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경제올인論은 유신시대 논리”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를 “통합적 진보주의자”로 규정했다. 27일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간담회에서다. 대연정론은 접었지만 ‘정치문화 혁신’이라는, 연정론의 문제의식은 여전한 셈이다. 참여정부 들어 세번째인 간담회는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삼성의 ‘금산법’ 논란, 부동산, 소주세 등 경제 문제는 물론 ‘연정론’과 통일비용 등 다양한 현안들이 테이블에 올랐다.

노대통령은 말미에 “이제 준비한 이야기를 하나만 하겠다”며 속내를 내비쳤다.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의미이고, 그 핵심은 ‘상생정치’였다. 노대통령은 “한국은 좌파, 우파가 갈라져 있는 것이 아니라 대결주의와 타협주의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당신이 진보냐 보수냐’고 물으면 당연히 진보지만, ‘진보’하면 비타협적 투쟁노선을 가진 사람들로 비쳐진다는 점 때문에 ‘통합적 진보주의’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만 무장해제하고 있다”는 리더십의 위기도 결국 그 연장선이다. 노대통령은 “우리 정치에서 대통령이 얼마만큼 자기 정체성을 갖고 협상을 할 수 있고,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가는 여전히 숙제”라고 토로했다. 독일의 ‘비전 2010’을 들면서 “영국의 블레어 총리 같은 경우는 가운데 길을 가면서 양쪽을 다 먹었는데, 슈뢰더는 먹기는커녕 양쪽으로부터 배척받는 실패한 케이스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의 ‘연정’ 문제도 거론됐다. 1990년 3당 합당과 ‘연정론’을 구분짓는 데서 출발했다. 3당 합당은 “호남을 고립시키는 통합”이었기에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또 다른 분열이자 따돌리기”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으로선 “(3당 합당이) 언젠가는 벗어야 할 역사의 부채”라는 것이다.

야당의 ‘경제올인론’에 대해선 불편한 심사를 여과없이 표출했다. “경제올인론이 이 의제(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연정)를 밀어붙여 버렸다”는 점에서다. 노대통령은 “(경제올인론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며 “대단히 간교하고 교묘한 정치논리” “무책임한 선동정치의 표본” 등으로 비판했다.

대통령의 ‘반기업 정서’ 부각도 정략적 공세로 파악했다. “논쟁의 대척점에 선 사람들이 공격하고 반격하는 과정에서 동원되는 논리로, (반기업 정서는) 나도 없고 국민들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통일비용’을 두고는 “너무 빠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사전준비적 성격이므로 ‘통일준비비용’이 적절하다”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북방투자’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속적 보완 대책을 시사한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임기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부동산 정책은) 마지막 ‘책걸이’까지 하고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향신문 / 김광호 기자 2005-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