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法 ‘양형논쟁’ 2라운드

대법원이 확정한 ‘양형정보 시스템 구축 계획안’은 검찰의 양형기준 강화 요구 공세에 대한 대응적 성격이 짙다. 양형 기준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간 논쟁이 다시 불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법원이 양형정보 시스템 구축 계획안을 확정한 것은 안팎으로 거세지는 양형기준 마련 요구 때문이다. 검찰은 사개추위 등을 통해 끊임없이 법원을 압박해 왔다. 천정배 법무부장관도 사개추위 공식석상에서 양형기준을 법제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이어 최근 이용훈 신임 대법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양형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을 정도다.

내부적으로는 재판부에 따라 다른 판결이 사법부 불신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와 양형편차 해소를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사정도 있다. 이 대법원장도 취임 직후 ‘화이트 칼라에 관대한 양형기준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피력했다.

따라서 법원이 양형정보시스템 구축과 함께 양형기준 마련에도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검찰과의 시각차이다. 검찰은 국회 산하에 법원, 검찰, 변호사, 학계 등이 참여하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양형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이고 정밀한 수준의 양형기준표를 작성,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법관의 재량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식 양형 가이드라인처럼 구체적 사건을 표에 대입시켜 적정 형량을 내리고 이를 벗어나면 판결문에 이유를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형정보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도 대검의 한 검사는 3일 “과거 이뤄진 양형 자체가 들쭉날쭉 일관성이 없는데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데이터베이스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법원은 검찰의 양형기준안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검찰안은 양형 편차를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극히 제한된 양형인자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 사건과는 무관한 일반 기준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달 개최되는 사개추위가 별 성과 없이 끝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양형위원회를 둔다는 방안 정도만 추인되고, 양형 조사관제 도입 및 구체적 양형기준의 내용은 2~3년 장기과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경향신문 / 권재현 기자 2005-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