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근무할 형사가 없다… 수사 부서 기피현상 심화

"강력반 근무 1년이면 빚만 500만원이라는 말이 통설입니다."

강력반 20년째인 박모(50) 반장의 말이다. 그는 잠복 근무 등 강도 높은 근무 환경에다 부족한 활동비를 성토하는 후배 형사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곤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모 경찰서 강력반에 근무하는 한 형사의 부인은 3년 전 가출했다. 범인 검거를 위해 집에 자주 들어오지 못하자 아내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사생활을 포기하다시피 일하는 일선 형사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 경찰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수사 경과(警科)에 하위직 경찰관들의 지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26일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지난해 12월 수사 경과를 신청한 경장 직급 경찰관이 정원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사경과제는 수사 경찰을 교통.생활안전.경비 등의 일반 경과에서 분리해 독립적인 인사.교육.승진 시스템을 마련하는 제도로 지난해 도입됐다.

권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수사 경과를 신청한 경찰관 중 정원이 가장 많은 경장 계급은 7842명으로 전체 수사 경과 정원(1만6919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정원(8006명)에 미치지 못했다.

순경은 2300명 정원에 2684명이 지원해 1:1이 조금 넘었다. 이는 수사 경과제 도입으로 일선 경찰관들이 수사 부서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과 어긋나는 것이다.

권 의원은 "하위직 경찰관 사이에 근무 여건이 열악하고 위험에 자주 노출되는 수사 경찰직을 기피하려는 현상이 심각하다"며 "범죄가 지능화.광역화함에 따라 승진 등에서도 불리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감에서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도 "1주일 평균 100여 시간 이상 근무하는 외근 형사들의 대우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선 형사의 활동비는 한 달 25만~30만원 수준으로 차량 유지비 수준이다. 시간외 수당은 경장의 경우 시간당 6368원. 수사비는 전체 경찰의 총액 개념으로 투입되며 팀별 수사 업무에 따라 지급된다.

(중앙일보 / 김승현.임장혁 기자 2005-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