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잦은 곳 왜 그런가 했더니… 위험지역 현장점검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 교차로.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이곳을 지나다니는 차들은 무서운 속도로 내달렸다. 빠른 속도로 교차로를 통과하려던 차량들과 주변 진출입로에서 나오는 차들이 서로 뒤엉켜 교차로 일대는 매우 혼잡했다.

이곳에는 인근 아파트와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진출입로 외에도 서부트럭터미널, 터미널 옆 주유소, 이면도로 등 본선으로 합류되는 통로가 10여 개나 있다. 서부트럭터미널 주변은 지난해에만 총 40건의 사고가 발생한 지역.

본보 기자와 함께 이곳을 둘러본 박용훈(朴用薰)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교차로 사거리 중 세 군데가 내리막길이어서 교차로 진입 시 차량이 과속하기 쉽다”며 “감속을 해야 한다는 안내 표지판이 없어 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국에서 교통사고가 잦은 지점은 총 8732곳이며 10만2201건의 사고가 발생해 10만7916명이 사망했거나 부상한 것으로 4일 밝혀졌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2004년 전국 도로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가 잦은 곳에서 발생한 사고는 운전자의 부주의뿐만 아니라 교차로 등 교통체계의 근본적인 부실 탓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 교차로, 진출입로 등 교통체계 미흡 = 3일 오후 11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경기고 앞 교차로. 영동대교 쪽으로 질주하던 차량 1대가 빨간색 신호등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듯 횡단보도를 한참 지나쳐 멈췄다.

다행히 보행자가 없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날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교차로 부근에서 급정차한 차량이 5대나 됐다. 무역센터에서 영동대교 방면으로는 내리막 급경사인 데다 차로의 선형이 불규칙하기 때문.

인천 동암 한미은행 앞∼부평구 십정동 구간의 경우 교통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좌회전 차로를 적게 만들어 추돌사고 등 37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교차로와 진출입로는 특정한 위치에서만 진출입이 가능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교차로 사고 = 이번 조사에서 도로 형태별 사고 지역은 교차로가 7477곳(85.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로 1152곳(13.2%), 접속로 74곳(0.8%), 교량 12곳 등이었다.

교통사고는 총건수 10만2201건 중 서울이 2만3274건(22.8%)을 차지했고 경기 경남 경북 인천 대구 부산 순이었다.

사고가 잦은 지역의 평균 사고 발생 건수는 광주(21.6건), 서울(17.1건), 인천(16.5건), 대구(14.9건), 부산(13.4건), 대전(12.2건) 등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은 11.7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정희수(鄭熙秀·한나라당) 의원은 “과속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내리막길에 미끄럼 방지 포장을 하는 등 안전장치를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훈, 신수정,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2005-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