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민원서류도 뚫렸다…인터넷 등기부등본 위변조 가능

‘보안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대법원의 인터넷 등기부 등본이 위조 또는 변조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자치부의 인터넷 민원서류에 이어 대법원의 인터넷 등기부 등본도 컴퓨터를 조금만 다룰 줄 알면 누구나 손쉽게 위변조할 수 있을 만큼 보안체계가 허술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등기부 등본이 위조되면 아파트와 빌딩의 주인도 순식간에 바뀔 수 있어 국민의 재산권이 일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26일 한 인터넷 보안회사가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 사이트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 결과 등기부 등본 위변조가 쉽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먼저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사는 A 씨의 아파트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뒤 등기부 등본 자체를 컴퓨터에 하나의 파일로 저장했다.

이후 컴퓨터로 문서작성을 하는 것처럼 등본에 나와 있는 모든 내용을 바꾸고 이것을 출력하는 것이 가능했다.

특히 행자부 민원서류의 위변조와 달리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도 없고 간단한 컴퓨터 지식과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만 다룰 줄 알면 건물 소유주와 면적 등을 아주 손쉽게 바꿀 수 있었다.

따라서 거래하는 사람이 상대방이 제출한 인터넷 등기부 등본의 위변조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그대로 속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인터넷으로 발급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의 모든 부동산 관련 서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크다.

대법원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행자부 인터넷 민원서류의 위변조 가능성이 확인되자 “인터넷 등기부 등본은 충분한 보안장치를 했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인터넷 서류발급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단순히 행자부 민원서류의 위변조 차단장치만을 도입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번처럼 다른 위변조 방법을 사용했을 때는 보안시스템이 맥없이 무너졌다.

인터넷 보안업계 관계자는 “행자부나 대법원 할 것 없이 문서 자체의 위변조는 언제라도 가능하다”며 “근본적인 대책은 일선 행정부서와 금융회사 등에서 반드시 인터넷 서류의 확인절차를 거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인터넷 등기부 등본 발급 서비스는 1년 전부터 시작됐다.

클릭 몇번으로 건물-땅주인 바뀔수도

대법원의 인터넷 부동산 등기부 등본에는 국민과 기업의 부동산 관련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따라서 이것이 위조 또는 변조된다는 것은 재산의 소유 관계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보안업체가 보안 안전성을 확인해 본 결과 대법원의 인터넷 등기부 등본은 ‘위변조의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초보적 수준의 컴퓨터 문서작업 지식만 있다면 행정자치부의 인터넷 민원서류를 위조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쉬운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더구나 등기부 등본 위변조는 재산권 문제와 직결돼 있어 출생지와 주민등록번호, 가족관계 등 개인정보가 바뀌는 행자부 인터넷 민원서류와 비교할 때 질적으로도 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 등기부 등본이 위조되면

만약 A 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를 팔기 위해 대법원의 인터넷 등기소에 접속해 간단한 위변조 작업으로 이 아파트에 대한 근저당 설정 금액을 1억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췄다고 가정하자.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자신이 떠안는 부채가 실제로는 1억 원이어서 9000만 원의 손해를 볼 수 있다.

채권 채무의 주체가 완전히 바뀌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B건물에 대한 근저당 설정권자를 C은행에서 D은행으로 바꿔 버리면 된다.

등기부 등본의 위변조가 만연하면 이런 사태는 무수히 벌어질 수 있다.

○ 대법원, 왜 뚫렸나

최근 문제가 된 행자부 인터넷 민원서류 조작은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행자부 서버에서 개인의 컴퓨터까지 오는 정보를 중간에 가로채 위변조하는 것. 따라서 별도의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등기부 등본 서류는 프로그램 제작상의 오류가 원인이어서 별도의 해킹 프로그램이 없이도 정보를 가로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원래 위변조가 불가능하려면 대법원의 인터넷등기소에 접속한 뒤 이 문서가 출력될 때까지는 절대로 누구도 내용을 수정할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의 현행 프로그램은 등기부 등본이 중간에 PC에 저장된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다.

정보보안업체 관계자는 “대(對)국민 서비스가 시작된 뒤 2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이런 오류가 남아 있을 정도로 단순한 ‘허점’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거래 당사자의 확인 절차가 필수

가장 확실한 보안장치는 거래 당사자나 행정기관, 금융회사 등에서 직접 인터넷에 접속해 인터넷으로 출력해 온 등본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반 국민의 보안의식이 거기까지 이르지 못한다. 인터넷 출력본을 원본과 확인하는 경우는 전체 발급서류 10건 가운데 1건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전자정부 사업에 참여해 온 한 시스템통합(SI) 업체 관계자는 “일반 국민은 주민등록등본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정부가 공인했다고 믿고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자 정부 사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국민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보안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 김상훈, 김두영 기자 2005-9-27) 

대법, 인터넷 등기부등본 발급 잠정중단

"변조ㆍ해킹 기술 원천봉쇄후 서비스 재개"

대법원은 27일 오전 7시부터 인터넷 등기부 등본의 위조 내지 변조 방지 시스템을 보완할 때까지 인터넷 발급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가 23일 위ㆍ변조 문제제기에 따라 전자정부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주민등록 등ㆍ초본 등 민원서류 발급을 중단한 데 이어 대법원까지 등기부 등본 발급을 잠정 중단함에 따라 민원인의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언론에서 등기부 등본 위ㆍ변조 사례를 지적한 데다 등기부 등본은 국민의 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서비스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문제점을 확인해 보고 문제점이 있다면 보안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에 지적된 위ㆍ변조 사례는 일반 국민이 전문지식과 기술없이 간단한 키보드 조작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진 보안업체와 프린터 드라이버 제작업체의 공동기술에 한해 가능하다"고 말해 전문가들이 의도적으로 해킹하거나 위ㆍ변조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법원은 "국민의 불안해소를 위해 변조나 해킹에 사용된 기술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후 서비스를 다시 제공하겠다. 현 상황에서 구체적인 재개시기를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등기부 등본 서비스의 보안성 향상을 위해 다음달부터 적용할 예정이던 가상 프린터 제어방지 프로그램과 출력을 위한 메타데이터((metadataㆍ다른 데이터를 설명해주는 데이터) 생성가능 위험 제거프로그램의 적용시기를 늦췄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률상 권리관계는 등기가 이뤄져야 성립하기 때문에 등기 신청과정을 통한 검증을 거치므로 변조된 등기부 등본이 실제 사용됐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금까지 변조된 등기부 등본으로 인한 피해사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작년 3월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인터넷으로 출력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해 하루 4만여건의 출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작년 9월에는 법인 등기부 등본에 대한 인터넷 출력 서비스도 개시했다.

한편 동아일보는 인터넷 등기소에서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출력하는 과정에 별도의 해킹 프로그램 없이도 컴퓨터에서 프린터로 전송되는 등기부 등본을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한 뒤 이 파일에서 등본 내용을 바꾸는 방식으로 위ㆍ변조가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 류지복 기자 2005-9-27) 

법원, 인감ㆍ등기권리증 위조 잇따라 적발

대부분 법무사 직원들…위ㆍ변조 감시 강화

인터넷 등기부등본의 위ㆍ변조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대법원이 인터넷 발급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가운데 인감증명서나 등기권리증 위조ㆍ행사 사건이 법원에 의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28일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 및 인천ㆍ의정부지법 등 수도권 내 법원 직원들은 위조된 공문서를 제출, 등기신청을 하려 한 법무사 사무실 직원들을 상반기에 4차례, 하반기에 2차례 각각 적발해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했다.

법원 조사결과 위조된 공문서는 호적등본, 제적등본, 인감증명서, 등기권리증 등으로 다양하며 근저당권 설정이나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이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사 사무실 직원들의 부동산사기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일부 법무사 사무실 직원들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민원인이 오후 늦게 등기신청을 할 경우 당일 처리해 준다'는 선(先)처리 방침을 악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서울지역 모 법무사 사무실 직원 양모씨는 위조된 인감증명서와 권리등기증을 인천지역 등기소에 제출하며 부동산 근저당권 설정등기 선처리를 요청했다 인감증명서 이상을 눈치챈 법원 직원이 동사무소에 문의하면서 위조사실이 적발됐다.

또 모 법무사 사무실 직원 이모씨 등 5명은 경기도 양주시 땅 724평에 대한 실소유자 5명의 실소유자 인감증명서를 위조, 등기소를 오후 늦게 찾아 소유권 이전등기를 신청했다 등기소 직원이 인감증명서 발급여부를 해당 관청에 문의하면서 위조사실이 발각됐다.

상속을 이유로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를 신청하면서 호적등본과 제적등본을 위조한 사례도 잇따라 적발됐다.

대법원은 공문서 위조ㆍ행사가 지난해 극성을 부리자 `등기부 위조 관련 업무처리 지침'을 마련, 올해부터 공문서 위조사범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한 직원들을 포상하고 인사 때 반영토록 하는 등 공문서 위.변조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를 위해 법정국 내에 포상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상반기와 하반기 한 차례씩 개인별로 30만원의 상금을 법원장 명의로 지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심규석 기자 2005-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