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공립학교에 백인이 안보이네…美 인종분리의 시작?

《“미국은 인종분리(아파르트헤이트)로 가고 있다. 그것도 학교에서 시작된다.” 인종차별과 격리를 금지하는 민권법이 1964년 통과된 후 40여 년 만에 미국 사회가 다시 교육 현장에서 높은 인종장벽을 쌓고 있다. 교육문제 에세이스트 조너선 코졸 씨가 10월 중 발매될 신간 ‘국가의 수치: 미국 분리교육의 복귀’에서 각종 통계를 동원해 교육 현실을 통렬히 비판한 내용이다. 미국 월간지 ‘하퍼스 매거진’이 최신호에서 이 책의 요약문을 게재했다.》

○ 분리교육의 범인은 학부모?

뉴욕 브롱크스 지역은 대부분의 학교가 95% 이상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로 채워진다. 코졸 씨가 최근 방문한 한 고등학교는 18년 만에 백인 2명이 입학해 화제가 됐다. 학교가 흑인 밀집지역에 있어서만은 아니다.

공립학교 학생의 백인 학부모들이 학생을 빼가고 있는 것이다. 시애틀의 한 초등학교는 인구의 절반이 백인인 구역에 있지만 95%의 학생이 흑인과 인디언, 서남아시아계다.

역설적으로 ‘마틴 루서 킹’ ‘로사 파크스’ 등 민권운동 선구자들의 이름을 단 학교일수록 이런 ‘백인 공동화’ 현상이 심하다. 이 학교들은 대부분 1960년대 초 흑백 학생들이 어울려 공부하는 인종 간 문화교류의 이상을 안고 출발했다.

○ 인종에 따라 교육 환경도 판이

브롱크스 지역의 공립학교에서는 1000명을 수용하도록 설계된 학교가 1500명의 학생을 수용하기 일쑤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1969년 교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모든 공립학교가 미술, 음악 전공 정교사를 채용하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있어도 시간제 교사”라고 밝혔다.

뉴욕시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1인당 연 1만1000달러(약 1100만 원)의 교육비가 투자된다. 반면 백인 거주지인 롱아일랜드의 맨해셋에서는 배인 2만2000달러나 된다.

이에 따라 교육 성과도 판이하다. 뉴욕 주에서 백인 학생이 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고등학교는 80%의 학생이 4년 내 졸업한다. 흑인과 히스패닉이 반수 이상인 학교에서는 4년 내 졸업하는 학생 비율이 40%에 불과하다.

○ “차고에 버려진 물건”

코졸 씨는 한 흑인 여중생의 편지를 인용해 공립학교의 흑인 학생들이 스스로를 ‘차고에 버려진 쓰레기’처럼 느낀다고 전했다. 이 소녀는 “만약 어느 날 우리들이 한꺼번에 죽어버린다면 백인들은 안도감을 느낄 것”이라고 편지에 썼다.

“1896년 대법원은 흑인과 백인은 ‘동등하지만 분리된다’고 판시했다. 오늘날 미국이 이 정신으로 돌아가고 있는가?” 백인 남성인 코졸 씨의 경고다.

(동아일보 / 유윤종 기자 2005-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