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미래의 한국

2005년에서 2030년까지. 과학자들은 향후 25년 동안 얼마나 빠르게 과학기술이 발전할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지금부터 25년 전인 1980년과 현재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25년 후인 2030년에는 더 큰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과학기술부가 국내 과학자 5,40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만든 ‘과학기술 예측조사’ 내용을 토대로 2030년의 한국 사회를 가늠해보았다.

2030년 10월 아침.

김현수씨(가명)는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예약해둔 기상 시간에 맞춰 가사로봇 ‘호머’가 김씨를 깨운 것이다. 2005년에는 바퀴 달린 청소 로봇이 인기였지만 이제 집 안에서 바퀴달린 로봇은 찾아볼 수 없다. 인간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이 각 가정마다 보급돼 있다. 요즘은 신혼 부부의 혼수품 1호가 바로 호머와 같은 가사로봇이다. 호머는 미리 입력된 요리 프로그램에 따라 가족들이 원하는 식사를 만든다.

욕실에서 양치질을 하던 중 잇몸에서 피가 났다. 칫솔에서 빨간불이 깜박였다. 칫솔에 장착된 컴퓨터가 의료 전산망을 통해 김씨의 증세를 병원으로 전달했다는 신호다. 서재에 있는 컴퓨터는 자동으로 켜지고 화면에는 밤새 들어온 e메일 목록이 화면에 뜬다.

서울에 사는 그는 수소자동차를 타고 대전 연구단지로 출·퇴근을 한다. 25년 전에는 1시간 정도 걸리던 서울~대전 구간이 30분이면 가능하다. 20세기 휘발유 차 대신 지금은 수소자동차로 바뀌어 길거리마다 주유소 대신 수소 충전소가 들어섰다.

김씨는 자동차 안에서 다른 팀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운전은 목적지와 원하는 도착시간만 입력하면 자동항법장치가 다 해준다. 자동차 안에서는 다른 일도 할 수 있다. 집이든, 자동차든, 심지어 걸어다닐 때도 입는 컴퓨터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휴대전지 기술이 발달하면서 한번 충전으로 몇 달씩 전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는 사무실에서 바이어를 만났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종이 명함을 건네는 모습은 옛날 이야기다. 악수를 하면 ‘보디넷’을 통해 상대방의 이름, 나이, 직장, 사무실 전화번호, 취미 등 개인 정보가 바로 입력된다.

아침에 잇몸에서 피가 나 오후에는 종합검진센터에 들러야 했다. 2030년의 병원은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질병을 ‘삭제’하는 곳이다. 20세기 사형 선고에 해당했던 암은 더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 김씨도 5년 전에 췌장에서 암 세포가 발견됐다. 하지만 암 세포만 정확하게 공격하는 약물 전달 나노캡슐 치료약의 도움으로 암 세포를 퇴치했다.

20세기에 시작된 생명공학 혁명 덕분에 의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인간 게놈이 완전 분석돼 수많은 유전병을 원천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조합 단백질 기술이 확대되고 유전자 치료가 활성화됐다. 동물의 몸에서 만든 장기를 인간이 이식받은 것도 몇년 전의 일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는 물론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맞춤 의학도 등장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의약품 개발에도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복어의 독인 ‘테트로도톡신’을 이용해 통증 치료제를 개발하는가 하면 거미를 이용해 인장력이 높은 인공 거미줄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병원에 다녀온 뒤 김씨는 교통예약시스템에 접속했다. 다음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위그선 표를 예매했다. 위그선과 자기부상열차의 운행으로 해외 항공편도 많이 줄었다.

하루 일과를 끝낸 김씨는 야근하는 아내를 대신해 마트에 들렀다. 장보기를 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 싱싱한 생선이나 야채를 고르는 일이다. 그는 마트에 들어서면서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끼고 아내와 연결되는 버튼을 눌렀다. 야근 중인 아내가 사무실에서 ‘HMD’(Head Mounted Display·머리에 쓰면 화면을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끼면 김씨가 보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볼 수 있다. 아내가 화면을 보고 지적하는 대로 물건을 구입하니 장보기는 간단히 끝났다.

아이들의 학교 수업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대개 집안에 설치된 학습방에서 받고 1주일에 한번씩 학교에 가서 원격 교육으로 부족한 점을 보충한다. 오늘은 그동안 시뮬레이션 시스템으로 배운 테니스를 직접 해보는 날이었다. 게임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각종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이제 모든 공부에 응용되고 있다.

저녁 뉴스 시간에는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치매 백신을 만들어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우리나라의 연구진들이 노인성 치매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전구단백질’을 토대로 아밀로이드 펩타이드 항체를 대량 생산함에 따라 치매를 정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25년 전 그가 중학교를 다닐 무렵 한국은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10개를 선정해 고부가가치 사업을 중점 육성했다. 덕분에 한국의 과학기술은 더욱 발전했고 탄탄한 기술력을 통해 지금은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자리잡았다.

〈참고 : ‘2030년 미래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경향신문 / 이은정 기자 2005-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