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주년 국군의 날]“일자리 없나요” 떠도는 퇴역군인들

“군인은 타협과 적응 능력이 부족해요.”

23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2003년 소령으로 제대한 이모(47) 씨는 이 한마디에 할 말을 잊었다. 연봉 2000만 원 이하인 아파트 관리직에 지원했다가 들은 ‘낙방 사유’였다. ‘군 출신’이란 꼬리표가 이때처럼 야속한 적이 없었다. 군에서 북한 관련 정보수집 업무를 했던 그의 능력은 사회에서 휴지조각이 됐다.

이 씨는 월 150만 원가량 연금을 받지만 자녀의 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해 은행에서 1000만 원의 빚을 얻었다. 제대 이후 한때 군 관련 업체에서 계약직원으로 일했으나 지난해 8월 실업자가 됐다. 국가보훈처 제대군인지원센터에 등록했지만 1년 동안 이력서를 낼 기회는 불과 5번뿐이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해 온 직업군인들이 제대한 뒤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연간 1만 명이 넘는 직업군인들이 한창 일할 나이에 사회로 쏟아져 나오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육군의 연평균 직업군인 전역 인원은 1만2200여 명. 이 가운데 10년 이상 장기 복무자는 2200명, 5년 이상 중기 복무자는 2500명, 단기 복무자는 7500명이다. 이 가운데 10년 이상 장기 복무자의 지난 5년간 취업률은 평균 39.8%.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39.8%는 평균 가구소득(4인 기준 월 268만9000원) 이하 저소득층이다. 장기 복무자에겐 군 경력이 일종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군 생활 10년 만에 대위로 제대한 B 씨는 “기업들이 군 출신자라고 하면 영업 등 특정 분야에만 채용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군대에서 익힌 전산능력이나 사무능력을 무시하는 풍토”라고 털어놨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퇴역한 직업군인들이 일반 기업의 간부로 취직하는 등 진로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이 같은 일자리를 얻은 사람은 극소수다.

올해 초 전역한 A 씨는 “과거에는 기업에서 예비군 업무를 담당하는 비상기획관직도 많았다”면서 “지금도 직장 예비군지휘관 등을 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 자리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국방부나 보훈처는 ‘제대 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10년 이상 장기 복무자를 대상으로 사회 적응 교육이나 취업 알선, 대출 지원 등을 하고 있지만 제대한 직업군인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군 경력이 5∼10년인 직업군인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20년 이상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할뿐더러 국방부나 보훈처의 직업소개 지원조차 받지 못한다. 10년 이상 장기 복무자만 취업 등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정세진, 동정민, 문병기 기자

▼독도 경비대원등 참석…충남 계룡대서 기념식▼

건군 57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이 1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육해공군 통합으로 거행된다.

30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3부 요인과 국회 국방위원을 비롯해 참전용사, 독립유공자와 시민을 포함해 총 6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흑산도와 추자도를 비롯한 낙도 어린이 40명과 독도경비대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이라크 자이툰부대 방문 시 포옹했던 병사도 참석한다.

올해 행사는 식전행사와 본행사, 식후행사가 각각 화합, 충성, 신뢰의 장이라는 부제를 달아 진행된다.

제병지휘관에 임명돼 행사 준비를 지휘해 온 유대우(柳大雨·육사 30기) 육군소장은 “이번 행사가 군에 대한 국민의 사랑과 신뢰가 더욱 두텁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동아일보 2005-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