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나라살림] 상. '5% 성장' 빗나가면 적자 훨씬 커져

나라살림이 걱정이다. 정부가 돈쓸 곳을 자꾸 늘리고 있지만, 세금은 잘 걷히지 않아 재정에 구멍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짜면서 균형 잡힌 살림을 포기하고 적자 국채를 9조원어치나 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나랏빚은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앞으로 나라살림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내년 예산 의미·문제점

고유가에 건설경기 위축 등 악재 널려

국가채무 280조 … 정부선 "감당 가능"

정부가 내년에는 작심하고 처음부터 빚을 내 나라살림을 꾸리기로 했다. 내년 예산안에 처음부터 포함시켜 발행할 적자 국채 9조원은 사실상 사상 최대 규모다. 1999년 10조4000억원의 적자 국채가 발행된 적이 있지만, 이는 외환위기에 대처하는 예외적 상황에 따른 것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란 데 있다. 당장 내년 경기가 정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으면 적자가 훨씬 더 불어난다.

◆ 적자 국채 발행 = 일반회계 기준으로 내년에 정부가 쓸 예산은 145조7000억원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세수로 충당할 수 있는 부분은 130조4000억원밖에 안 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나머지 15조3000억원을 마련키 위해 정부가 낸 고육책이 적자 국채 9조원 발행과 6조3000억원의 공기업 주식 매각이다.

문제는 내수 세수전망도 올해만큼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는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돼 내년에는 5%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제 아래 세수를 전망했다.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본 이유다. 그러나 고유가 지속, 8.31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건축경기 위축, 기업의 투자부진 등 악재가 널려있다. 공기업 주식 매각도 예정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더욱이 정부가 추진하는 소주세율과 도시가스(LNG) 특별소비세 인상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재검토 뜻을 내비친 것도 정부로선 고민이다. 이게 무산될 경우 다른 곳에서 1조원 안팎의 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쌓이는 나랏빚 =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국가채무는 2000년까지만 해도 111조원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국가채무는 244조원을 돌파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280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 정도의 국가채무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나랏빚 평균 비율은 76%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는 것. 기획예산처 변양균 장관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둬 갚아야 할 적자성 빚은 전체의 43.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외화자산이나 융자채권 등을 정부가 갖고 있는 금융성 빚이라 우리의 재정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랏빚이 늘면 그만큼 후손에겐 큰 짐이 된다. 이는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빚의 규모는 물론이고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재정운용을 좀 더 알뜰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복지 비중 증가 = 복지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나 농어촌 지원 등에 대한 예산 지원은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중장기 재정 계획이다.

SOC 투자는 어느 정도 이뤄진 데다 앞으로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정부는 복지예산을 늘려 양극화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SOC 투자나 지역개발 예산 등은 경기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민간자본이 기대만큼 참여하지 않을 경우 건설경기가 위축돼 경기회복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주력하는 또 다른 분야는 국방과 연구개발(R&D)이다. 국방예산은 정부가 추진하는 군 현대화 등 국방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R&D 예산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다.

김종윤 기자

어디에 얼마나 쓰나

극빈층 지원 22% 늘려 5조4000억

SOC 투자 첫 감소 … 공무원 인건비는 8.2% 증가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예산과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높이기 위한 수송.교통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지역개발 예산은 올해보다 2.7% 줄었다. 당장 내년 한 해 성장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예산이 줄면서 정부가 예상한 5% 실질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사회복지, 연구개발 예산 급증 = 극빈층(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 지원하는 예산이 5조4000억원 책정돼 지난해(4조4000억원)보다 22.2% 늘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이에 따라 올해 143만 명에서 2006년 162만 명으로 19만 명 증가한다.

저출산 대책도 본격 추진돼 불임부부에 대한 시술 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내년에 총 1만4000명에 213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내년 연구개발 예산은 올해보다 15% 늘어난 8조9729억원으로 책정됐다. 과학기술진흥기금에서 국채를 발행해 여기서 조달한 돈을 연구개발 예산으로 사용한다. 특히 신기술의 주도권 선점을 위해 기초.원천 연구 지원을 강화한다. 전체 예산에서 기초연구용 예산의 비중이 올해 22%에서 내년에는 24%로 올라간다.

◆ SOC 투자는 줄여 = 1990년부터 2003년까지 SOC 예산은 연평균 16.8% 늘었다. 이 결과 90년에 비해 현재 4차로 이상 도로는 3.7배, 복선전철 1.3배, 항만 2.4배 등이 늘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내년에 도로 등 SOC와 지역개발을 위한 지출을 줄였다. 대신 정부는 민자를 유치해 기반시설을 계속 확충할 계획이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중심 복합도시(올해 75억원→2006년 353억원),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및 혁신 도시건설(신규 20억원)에 대한 지원은 확대된다.

내년 공무원 총 인건비는 20조5917억원으로 올해보다 8.2% 증가한다. 이는 임금 상승분(3%)과 인력 증원, 호봉 승진 등 자연 증가분을 합한 것이다.

◆ 이색 사업 = 북한의 5세 이하 아동과 산모 등의 영양을 개선하기 위해 25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내년에는 금연 상담 전화가 개설돼 12억원이 지원된다. 남극대륙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10억원이, 실종 아동찾기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데 8억원이 쓰인다. 5억1800만원을 들여 자동차 선팅 단속기기를 도입하며,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인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초기 납입금 64억8000만원을 투입한다.

교도소 경비시스템을 무인경비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내년에는 12개 교도소에 총 1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희귀난치성 환자 및 가족을 위한 쉼터를 10억원을 들여 설립한다.

김종윤 기자

어디서 얼마나 걷나

근소세 12.4% 늘어 서민 부담 가중

법인세는 9.4% 감소 … 지방세 세수 불투명

내년 나라살림을 위한 세수는 상당 부분 서민 주머니에서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줄어드는 반면 개인이 부담하는 세금은 크게 늘어난다. 세수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것도 문제다. 8.31 부동산 대책이나 환율.주가의 움직임에 따라 실제 세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 가계 부담 가중 = 봉급 생활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내년 12.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자소득세와 양도소득세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자소득세 증가는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이고, 양도세는 8.31 부동산 대책으로 실거래가 과세가 확대되기 때문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소비가 살아나고 있어 부가가치세 수입도 14.2%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12월에 첫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는 올해 7000억원에서 내년엔 1조200억원으로 불어난다. 반면 법인세는 올 초 세율을 2%포인트 내린 효과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반영돼 9.4%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 불투명한 세수 전망 = 올해 세수는 당초 예산보다 4조6000억원이나 덜 걷힐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이는 연초 달러당 1150원으로 잡은 환율이 상반기 1017원으로 떨어져 관세와 수입분 부가세 수입이 3조4000억원이나 구멍난 게 주된 원인이다. 경기 회복이 늦어져 부가세.특소세 수입도 예상보다 1조2000억원가량 줄었다.

내년에도 세수는 더욱 불투명하다. 지방세가 특히 그렇다. 행정자치부는 내년 지방세가 올해보다 3~5% 늘어난 35조200억~37조7000억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8.31 대책으로 부동산 거래세율이 1%포인트 떨어진 데다 거래가 급감할 수 있어 지방세 세수가 얼마나 될지는 각 지자체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부가세 수입도 예상보다 줄어들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정부 보유 주식을 더 팔든가 국채를 추가 발행해 적자를 메우는 게 불가피해진다.

정경민 기자

(중앙일보 2005-9-28)

[위기의 나라살림] 중. 갈수록 부족한 세수

나라 살림도 가정 살림과 원리는 똑같다. 한 해 돈 쓸 곳이 정해지면 이를 충당하기 위해 ▶돈을 벌어오든가(세금 수입)▶있는 재산을 팔든가(공기업 주식 매각 등 세외 수입)▶다른 곳에서 꿔 와야(국채 발행)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세금 수입에 지출을 맞추는 균형예산이다. 세수에 구멍이 나면 이를 메우기 위한 빚을 자손에게 물려주든가(국채 발행), 정부 재산을 축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세수 부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내년에 정부가 처음부터 9조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기로 한 것만 봐도 세수 부족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더욱이 정부의 내년 세수 전망은 5% 성장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국채 발행은 더 늘 수밖에 없다.

과거 고속성장시대엔 팽창 예산을 짜도 세수가 항상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성장률이 뚝 떨어져 세금을 걷기가 갈수록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세출을 합리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예산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세수 부족 일시적 현상인가 = 한국의 세수는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 3대 세목에 70%를 의존하고 있다. 이 중에 한 가지라도 세수에 차질이 빚어지면 전체 나라살림이 흔들린다. 문제는 3대 세목이 모두 경기 흐름에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올해 부가세와 소득세 세수가 당초 기대와 달리 크게 줄어든 것도 소비가 기대했던 것만큼 빠르게 살아나지 않은 데다 저금리 지속으로 이자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세제 개편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도 만만치 않다. 이는 경기와 무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세금이다. 올 초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각각 2%포인트와 1%포인트씩 낮춘 게 결정적이다. 냉장고와 에어컨을 특별소비세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연간 5000억원 안팎의 세수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추산된다.

새로 생긴 세목이라고는 종합부동산세 하나뿐이다. 그러나 이는 거래세와 재산세 인하로 인한 지방 세수 감소분을 메우는 데 써야 해 중앙정부 살림에는 큰 보탬이 안 된다. 결국 경기가 빠른 속도로 살아나지 않는다면 세수 부족 사태는 상당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 법인세율 재인상론 고개 = 소주세율과 도시가스(LNG) 특별소비세 인상이 무산될 처지에 놓이자 정부 일각에서 법인세율을 원위치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주세율과 LNG 특소세 인상으로 세수에 8000억원 안팎의 구멍이 났으니 이를 메우자면 법인세율을 되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인세를 깎아줬지만 세금을 낼 여력이 있는 수출 대기업만 혜택을 봤을 뿐 기업 투자는 살아나지 않았다"며 "중소기업은 어차피 이익을 못 내 세율을 올리더라도 부담이 늘지 않는 만큼 법인세율은 다시 올리는 게 경기를 위해서도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인세율을 다시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으로선 세율을 낮춘 지 1년도 안 돼 다시 올리기가 부담스럽다. 게다가 미국.유럽 등 선진국이 앞다퉈 법인세율을 낮춰주고 있는 마당에 한국만 다시 올리는 것도 국제 흐름과 동떨어진다.

◆ 국채 발행 증가 = 현재로선 세수를 확 늘릴 묘안을 찾기 어렵다. 소주세율 조차 못 올리는 마당에 서민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세목을 신설하거나 소득세율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 재산을 파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미 6조3000억원어치를 팔기로 했기 때문에 더 내놓을 것도 마땅치 않다.

결국 세수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채 발행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장에 채권 공급을 늘리면 금리가 오른다. 이는 다시 민간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위축시켜 민간의 투자 회복을 지연시키고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세연구원 성명재 박사는 "국채는 한번 발행해 놓으면 이자 부담 때문에 여간해선 줄이기 어렵다"며 "국채가 민간의 채권 발행을 위축시키는 수준에 이르기 전에 정부 스스로 씀씀이를 조절해 국채 발행 수요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등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을 펴야 세금도 저절로 잘 걷히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경민 기자

아직 괜찮다지만 … 확확 늘어 문제

나라빚 비교해 보니

1992년 유럽공동체(EC)가 정치.경제적 통합체로 나아기기 위해 합의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나랏빚 비율을 60% 이내, 통합재정수지는 -3% 이내로 지키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에 견주어 보면 한국은 나랏빚도 적고, 재정수지도 건전한 나라다.

기획예산처 분석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30.3%, 내년에 31.9%를 기록하게 된다.

통합재정수지도 올해는 GDP 대비 0.2% 흑자다.

선진국 클럽이라고 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한국은 빚 걱정이 크지 않은 국가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2004년 말 기준으로 미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63.4%이고, 일본은 157.6%나 된다. OECD 회원국 평균이 76.4%다. 한국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높다.

하지만 한국의 나랏빚이 늘어나는 속도를 보면 놀라게 된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나랏빚은 GDP 대비 12% 수준인 60조원대였다. 하지만 2006년에는 280조원이 될 전망이다.

10년 만에 무려 4.6배나 늘게 된다. 돈 씀씀이를 줄이지 않은 채 경기를 살린다고, 복지를 확충한다고 쉽게 빚을 낸 결과다.

더구나 숫자를 선진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사회복지 정책이 미흡하고,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을 선진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앞으로 돈 쓸 곳이 널려 있다. 사회보장 확대와 통일 비용 마련, 공공기관 이전과 국방 확충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야 한다.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데다 출산율도 낮아 정부는 앞으로 노인들에게 국민연금 등을 많이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금처럼 정부가 빚을 펑펑 내면 부담은 모두 후손에게 돌아가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김종윤 기자

장밋빛 전망치 … 과연 뜻대로 될까

내년 세입 '구멍' 벌써 우려

매년 예산 상 거둬들일 세금 전망치와 실제 거두는 세금 액수는 어긋나게 마련이다. 한국의 과거 10년간 세수 추계 오차는 평균 2.9%였다. 미국은 오차가 평균 10%나 된다. 지난해는 계획보다 덜 걷힌 세금이 4조6000억원이다. 예상치에 비해 3.5%의 오차가 났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차이가 나지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책무다. 그런데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발표되자마자 벌써 내년 세입 예산에 구멍이 날 것으로 우려하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내년 경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예산을 짰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5%, 민간소비증가율을 4.4%, 명목임금 상승률을 7.2% 안팎으로 전망했다. 이 기준에 따라 소득세는 내년에 27조7000억원이 걷혀 올해(24조5000억)보다 12.9%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3년 만기 회사채 금리(AA-)가 올해 4.6%에서 내년에 5.5%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자소득세가 늘고, 8.31 부동산대책에 따라 내년에 부동산을 파는 사람이 늘면서 양도소득세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로소득세는 명목임금 상승률에다 취업자 증가 등으로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법인세는 법인세율이 2%포인트 내려간데다 올 상반기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올해보다 9.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의 실적치와 내년 거시경제 환경을 고려한 세금수입 모델을 바탕으로 이런 전망치를 산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에 5%의 경제 성장을 달성할지부터가 미지수다. 특히 고유가와 원화가치 강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인데다 소비와 투자가 살아난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민간소비는 올 1분기에 전년 동기에 비해 1.4%, 2분기에 2.7% 늘어나는데 그쳤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올 초에 반짝 나아지더니 중순 이후부터 다시 나빠져 5월 99.2에 달했던 소비자기대지수가 8월엔 94.8까지 빠졌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건설경기가 침체하면 내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내년 세입예산안에 포함된 소주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세율 인상도 벌써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의해 제동이 걸려 수정해야 할 판이다.

김종윤 기자

(중앙일보 2005-9-29) 

[위기의 나라살림] 하. 방만한 정부 씀씀이

후손에게 빚더미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선 지금 세대가 세금을 더 내든가, 나라살림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세수 부족은 심한데 정부의 씀씀이가 너무 헤프다.

심지어 수십 조원을 쏟아부어야 할 국방개혁이나 대북 에너지 지원사업은 정부가 2009년까지 설정한 중기 재정계획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사업이 추진되면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 초대형 국책사업은 우선 순위를 정해 시급하지 않은 것은 뒤로 미루고,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 정부 씀씀이에서 군살을 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꼬리 문 초대형 사업 = 최근 발표된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국방개혁 분야다. 2020년까지 289조원을 투입해 전력증강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기획예산처는 2005~2009년 중기 재정 계획을 통해 5년간 국방 예산을 연평균 9.8%씩 늘려간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국방부는 최소한 2015년까지 매년 11%씩 늘려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건설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행정도시 특별법에 따라 정부 예산으로 쓸 수 있는 돈은 8조5000억원으로 제한됐지만 실제 사업이 시작되면 추가 비용 부담은 불을 보듯 뻔하다.

농업.농촌 중장기투융자계획에도 2013년까지 109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남북 관계의 진전에 따라 북한에 지원해야 할 돈도 만만치 않다. 통일부는 대북 에너지 지원 비용이 앞으로 9~13년간 6조5000억~11조원이 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중기 재정계획에도 반영돼 있지 않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북한 지원을 위해 써야 할 돈은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 복지비 부담도 가중 = 무기는 한번 도입하면 그만이지만, 복지는 일단 제도를 도입하면 매년 지출액이 더 늘어난다.

정부가 내년부터 2009년까지 추진하기로 한 22개 사회안전망 대책이 대표적인 예다. 사회안전망은 만들면 매년 대상자를 늘려가야 한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8조6000억원이지만 내년 예산에 반영된 1조4000억원, 중기재정계획에 반영된 3조6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3조6000억원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 부동산 관련 세금, 세출 예산 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2007년 도입을 추진하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도 변수다. EITC는 저소득층이 일해서 돈을 벌면 정부가 현금으로 매달 일정한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재정경제부 추산에 따르면 지원 대상을 근로계층으로만 좁혀도 연간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이 필요하고, 지원 대상이 늘어나면 연간 4조원 이상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불어나고 있는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의 적자도 고스란히 정부 부담이 된다. 연금에 적자가 생기면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하기 때문이다. 예산처는 이들 3대 연금에서 2020년까지 120조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은 받는 사람보다 내는 사람이 많은 국민연금도 점차 수급자가 늘어나면서 2037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47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속한 연금 개혁이 실시되지 않으면 재정에는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 씀씀이 과감히 줄여야 = 예산처는 "국방개혁의 경우 국방부 자체의 시안일 뿐 행정도시 건설이나 농촌지원은 중기 계획에 반영돼 있다"며 "예산이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집행되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산처도 대북 지원이나 저출산 대책,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대해선 별도의 재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성균관대 안종범(경제학) 교수는 "나라 살림이 어려운데 신규 사업을 마구 벌이면 재정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며 "씀씀이부터 줄여나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복지 예산 확충은 최대한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양대 나성린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현실성이 없거나 효과가 떨어지는 국책 사업은 보류하고 복지 분야 지출은 좀 더 신중하게 집행돼야 한다"며 "빈곤층에 직접 지원하기보다 일자리를 늘려 이들이 자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국가재정계획 적정한가

빗나간 지표, 덜 걷힌 세수

'선언'그친 5년 나라살림

지난해 9월 기획예산처는 2004~2008년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5년 단위 나라살림의 청사진을 만들어 국가재정 수입을 전망하고 지출 규모와 재원 배분의 큰 틀을 마련한 것이었다. 중장기 나라살림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꾸리겠다는 바람직한 취지였다.

이 계획은 매년 경제 상황과 여건 등을 고려해 수정하게 된다. 때문에 5년간의 중기 계획이 꼭 들어맞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계획이 초기부터 크게 어긋나면 중기 재정계획을 세워 나라살림을 짜임새 있게 운용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진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이 제대로 달성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5년 계획기간 중 나라살림은 건실하게 운영된다'는 애초의 발표를 시행 초반부터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5년간 실질 경제성장률이 매년 5%는 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계획을 짰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4.6%에 그쳤고 올해는 3.8%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부터 거시경제 지표가 예상치를 벗어나면서 세수에 구멍이 커졌다. 더구나 돈 들어갈 곳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9월에 발표된 2004~2008년 계획에 따르면 관리대상수지(사회보장성 기금과 공적자금 손실의 국채전환분을 제외한 수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1%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2006년 0.6% 적자, 2007년 0.3% 적자를 거쳐 2008년에는 균형(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세금이 계획보다 4조3000억원 덜 걷혔고, 올해도 4조6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정부의 돈 씀씀이는 줄지 않아 나라살림 적자는 더 커졌다.

27일 발표한 2005~2006년 계획에 따르면 올해 관리대상수지의 GDP 대비 비율은 -1.5%로 지난해 계획보다 적자폭이 0.5%포인트 늘었다. 애초 균형을 회복한다던 2008년에도 여전히 1%의 적자가 나는 것으로 수정됐다.

적자가 커지면서 나랏빚도 늘어났다. 지난해 발표 때에는 올해 나랏빚이 244조2000억원으로 예상됐지만 올해 발표 때에는 3조9000억원 늘어난 248조1000억원이 됐다. 정부가 너무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장밋빛 중기 재정계획을 짰다는 비판이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김종윤 기자

각 부처, 지출 구조조정 사례

산림청, 비용 줄여 1000억 절감

나랏돈 아껴보려 정부 '안간힘'

나랏돈의 씀씀이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나라살림을 알뜰하게 하기 위해 돈 씀씀이를 아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공무원 인건비나 이자 등 경직성 비용을 제외한 예산 42조7000억원 중 5.6%인 2조4000억원의 예산을 아꼈다.

내년 예산에도 상당한 구조조정을 했다. 기획예산처는 애초에 각 부처가 요구한 44조8000억원의 예산 중 9.3%(4조2000억원) 를 조정해 예산을 아끼거나 다른 필요한 예산의 재원으로 돌렸다.

노동부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면 기업에 채용 인원 1명당 최대 6개월간 월 60만원씩 지원하는 취업지원제도와 기업이 정규직을 채용하면 기업에 채용인원 당 월 60만원씩 최대 1년간 지원하는 청년고용촉진장려금 제도를 각각 운영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비슷한 성격의 두 제도를 통합해 23억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

산림청은 숲 가꾸기 사업을 하면서 비용을 줄여 예산을 아끼는데 기여했다. 올해 ha(약 3000평)당 129만원인 숲 가꾸는 비용을 내년에는 ha당 77만원으로 줄이는 등 총 1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산림청은 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기계화해 단가를 낮춘데다 임야 수용시 소유주 등을 설득해 수용 비용을 줄여 산림사업 단가를 평균 19% 낮췄다.

정통부는 농어촌 정보화를 위해 운영했던 지역정보접근센터에 대한 지원을 내년부터 폐지, 18억원의 예산을 아꼈다.

해양부의 어촌정보사랑방, 농림부의 디지털 사랑방 등의 사업과 중복됐기 때문이다.

정책의 효과가 떨어지는 제도를 과감히 없애 예산을 절감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청이 꾸리는 중소기업 기술지도 사업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에 관련 전문가를 파견해 기술지도를 하는 이 사업에 대한 수요자 만족조사 결과 효과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정부는 내년에 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여기에 들어갈 예정이던 30억원의 예산은 중소기업 경영쿠폰 컨설팅 제도의 예산으로 활용한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예산 심의와 관리를 더 철저히 해 잘못 쓰이거나 새는 예산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등 나랏돈을 알뜰하게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중앙일보 2005-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