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시 작전권 환수협상’ 합의

정부는 지난달 말 미국 정부에 전시 작전 통제권 환수를 위한 공식 협상을 제안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밝혔다. 미국도 이를 받아들여, 이르면 이달 말부터 한-미 사이에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1994년 평시 작전 통제권 환수에 전시 작전 통제권까지 환수되면, 한국전쟁 때인 지난 50년 이후 55년 만에 군사 주권을 완전히 회복하게 된다. 정부는 한국군과 미군이 전시·평시에 관계없이 각기 독자적으로 작전 통제권을 행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지난 9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담에서 안광찬 국방부 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우리 협상단이 전시 작전 통제권 환수를 위한 논의를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미국 쪽이 이를 수락했다”며 “앞으로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등을 통해 두 나라가 본격적이고도 긴밀하게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한-미 연례안보협의회는 오는 21일부터 서울에서 윤광웅 국방장관과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어서, 환수 협상은 이달 말부터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태도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차례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어 미국도 우리의 기본방향을 잘 이해하고 있고, 작전 통제권을 넘겨줄 심리적 준비가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 군은 전시 작전 통제권 행사를 통해 스스로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자주 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한-미 군 지휘체계 문제는 그동안 ‘미래 한-미 동맹 정책구상 회의’(FOTA)에서도 얘기가 돼 왔으나, 주로 포괄적이고 배경적 논의만 이뤄졌던 데 비해, 이번에는 작전 통제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작전 통제권 환수 뒤의 작전권 체계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군은 우리가 지휘하고, 미군은 미국이 지휘하는 병립 체제로, 일방적인 명령 체계가 아니라 상호 협조 체제”라며 “합동 군사작전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독립된 작전 통제권을 조율할 별도 기구를 한-미 군사위원회 아래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은 현재 일본 자위대와 주일미군의 관계와 가까운 것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어 작전 통제권 환수 시점에 대해 “평시 작전 통제권의 경우 91년 미국이 이양할 뜻을 밝힌 뒤 본격 논의에 들어가 최종 환수는 3년 뒤인 94년 이뤄졌다”고 말해, 이르면 2008년 환수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권진호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전시 작전 통제권 환수는 여건이 허락하면 가능한 한 빨리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내부적으로 세밀한 추진 계획이 수립돼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 김의겸 기자 200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