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맘-대디 124만가구 추정… 대부분 빈곤 허덕”

“올해 한국 인구의 8%에 해당하는 124만 가구가 이혼, 사별, 미혼모 등 ‘한 부모’(싱글 맘, 싱글 대디) 가정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국가의 보호대책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황은숙(黃恩淑·44)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소장은 9일 “싱글 맘 중 형편이 넉넉한 경우는 사실상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국민기초생활보호수급자나 저소득 모자가정으로 지정해 지원해 주는 한 부모는 1∼2%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부자복지법에 따르면 저소득 모자가정에 아동양육비로 5만 원, 초중고교생에게는 교육비로 월 4만∼6만 원이 각각 지급된다.

친정에 얹혀사는 모자가정은 정부의 지원 자체를 받지 못한다. 보호시설에 머물 경우에도 만 18세가 된 자녀가 있으면 퇴소해야 한다.

이처럼 열악한 지원으로 한 달 평균 소득이 70만 원에 불과한 한 부모가 자녀를 보살피기 어렵다는 게 황 소장의 얘기.

“한 부모 가정을 이끄는 엄마나 아빠는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과제물을 챙겨 주기 어렵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학교 과제물이나 학원비용을 지원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이 절실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 부모 가정이 겪고 있는 정신적인 고통. 일부 한 부모는 이혼 뒤 심리적 불안으로 자살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많은 한 부모가 정신과 치료를 원하고 있음에도 회당 7만∼10만 원이나 되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

황 소장은 정부가 한 부모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전문상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모자보호시설을 확대하는 등의 모·부자복지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누구나 한 부모가 될 수 있다”며 한 부모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동아일보 / 황태훈 기자 2005-10-10)

‘엄마와 아이’만 있는 가정…편견과 싸우는 고독한 싱글맘

《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일하는 김모(35·여·서울 노원구 상계동) 씨는 올해 초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딸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다가 목이 메었다. 딸아이가 밥상 앞에서 두 손을 꼭 모으고 “하느님 아버지, 꼭 좋은 새 아빠가 생기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했던 것. 가족사진을 가져오라는 선생님 말씀에 자기와 엄마 둘이 찍은 사진을 가져갔다가 다른 아이들 사진과 다르다는 것을 안 후 매일 밥 먹을 때마다 이런 기도를 올린다.》

이혼 등으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모자가정(싱글 맘)’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고립돼 가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본보 취재팀과 가정문제 연구기관인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소장 황은숙·黃恩淑)는 8월부터 두 달간 국내 처음으로 서울시내 거주 ‘싱글 맘’ 2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과 대면 및 반복 조사를 병행한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25개 자치구에서 소득별, 지역별, 학력별로 표준이 될 만한 200가구를 선정해 조사했으며 이 중 116가구가 결과 발표에 동의했다.

조사 결과 싱글 맘 가구의 평균 자녀 수는 2명으로 월 소득은 72만 원 안팎이었다. 이혼에 의한 싱글 맘이 76.9%로 사별(17.3%)보다 월등히 높았다. 연령은 36∼40세가 36.2%로 가장 많았고 41∼45세가 31.4%, 31∼35세가 16.2%를 차지했다. 10명 중 6명은 질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이들 대부분이 심장병, 위염, 협심증, 간염 및 간질 등 중증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직장을 가진 싱글 맘 중 35.5%가 하루 8시간 이상 일하는 임시근로자였으며 8시간 미만의 시간제 근무로 생계를 꾸려 나가는 싱글 맘도 27.6%에 이르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엄마와 미혼 자녀로만 이뤄진 가구는 총 92만3000가구. 2010년에는 싱글 맘 가구가 140만 가구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숙명여대 서영숙(徐永淑·가정아동복지학) 교수는 “이혼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싱글 맘 가족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며 “정부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싱글 맘(single mom):

원래 남편과 사별한 뒤 엄마 홀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지칭했지만 최근에는 사별뿐 아니라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나 미혼모를 모두 일컫는다.

신수정, 이진구, 황태훈 기자

(동아일보 2005-10-10)

‘엄마와 아이’만 있는 가정 ‘싱글맘’ <上> 홀로남은 자의 슬픔

《홀로 자녀를 키우는 ‘싱글 맘’, ‘싱글 대디’들이 이 세상을 헤쳐 나가기엔 너무도 벅차다. 아이가 아파도 집에 혼자 남겨 두기 일쑤고 폭력배 아이들과 어울려도 속수무책이다. 전세를 얻기도 힘들고 심지어 은행 대출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보다 이들을 더욱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사회적인 고립감이다. 가족도 친구도 남남이 돼 간다. 그래서 이들은 더욱 움츠러든다. 자살도 잇따른다. 이에 본보는 이혼 증가로 부쩍 늘고 있는 싱글 맘, 싱글 대디의 가정 문제를 설문과 현장 취재 등을 통해 시리즈로 심층 분석하고 그 대안을 제시해 본다. 》

이혼 8년째인 김경숙(가명·50·여·서울 종로구) 씨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명절이다. 이혼 후 몇 번 명절 때마다 친정을 찾았지만 형제자매 모두 부부 동반이라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

김 씨는 “가족 모임에서도 여자들끼리의 대화 주제는 ‘남편’과 ‘시댁’인데 내 눈치를 보느라 얘기를 나누지 못하는 그들이 너무 불편해 보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3년 전부터는 아예 친정에도 발길을 끊었다. 명절에 집에서 인터넷이나 TV를 보며 쓸쓸해 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아려 온다.

▽ ‘그들’이 돼 가는 가족과 친구들 = 2년 전 이혼한 문지영(35·여) 씨는 당시 부모님이 자신에게 “네가 수치스럽다”고 한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후 문 씨는 1년에 한두 번, 그것도 마지못해 친정을 찾는다.

문 씨 집과 친정은 걸어서 불과 10분 거리. 그녀의 부모님은 아직도 딸이 이혼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문 씨는 “낮에 일하느라 아이 혼자 집에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친정에서) 지금껏 단 한 번도 아이 보고 밥 먹으러 오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이제는 가족이나 친척들에게서 위로나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싱글 맘들은 친구들과도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남편이라는 공통된 화제에 낄 수 없는 싱글 맘들에게 친구들과의 만남은 불편 그 자체다.

대신 같은 처지의 싱글 맘 모임이나 종교 모임에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

본보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싱글 맘이 된 후 집안 경조사에 참석하는 비율은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6.7%로 절반에 가까웠고 1년에 한두 번이 41.3%로 뒤를 이었다.

▽ 나는 동네의 ‘주홍글씨’ = 싱글 맘들은 집을 얻을 때 혼자 산다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괜히 동네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싶지도 않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싫어서다.

이서경(가명·43·여·서울 중랑구) 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친정 오빠가 밤늦게 아이에게 줄 선물을 사왔는데 다음 날 곧바로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웬 남자가 드나든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졌던 것.

이 씨는 “내가 없는 동안 집주인이 아이에게 ‘왜 아버지가 없느냐’ ‘언제부터 혼자 됐느냐’는 것을 물어보기도 했다”며 “나에 대한 편견은 견딜 수 있지만 아이에게까지 그러는 것은 도저히 참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싱글 맘의 자녀들을 기피하고 있다.

조사 결과 싱글 맘 자녀가 학교에서 아빠가 없다는 이유로 놀림이나 따돌림을 경험한 비율은 10명 중 3명꼴인 31.9%에 달했다.

▽ 어렵기만 한 내 아이와의 관계 = 이혼 3년째인 김명희(가명·38·여·서울 노원구) 씨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혼자 풀이 죽어 대중목욕탕을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나온다.

지하 단칸방의 좁은 욕실에서는 샤워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대중목욕탕에 가야 하지만 아들이 고학년이 된 이후 목욕을 함께 못 가고 있다.

한 번은 결혼한 남동생이 자기 아들을 데리고 목욕을 갈 때 끼워 보냈지만 처음에 신나하던 아들은 딱 한번 같이 간 이후로 혼자 목욕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김 씨는 “외삼촌과 사촌이 정답게 목욕하는 모습을 보고 아들 녀석이 아빠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한동안 시무룩했던 아들을 보고 자식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싱글 맘인 내 자신의 처지가 미워졌다”고 말했다.

싱글 맘들이 겪고 있는 고통 중 하나가 바로 자녀 문제. 이혼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분노를 자칫하면 아이에게 풀 수 있어 아이의 정서와 인성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에게 거는 기대가 남달라 아이가 엄마에게 심적 부담을 느끼게 될 가능성도 높다.

서유숙(가명·37·여·서울 마포구) 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자신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분리장애’를 보여 한동안 고생했다. 서 씨의 아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나서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 결과 자녀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비율이 48.1%로 절반에 육박했으며 자녀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친지를 초대하지 않는 가정도 61.3%에 달했다.

또 6세 미만 자녀가 있는 싱글 맘 중 절반이 넘는 52.5%가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거주 200가구 두달간 설문-면담 조사

모자가정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 조사는 현재까지 전무한 실정.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호수급자와 모·부자복지법에 의해 지원을 받는 모자가정 정도만 파악할 뿐 모자가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차상위 계층’을 아우르는 조사는 거의 없었다.

본보 취재팀은 8월 초부터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소장 황은숙)와 공동으로 모두 100여 개의 설문문항을 작성했으며 서울시내 각 구청의 도움을 받아 두 달에 걸쳐 200가구의 싱글 맘 가정에 대해 면담을 병행한 심층조사를 벌였다.

조사 문항은 크게 건강 및 질병, 사회적 인식, 자녀양육 및 교육, 정부 지원, 수입, 미래에 대한 계획, 직업, 성희롱 등 8가지 분야로 이뤄졌으며 설문지 분석은 숙명여대 통계학과의 도움을 받았다.

또 50명의 싱글 맘을 직접 면담해 이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상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싱글 맘들의 경우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는 까닭에 모든 취재는 주로 야간과 휴일에 진행됐다.

신수정,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2005-10-10)

‘엄마와 아이’만 있는 가정 ‘싱글맘’<中> 新 빈곤층의 그늘

《3년 전 가정폭력을 일삼은 남편과 이혼한 후 초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살고 있는 전모(33·서울 종로구) 씨는 통장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월 80만 원 남짓한 수입으로 살림을 꾸려 나가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 월세로 30만 원을 내면 남는 돈은 50만 원. 이 돈으로 식비, 교통비를 쓰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5만 원이 채 못 된다. 아이들과 주말이면 영화라도 함께 보고 싶지만 그러기엔 지갑이 너무 얇다. 저축은 꿈도 못 꾼다. 물론 일부 이혼녀나 남편과 사별한 여자의 경우 위자료와 유산 등으로 예전 못지않게 넉넉한 생활을 하고 있으나 그 비율은 지극히 낮은 편이다. 경제적 문제로 상당수의 싱글 맘들이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 서서히 졸아드는 살림 = 본보가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심층조사에 따르면 싱글 맘들은 현재 겪는 어려움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경제적 빈곤(72.9%)을 들었다.

특히 이혼 후 남편이 양육비를 제대로 주지 않거나, 사별한 남편이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진 싱글 맘들의 경제적 고통은 더욱 커진다.

이혼 전에 여유 있는 생활을 했던 싱글 맘들도 의사 약사 변호사 교사 동시통역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거나 남편에게서 양육비 지원을 받지 않으면 3년 내에 ‘바닥 생활’을 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사업 부도로 남편이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돼 위자료도 받지 못하고 이혼한 정모(36·서울 중랑구) 씨는 점차 생활이 하향화돼 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원룸으로 시작했지만 월세가 점차 오르자 반지하방으로 이사를 했다.

중학생인 큰아들은 교통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며 30분이 넘는 거리를 걸어 다닌다. 문화활동비나 조금 좋은 옷을 산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혼 당시 수중에 조금 있던 돈도 집 얻고, 생활비로 쓰다 보니 1년도 안 돼 다 없어졌다”며 “얼마 안 가 ‘거지’되는 게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달리 방법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 ‘생활비 등이 모자라 돈을 꾼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0%가 빌린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한 달에 한 번 빌린다’는 응답이 30.5%로 가장 많았고, ‘6개월에 한 번’이 23.8%, ‘일주일에 한 번’도 5.7%를 차지했다.

▽ 학원·과외는 엄두도 못내 = 엄마, 다섯 살짜리 남동생과 함께 사는 소민(가명·12·서울 구로구)이는 방과 후면 곧장 집으로 온다. 봉제공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남동생을 돌보기 위해서다.

방과 후 끼리끼리 인근의 학원으로 향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마음이 들지만 엄마에게 내색은 하지 않는다.

소민이의 엄마 신모(37) 씨는 “아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아노 학원에 다녔으나 몇 달째 수업료가 밀리자 본인이 그만두겠다고 하더라”며 “꿋꿋하게 견뎌내는 딸아이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일해야겠다”며 씩 웃었다.

최근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방과 후 교실이나 인근 복지관에서 실시하는 자원봉사 등을 활용하는 싱글 맘들도 있지만 이마저도 가까운 곳에 없어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조사 결과 ‘학원에 다니게 하거나 과외를 시킨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킨 적이 없다는 응답이 67.6%로 ‘그렇다’는 응답 32.3%의 배가 넘었다.

▽ 병원조차 외면하는 싱글 맘 = 한때 간병인으로 일했던 유모(45·서울 금천구) 씨는 자신이 근무했던 병원 원무과에 ‘이 사람들은 진료나 입원의뢰를 받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을 봤다.

그 종이에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를 포함해 평소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저소득 싱글 맘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

유 씨는 “제때 치료비를 내지 못하는 저소득 싱글 맘이 많아 병원에서 그런 것 같다”며 “같은 싱글 맘으로서 안타까우면서도 병원 측에 내심 섭섭했다”고 말했다.

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싱글 맘들의 경우 디스크를 비롯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지만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조사 결과 ‘기초생활보장수급자나 싱글 맘이라고 병원에서 무시당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30.8%가 ‘그렇다’고 답했고,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비율이 38.1%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도 희망이’ = 이혼 6년차에 중2 딸아이를 두고 있는 추모(42) 씨는 최근 같은 처지에 있는 직장 동료 및 거래처 고객들과 친목 모임을 만들었다. 아이 교육, 전세금 등 실생활 정보교환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사회적 소외감 극복이 가장 큰 동기이다. 그뿐만 아니라 새 금융상품 소개 등 재테크 노하우 공유는 모임이 주는 커다란 이점 중 하나다.

이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수정 기자, 이진구 기자, 황태훈 기자

■ 빚… 빚…빚… 싱글 맘의 딜레마

적은 수입은 싱글 맘들의 현실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그러나 이들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드는 것은 개인적으로 안고 있는 빚이다.

본보 조사에 따르면 싱글 맘들의 평균 수입은 월 72만 원에 부채는 평균 1500만 원. 저축은 월 10만 원을 하고 있다.

이자를 따지지 않고 단순 계산만 해도 이들이 빚을 갚으려면 150개월(12년 6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이론적인 계산일 뿐이다.

고교생 딸 하나를 둔 이모(44) 씨는 카드 빚과 주변에 빌린 돈을 포함해 9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신용불량자이기 때문에 웬만한 직장은 다니지도 못하는 이 씨는 대리운전을 하며 월 50여만 원을 벌고 있다.

수입은 고스란히 관리비, 식비 등 생활비로 나간다. 딸의 교육비는 친지들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있다. 방과 부엌, 화장실이 각각 한 개씩 있는 원룸에서 살고 있지만 이 또한 다른 사람의 집. 이 씨가 빚을 갚으려면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180개월(15년)을 모아야 한다.

이 씨는 “원래 빚이 있는 데다 살면서 생활비가 모자라 또 빚을 져야 한다”며 “빚을 갚는 것은 고사하고 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0만 원의 빚을 진 한모(35) 씨의 월수입은 120만 원. 월 20만 원을 저축하고 있지만 빚을 갚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중에 들어갈 아들 교육비를 위한 것이다.

한 씨는 “빚을 안 갚아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아들의 미래와 바꾸고 싶지는 않다”며 “이것이 내가 살고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황은숙 소장은 “저소득 싱글 맘의 대부분이 혼자 되기 전 남편이 진 빚을 떠안고 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 신용불량자가 돼 숨거나 친지, 친구들도 못 만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황태훈 기자  

(동아일보 200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