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청소년 170만명인데…어른들 ''밥그릇 싸움''

국내 ‘위기 청소년’이 170만명에 달할 정도로 청소년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이들 청소년을 위해 2006년 이후 통합 지원서비스를 펼쳐야 할 ‘청소년상담센터’(상담센터)와 ‘청소년지원센터’(지원센터) 쪽이 통합기구 명칭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여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 센터의 책임기관인 청소년위원회(청소위)는 양쪽 눈치를 보느라 이름 짓기를 늦춰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청소위와 청소년단체 등에 따르면 청소년보호위원회(청보위)의 후신으로 문화관광부 청소년국을 통합, 각종 청소년정책을 총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5월 출범한 청소위는 당시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상담과 지원활동을 위해 상담·지원센터를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광부 산하였던 상담센터는 전국 16개 광역시·도를 비롯해 120개 시군구에 자리잡은 15년 역사의 청소년 상담 전문기관이다. 청보위가 2003년 서울에 처음 세운 지원센터는 위기 청소년 보호가 주업무로 올해 광주, 부산에 이어 내년에 16개 광역시·도로 확장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위원회는 중복투자 방지와 효율성 극대화 차원에서 전국 단위의 상담센터에 보호기능을 추가, 내년부터 청소년지원센터로 확대개편하고 24시간 상담과 구조, 치료, 자활 등을 돕는 ‘원스톱 지원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상담·지원센터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 통합에 동의했다. 그러나 통합기구 명칭이 문제가 됐다. 청소년 상담사가 대부분인 상담센터 쪽은 ‘오랜 인지도와 상담센터 중심의 통합, 상담의 중요성’ 등을 들어 기구 명칭은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회복지사가 중심인 지원센터 쪽은 ‘종합적 지원체계에서 하부영역인 상담이 주업무가 될 가능성’ 등을 들어 ‘청소년복지센터’나 ‘청소년종합지원센터’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지난달 위원회 방침이 ‘종합지원센터’로 기울었다거나 명칭에 ‘상담’ 자가 들어간다고 알려지면서 양쪽의 반목은 더욱 깊어졌다. 위원회 쪽은 “제기된 문제와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을 확정안으로 오해해 빚어진 일이다. 명칭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려진 게 없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담사와 복지사협회 인터넷사이트에는 주장 관철을 위해 회원들을 독려하는 안내문이 등장하고, 위원회 인터넷 게시판은 관련 전공 학생들까지 가세한 주장과 항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외부 시선은 따갑다. 명칭 다툼의 속내는 전담영역을 뺏거나 뺏기지 않으려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것이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신홍기 사무총장은 “함께 힘을 모아 청소년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사람들이 이름 하나 가지고 시작부터 이러는데 효율적인 업무제휴가 되겠느냐”며 “위원회도 갈팡질팡하지 말고 아예 공론화해서 명칭뿐 아니라 통합기구의 기능과 역할까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 이강은 기자 2005-10-17)

위기청소년 170만명 육박

작년 청소년 자살, 외환위기때 3배

각종 범죄나 학교생활 중단, 가정해체 등 정상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위기상황에 노출돼 있는 우리나라의 '위기 청소년'의 수가 17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년 청소년 자살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에 비해 무려 181.9%나 급증해 숫자가 3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 위기실태 파악을 위해 한국청소년개발원에 의뢰해 조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출, 폭력, 학업중단 등 복합적인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고위기군 청소년은 10월 현재 41만8천명으로 추산됐다.

또 빈곤, 이혼 등 가족적 문제로 방치할 경우 심각한 위기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는 중위기군 청소년은 125만8천명에 달했다.

고위기군과 중위기군의 수를 합친 위기청소년은 모두 167만6천명으로 중.고.대학생 연령대 전체 청소년(12-24세) 770만명의 21.8%에 달했다.

이같은 위기 청소년은 외환위기 이후 7년만에 부모의 실직이나 이혼 등 급속한 가정해체의 영향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생활보호대상 청소년은 작년 93만명으로 1997년의 23만9천860명에 비해 무려 288%나 증가했다.

자살한 청소년의 수도 1997년 908명에서 작년 2천560명으로 181.9%나 늘어났다.

이혼한 가정의 청소년의 수는 97년 10만5천927명에서 작년 15만10명으로 41.6%가 증가했다.

탈북청소년의 수도 같은 기간에 147명에서 1천911명으로 1천200.0%나 늘었다.

윤철경 한국청소년개발원 복지정책연구실장은 "위기 청소년의 수는 경제문제와 가족해체, 자살사이트 및 유해 사이트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이처럼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이 100만명에 달하지만 지역이용시설은 5만명 정도 혜택을 줄 수 있는 수준이 머물고 있고 가출청소년도 10만명이나 되지만 보호시설 3천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위는 이날 오후 이같은 청소년 위기 상황과 관련, 정부중앙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으로 위기청소년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국제적 동향 및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 OECD 차원에서 위기청소년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연합뉴스 / 김재홍 기자 200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