구하라

다시 신종 전염병의 시대에 들어선 지구촌… 정말로 문명의 발전은 인류를 이롭게 하나

지구촌이 살인독감 · 조류독감 · 광우병 등 전염병 공포에 휩싸였다. 예방백신도 속수무책인 신종 병원균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다. 동물에서 비롯된 전염병 창궐에 인간과 문명을 다시 떠올려본다.

2003년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나는 ‘전쟁’을 들겠다. 인류는 연초부터 1년 내내 전쟁미치광이들과 전쟁을 벌였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라는 새로운 전염병과 몇달 동안 사투를 거듭하였으며, 연말에는 조류독감과 광우병이 인간사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편 통계청은 ‘2003 한국의 사회지표’를 2003년 12월21일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15살 이상 국민의 44.9%가 건강을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꼽은 것이다. 이는 돈이라는 응답 비율 24.5%의 두배에 가까운데, 건강이 최대의 화두가 된 세상이 온 것이다.

인류의 천적으로 떠오른 전염병

우리 국민을 비롯한 전 인류는 현재 역사상 가장 건강을 누리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평균수명, 영아사망률, 건강수명 등 거의 모든 지표가 그러한 점을 잘 나타내준다. 그런데도 건강이 최대 관심사가 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보다 더한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삶의 여유가 생긴데다가 암과 심장병 등 문명병뿐만 아니라 거의 사라졌다고 안도하였던 전염병들이 다시 우리를 습격하기 때문인 듯하다.

전염병 시계는 지금 몇시를 가리키고 있으며, 의학은 얼마만큼 뒤쳐져서 전염병을 좇고 있는가 일각에서 우려하듯 전염병이 다시 21세기 인류의 천적이 될 것인가. 세계보건기구(WHO)는 1997년 4월7일, ‘세계보건의 날’을 맞아 “전염병 시대 다시 오다―우리 모두 관심을, 우리 모두 대응책을”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전염병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가 자신만만하게 두창(천연두)이 박멸되었다고 하면서 우두 접종이 필요없다고 선언한 지 20년이 채 안 된 일이다.

전염병은 인류가 탄생한 이래, 특히 문명을 이룬 뒤부터 인간들을 괴롭혀왔다. 그런데도 인류는 전염병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전염병에 걸려 고생하고 죽는 것을 운명처럼 감수해왔다. 그러다가 19세기 후반 파스퇴르와 코흐 등에 의해 많은 전염병이 박테리아에 의해 생긴다는 것이 확인되고, 20세기 들어서는 박테리아 외에 바이러스와 곰팡이 따위도 전염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류는 전염병 퇴치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1880년대 이래 항독소와 예방백신들이 개발되고, 1940년대부터 페니실린 등 전염병에 특효를 보이는 항생제들이 생산되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전염병을 정복할 것으로 낙관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성과와 낙관을 비웃는 사태가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두창이 박멸되어가던 1970년대 이래 에볼라출혈열, 에이즈, 사스 등 30여종의 전염병이 새로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 새로운 전염병은 대부분 아직 뚜렷한 치료법을 찾지 못하였으며 예방백신 또한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말라리아와 결핵 같은 ‘후진국성 전염병’도 최근 선진국에서조차 다시 기승을 부릴 채비를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새로운 전염병 시대’를 경고한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으며, 지난해 사스 유행은 그러한 경고가 헛된 것이 아님을 인류에게 보여주었다.

문명은 역병을 뿌리며 발전하는가

최근에 등장한 전염병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인류를 오랫동안 괴롭혀온 전염병 가운데 두창에 대해 알아보자. 두창은 곰보, 실명, 지체부자유 등 무서운 후유증을 남기거니와 사망률 또한 높다. 독성이 강한 대두창은 면역력이 없는 집단에서 사망률이 90%에 이르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피해 사례가 아메리카 원주민이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유럽인 침략자들이 가기 전에는 두창이 없었으며, 이에 따라 면역력도 없었다. 약탈자들의 몸에는 총과 칼 외에 그보다 더 무서운 무기, 즉 두창바이러스가 들어 있었다. 비극이 시작되었다. 1518년부터 1531년까지 원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두창으로 사망하였다. 사망률도 매우 높았지만 원주민들이 받은 심리적 충격은 그 이상이었다. 무서운 병이 도는데도 신은 원주민들을 돌보지 않았다. 반면에 에스파냐 무법자들은 끄떡없었고, 이를 본 원주민들은 저항의지를 잃어 찬란했던 아스테카와 잉카 문명은 너무나 허망하게 순식간에 붕괴하였다.

두창 창궐은 아메리카에 몰아닥친 참사의 시작에 불과하였다. 살아남은 원주민들에게 면역력이 생길 즈음해서는 각각 홍역과 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연달아 몰려들었으며, 마지막으로 발진티푸스균이 기진맥진한 원주민 사회를 덮쳤다. 300여년이 지난 뒤에야 존재가 밝혀진 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괴물’들이 중남미 원주민 전체의 90%가 사망한, 인류 역사상 최대의 참극을 연출하였다. 문명과 기독교를 앞세우며 세계정복에 나선 백인들의 최대 무기는, 적어도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 그들의 문명이 아니라 두창을 비롯한 ‘문명병’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새로운 지배자들은 원주민들의 몰살로 노동력 부족이라는 예상치 못한 장애에 직면하였다. 정복자들의 해결책은 흑인 노예의 수입이었다. 이로써 질병의 세계화와 더불어 세 대륙의 세 인종이 교류하는 인종의 세계화 현상이 나타났다.

1980년대 초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는 몇몇 동성애 남성들이 희귀한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 가운데 한 가지는 아프리카 흑인과 지중해 주변의 백인에게만 생기던 피부암의 일종인 카포지 육종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원생동물 뉴머시스티스 카리니가 일으키는 매우 드문 폐렴이었다. 그리고 원생동물이 일으키는 뇌 감염증의 일종인 톡소플라스마증도 있었다. 의사들은 잠정적으로 이 병을 ‘동성애자 관련 면역질환’이라고 불렀으며, 언론은 더 선정적으로 ‘동성애자 암’이라고 명명하였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1982년, 이 병은 아이티와 중앙아프리카에서도 발견되었다. 아프리카에서는 미국과 달리 주로 매춘을 통해 이성 사이에 전파되었다.

재앙을 키우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1985년 무렵부터 에이즈는 미국과 아프리카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에이즈는 유럽, 아시아, 남미에서도 유행병이 되었다. 그러면서 에이즈는 ‘현대판 흑사병’이라는 또 하나의 별칭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치료법이나 백신이 당장 개발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형편이다. 이에 따라 에이즈는 중세말의 흑사병, 아메리카 정복 시절의 두창, 그리고 산업혁명기의 결핵보다 더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에이즈는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여러 해가 걸린다는 사실이 공포를 더욱 가중시켰다. 정체가 곧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 두려운 것이다. 또한 에이즈는 한때 나병환자에게 그랬던 것과 비슷한 증오와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병에 대한 두려움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다. 에이즈가 동성애, 마약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사실은 일부일 따름인데)이 환자들에 대한 증오심을 유발하였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또는 그것의 조상들은 오랫동안 아프리카의 영장류 안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은 언제 이것들이 인간에게 넘어왔는지 잘 알지 못한다. 사실 분명한 기점이 있는 병이란 별로 없다. 대개 환경이 변화하거나, 인간의 행태가 바뀌거나,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 인간에게 서식하고 병을 일으킨다고 여겨진다.

자연계의 HIV가 독성으로 무장한 까닭

HIV나 그것과 비슷한 리트로바이러스들이 자연계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왜 에이즈가 진작 나타나지 않았는지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한가지 이유는 HIV가 전염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것은 혈액·정액·질액과 같은 체액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만 전파된다. 단 한번의 성적 접촉으로 HIV가 옮겨질 수 있지만 대개는 몇백번 이상의 접촉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에서는 20세기 후반 들어 대규모로 열대 밀림을 개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인간들은 다른 생물들과 바이러스를 상호교환하는 생태학적 최전선에 서게 되었다. 벌목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 등 다른 동물들과의 더 많은 접촉을 의미했다. 또 아프리카에는 개발과 더불어 현대의학도 도입되었다. 오염된 주삿바늘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종종 재사용되었고 말라리아와 간염, 그리고 에이즈를 퍼뜨리는 도구가 되었다. HIV의 또 다른 전파 경로는 매독 등 성병의 피부 병변이다. 성병은 아프리카에서 시골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면서 창궐하였다. 그리고 매춘은 전세계적인 비즈니스로 에이즈를 지구촌 전역에 퍼뜨리는 역할을 하였다.

예전과 같은 무서운 전염병의 시대가 다시 찾아올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규모 전쟁 등으로 세계질서가 완전히 붕괴하기 전에는 14세기의 흑사병 대유행이나 아메리카 원주민의 몰살과 같은 전 인류적인 전염병 사태가 벌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세계적 규모는 아니더라도 한 나라와 사회가 그와 비슷한 피해를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내전에 휩싸인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사정은 그러한 위험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대규모 전염병이 생길 경우 상대적으로 특성도 잘 알고 대처해본 경험이 많은 세균성 질병보다 인플루엔자, 에이즈, 사스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에이즈에서 거듭 확인되었듯이 생태계에 대한 무차별적 개입, 서식지의 확대, 인구의 밀집과 양적·질적 변화, 성적 행태의 변화, 식생활의 변화, 새로운 발명품의 사용, 교류의 증대와 신속화 등 현대문명의 여러 요소는 대규모 전염병의 발생을 촉진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조건들은 문명화·세계화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전쟁도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곤 했는데 미국의 이라크 침략도 예외일 수 없다. 더욱이 미군이 사용한 열화우라늄탄은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에게 끔찍한 전염병의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반면에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전염병에 대한 이해가 축적된 것은 인류를 역병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전염병에 대해 경각심을 늦추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어긋나게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사스 발생 초기 중국 정부의 소홀한 대응과 베이징의 혼란상, 그리고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 태도에서 우리는 반면교사적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침략과 약탈 그리고 인간의 개입

아메리카 ‘발견’이 없었더라면 아메리카 원주문명과 원주민들이 멸망하지 않았으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1960, 70년대의 아프리카 개발 붐이 없었다면 에이즈가 창궐하지 않았으리라고 단정할 수도 없을 터이다. 또한 소에게 동물사료를 먹이지 않았더라면 소와 인간에게 광우병이 절대 생기지 않았으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아메리카에 대한 유럽인들의 침략, 아프리카 원시림에 대한 약탈, 소 사육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개입이 각기 비극의 역사를 만들어낸 것은 분명하다. 반문명주의자가 아니라면, 문명과 경제와 과학의 발전이 인간이 추구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전염병의 역사는 그러한 발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의 복제 등 유전자 변형과 생명복제가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이 ‘위대하지만 위험한’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성장’만이 진보인 양 여겨온 대다수 인류에게 점점 더 큰 목소리로 되묻고 있다.

<황상익/ 서울대 교수 · 의사학교실>

(한겨레21 2004-1-1) 

[과학과 미래] 인류와 바이러스 '끝없는 전쟁'

이번엔 사스 '공습'…대적할 '무기' 찾아라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2월이면 '올해 유행할 독감바이러스'의 예측 발표를 앞두고 중국 광둥(廣東)성 일대를 주목한다.

그곳은 이전부터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종 출현 보고가 잦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의 발원지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광둥성 일대는 전세계에서 1백5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1957년 아시아 독감과 68년 홍콩 독감, 그리고 97년 조류독감 등의 진원지로 알려져 있다.

광둥성의 환경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보통 사람이나 돼지.조류를 숙주로 삼고 있는데, 광둥성 일대에서는 닭.오리.돼지 등 가축을 집 안에서 사육하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인플루엔자의 숙주들이 한데 모여사는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바이러스가 번식할 곳을 옮겨다니면서 변종을 만들어 인체에 쉽게 침투하는 일이 잦아진다. 그 가운데는 때때로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독성을 띠는 놈도 나온다.

WHO는 이 같은 이유로 88개국 1백10여개 기관에서 넘겨받는 자료 가운데 광둥성의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WHO가 세가지 바이러스의 타입을 예측해 인터넷에 발표하면 세계 제약회사들은 세가지 바이러스의 항원을 섞은 백신을 제조해 9월부터 접종에 들어간다.

인체를 숙주로 삼고자 하는 인플루엔자의 '창'을 인간이 백신이라는 '방패'로 막아내는 싸움은 이런 과정을 거친다.

인플루엔자와 같은 바이러스 대 인간의 밀고 밀리는 싸움은 오래된 현재 진행형이다. 인간은 18세기 에드워드 제너에서 비롯된 백신 제조로 대항하고 있고 바이러스는 사스의 경우처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변신해 인간을 괴롭히는 중이다. 치료제가 밝혀진 바이러스의 종류도 극소수다.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아낸 것도 먼 과거가 아니다. 1892년 러시아의 이바노프스키가 담배잎에 해를 입히는 모자이크병의 병원체는 세균을 걸러내는 여과기를 통과할 정도로 작은 물체라고 보고함으로써 인간에게 처음 감지됐다.

이후 숙주세포 속에서만 대사와 번식이 가능한 미생물로 밝혀지면서 그 숨은 정체가 한 꺼풀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이러스가 인류를 괴롭혀온 흔적은 여러 곳에 나타난다. BC 1100년 이집트의 파라오였던 람세스 4세의 미라는 얼굴 부위에 천연두를 앓았던 흉터가 여전한 채 카이로 박물관에 안치돼 있다.

아메리카 대륙 정벌에 한창이던 16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천연두가 남미의 아스테카 문명권을 덮치면서 3백50만명의 원주민이 사망, 스페인군이 손쉽게 점령할 수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제까지 가장 큰 피해로 기록된 바이러스는 1918년 전세계에서 2천여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

90년대 들어 당시 사망한 군인의 시체로부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리해 분석해 본 결과 인간의 세포에 침투할 때 필요한 헤마글루티닌(HA) 유전자가 그 이전에 발견된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 98년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인간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의 유전자와 돼지에서만 볼 수 있는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혼합된 새로운 바이러스여서 인간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연세대 의대 이원영 교수는 "숙주가 달라지면 바이러스가 공생의 첫째 단계에서 적응을 다시 시작하는 만큼 많은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바이러스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독성이 약해지는 쪽으로 변이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숙주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독성을 유지하다 자취를 감춘 예가 에볼라 바이러스. 99년 아프리카 콩고에서 발병, 순식간에 2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 바이러스는 너무 빠른 10일 만에 숙주를 몰살시킨 탓에 자신들 또한 폭넓은 전파에 실패한 채 숨죽여야 했다.

백신을 앞세워 인간이 완승을 거둔 싸움도 있다. 변이를 할 줄 모르는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지식하다고 말한다.

감염자의 20%가 목숨을 잃고, 살아남은 사람의 65~80%는 얼굴에 곰보 자국이 선명하게 남을 정도로 위력적인 바이러스였지만 변이를 선택하지 않는 바람에 운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백신의 보급과 함께 위세를 잃기 시작했고, 78년 8월 영국 버밍엄의 한 실험실에서 사고로 발병한 두 경우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연세대 성백린(생명공학과) 교수는 "사스처럼 인간이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의 출현에 당황하는 일이 앞으로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배경 가운데 하나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다. 99년 미국 뉴욕을 강타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열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뇌염 바이러스였으나 매개체인 모기가 북상하면서 발병한 경우로 알려졌다.

세계화 진전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사람들의 장거리 이동이 쉬워진 것도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인제대 노현모 인당분자생물학연구소장은 "사람과 바이러스가 공존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여서 바이러스의 완전 퇴치는 불가능하다"며 "수십년에 걸친 연구에도 불구하고 에이즈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이 어렵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류와 바이러스의 싸움은 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리케차 = 박테리아가 기본적인 대사와 번식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반면 바이러스는 대사활동에 필요한 유전자가 없어 번식을 위해 숙주세포에 침입해야 한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중간 크기인 리케차는 대부분 대사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DNA 합성 등에 필요한 유전자는 갖고있지 않아 벼룩이나 진드기 등의 숙주세포를 통해서만 번식할 수 있는 중간 단계의 생명체다.

(중앙일보 / 심재우 기자 2003-4-10) 

변질 잦은 기생생물

‘사스’공포…바이러스의 특성

10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갑자기 38도이상의 고열 및 기침,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가 숨지게 하는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게다가 첨단 과학 시대에도 그 병원체의 정체와 감염 경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서 인류를 더욱 큰 공포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감기바이러스의 한 형태인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추정할 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특성을 함께 지닌 다른 병원균”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혼란을 겪고 있다.

또 1~2년에 걸쳐 예방백신을 만든다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워낙 빨리 변종을 만들기 때문에 사실상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괴질 유행을 계기로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왜 그렇게 끊임없이 변종이 생기는지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봤다.

◇ 바이러스 란 = 바이러스는 1892년 러시아의 과학자 이바노프스키가 담배잎에 모자이크병을 일으키는 물질이 세균여과기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생물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가정한 데 이어 1935년 미국의 스탠리가 담배잎 모자이크 바이러스를 추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바이러스는 DNA나 RNA와 같은 핵산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혼자서는 물질합성 등의 생명 활동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무생물 같지만 다른 생물의 세포에 들어가면 그 세포의 물질과 기구에 전적으로 의존해 번식하고 생장하기 때문에 생물로 구분된다.

보통 20~200나노미터(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의 크기로 전자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다.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세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침입한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맞는 세포에 들어가게 되면 엄청나게 증식한 뒤 결국 그 세포를 죽이기 때문에 라틴어로 ‘식물에서 나온 독’이라는 뜻의 바이러스란 이름을 갖게 됐다.

◇ 끝없는 변종 = 바이러스가 무서운 것은 계속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변화시켜 수많은 변종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다른 생명체처럼 자신의 유전정보를 복제해 증식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잘못 복제돼 돌연변이가 생겨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마다 독감 백신이 바뀌는 것도 이같은 변이에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RNA 핵산을 가진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 보다 복제 과정에서의 실수 빈도가 100배 이상 높다. 에이즈 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가 여기에 속한다.

1918년 세계적으로 4천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대표적인 변종이다. 학자들은 이때 야생조류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달되면서 변종이 생겨났다고 추측했다.

야생 조류의 장 속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닭과 같은 가금류를 감염시킨 데 이어 돌연변이를 통해 돼지 등 가축에게 옮겨간 뒤 접촉을 통해 가축과 인간의 바이러스가 서로 섞이면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탄생한 것이다. 중국 방역 당국은 이번 괴질에 대해서도 거의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 치료법은 =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와 함께 성장하고 증식하기 때문에 숙주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은 채 바이러스만 죽이는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치료제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게 아니라 복제 및 증식을 억제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바이러스가 계속 변종을 만들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바이러스성 질환은 결국 예방이 최선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세포에서 병원성을 제거해 만든 백신을 인체에 주사해 항체를 만드는 예방 주사가 그것이다. 풍진, 홍역, 광견병, 일본뇌염, B형 간염 등은 이같은 방법으로 효과적 백신이 개발돼 있다.

(경향신문 / 이채린기 기자 2003-4-6) 

 

(기타 자료) 신형 바이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