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의사소통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5일, 문화관광부 국립국어원(원장 남기심)에서는 559돌 한글날을 맞아 우리 국민들의 국어에 대한 태도와 국어 사용 실태, 언어 정책에 대한 의견 등을 전국적으로 조사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조사는 2005년 8월~9월까지 전문 조사기관인 (주)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만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 4,055명(남성: 2,028명, 여성: 2,027명)에 대하여 1:1 개별면접방식으로 실시되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54%이다.

먼저, 국어에 대한 관심 정도에 대한 설문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60.9%가 국어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9.1%로 10명 중에 6명 정도는 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가 국어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고(66.4%), 교육 수준별로는 대학원 재학 이상의 사람들(77.0%)이 국어에 대해 관심이 높다고 응답하였다.

국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국민들은 말하기(49.8%), 글쓰기(14.0%), 언어 예절(12.5%), 표준어(7.9%), 맞춤법(7.0%) 순으로 관심이 있다고 응답하였는데, 국립국어원은 말하기에 대한 응답 비율이 높은 것은 말하기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중요한 요건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들은 국어의 아름다움에 100점 만점에 67.25점을 주어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었는데, ‘아름다운 국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외국어나 한자어가 아닌 우리 고유의 말(35.0%)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으며, ‘경어가 적절히 사용된 말’(28.2%), ‘표준 발음과 어법에 맞는 말’(25.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주위 사람들의 언어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먼저 말하는 속도와 높임말의 사용에 대한 질문에 66.3%의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의 ‘말하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응답하였고, 62.4%의 사람들이 주위 사람들이 ‘높임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73.8%의 사람들이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응답하였다.

이 외에도 ‘잘 모르는 유행어가 많아졌다’(78.2%),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75.4%), ‘외래어나 외국어를 섞어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73.2%)는 응답이 70%를 넘어 국민들이 우리 언어생활에 유행어, 비속어, 외래어·외국어의 사용 비율이 높아진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언어 행동’에 대해서는 처음 대면하는 사람과 부담 없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반이 넘지 않았고(44.4%). 여러 사람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말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1.2%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령이 높아지고 학력이 높아질수록 이야기하는데 어려움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음으로 욕설이나 비속어를 자주 또는 가끔 사용한다는 국민들은 50.5%였으며, 연령별는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60대가 가장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기분 나쁜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55.6%, ‘친근감을 주기 때문에’라고 응답한 비율이 27.3%였으며, 특히 20대는 ‘친근감을 주기 때문에’라는 응답이 35.2%나 되어 세대간의 차이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성별로는 남성(58.9%)이 여성(42.1%)보다 비속어를 사용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외래어 사용에 대해서는 '증가해도 상관없다' 11.0%, '어쩔 수 없다' 58.1%, '더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1.8%, '줄여 나가야 한다' 8.2%로 나타나 많은 국민들이 외래어·외국어 사용 증가에 대해 별 대안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국민들(90.9%)은 방송 언어가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응답은 연령별, 성별, 지역별로 거의 차이가 없어 대부분의 국민들이 방송 언어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방송 언어가 바람직한 언어생활의 지침이 된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67.8%였다. 특히 4,50대의 연령 단계에 속한 사람들의 응답률이 다른 연령 단계보다 높이 나타났고, 교육수준별로는 학력이 낮을수록 방송 언어가 바람직한 언어생활의 지침이 된다고 응답하였다. 방송 언어에 대해서는 특히 선정적·폭력적 언어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선정적·폭력적 언어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91.2%의 국민들이 응답하였다.

통신언어에 대한 태도도 비속어, 외래어·외국어의 경우처럼 세대간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언어를 잘 알고 자주 사용한다는 응답률은 20대 43.4%, 30대 9.8%, 40대 3.3%, 50대 0.6%, 60대 이상 0.4%로 세대간 차이가 현저했다. 흥미로운 것은 통신언어가 세대간 차이를 느끼게 한다는 데에서는 20대나 60대 모두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20대 80.5%, 30대 90.2%, 40대 93.9%, 50대 94.8%, 60대 96.9%로 나이가 많을수록 통신언어의 세대간 차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사결과에서 드러난 한국인의 국어능력 저하에 대해 ‘그렇다’고 인식하는 응답자는 62.7%로,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이 한국인의 국어능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국어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에서 국어 교육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33.5%)고 응답하였다. 다음으로 ‘대중 매체의 정확한 언어 사용’(25.8%), ‘가정 교육의 강조’(22.3%) 등이 중요하다고 응답하였다.

국립국어원은 앞으로 언어 의식 조사 결과를 참고로 하여 국어 발전과 국어능력 향상을 위한 국어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뉴스 / 안민정 기자 2005-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