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신형 자주포 8대 창고에 방치"

김명자 의원, 국방위 질의자료서 지적 UH-1H.K-1 전차 등도 정상운행 차질..노후화, 부품조달 문제로

1999년부터 전력화되기 시작한 K9 신형 자주포 8대가 운영, 관리상의 문제로 훈련에 투입되지 못하고 사실상 창고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UH-1H, CH-47D 등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헬기와 K-1 전차, K-55 자주포, K-200 장갑차 등은 상당수가 노후화나 주요 부품 조달 문제 등으로 정상적인 운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명자(金明子.열린우리당) 의원은 26일 육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같이 밝히고 K9의 엔진 `창정비'(廠整備) 문제를 지적했다.

`창정비'는 주로 무기체계와 관련해 사용하는 용어로 `완전 분해해 내부의 장비나 부품을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김 의원측에 따르면 육군은 8대의 K9 엔진이 창정비 기간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에 대한 안내지침이 없어 사실상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K9은 자주포이지만 엔진, 트랜스미션 등 핵심 부품은 수입 또는 기술도입을 통해 체계 개발업체인 삼성테크윈이 최종 생산, 군에 납품하고 있다.

테크윈측은 국내 S사가 독일 관련업체로부터 수입한 K9 엔진의 주요 부품을 공급받고 있으며 독일 수출사는 엔진의 창정비 기간을 엔진 가동시간을 기준으로 1천500시간으로 설정했다.

문제는 1999년부터 전력화 되기 시작한 K9 자주포의 일부 엔진이 이미 가동시간을 1천500시간에 도달했는데도 불구, 군이 이에 대한 명확한 안내지침을 미리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독일 수출사의 지침대로 엔지 창정비 기간을 1천500시간으로 적용, 엔진을 분해해 부품을 교환 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지 못했다는 게 김 의원측의 설명이다.

1천500시간의 창정비 기간을 무시하고 엔진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이후 엔진 등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수출사측에 클레임을 제기할 수 없는 법적 문제가 따를 수도 있다.

창고 신세를 지고 있는 K9 8대 이외에도 야전에서 운영 중인 일부도 엔진 가동시간이 1300∼1400시간에 육박해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측은 "K9을 운영하는 군에서 엔진 창정비에 대한 안내 및 관리지침을 뒤늦게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엔진가동시간 1천500시간이 도달하기 훨씬 이전에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측은 또 "K9의 전체 차체에 대한 창정비 기간은 `10년 또는 주행거리 9천600㎞'로 되어 있다"며 "엔진 창정비 기간은 이에 비해 지나치게 빨리 돌아오는 문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측은 "엔진 가동시간을 기준으로 한 개념은 지상장비가 아닌 보다 엄격히 엔진 정비를 요하는 항공기나 선박 등에 적용하는 것"이라며 "엔진 창정비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잡은 것은 수입업체가 우리의 전장 환경과 운용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수입해 생긴 `실패사례'"라고 말했다.

김 의원측은 "K9과 마찬가지로 연구개발 성공에만 급급해 유지 운용을 감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향후 유지 운용성을 고려한 개념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총 3조4천723억원의 예산을 투입, K9 155㎜ 신형 자주포 532문을 전력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K9은 1999년부터 현재까지 226대가 생산돼 전력화됐으며 2011년까지 연간 60여대 안팎이 생산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방부가 한나라당 송영선(宋永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육군의 K-1 전차, K-55 자주포, K-200 장갑차 등은 예산부족으로 제때 정비를 하지 못해 정비지연율이 80%에 이르는 등 전력공백이 우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1 전차는 336대가 올해 정비 대상이지만 정비 계획에 포함된 것은 73대에 그쳤고 K-55 자주포도 366대중 79대만 정비계획에 포함됐을 뿐 나머지 287대는 내년으로 수리가 미뤄졌다.

특히 K-200 장갑차는 753대를 정비해야 하지만 151대만 정비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육군은 매년 5천531억원 가량을 장비 유지비로 지출하고 있지만 도입된지 50년이 넘는 노후장비를 유지하는데 1천170억원을 쓰는 탓에 신형장비를 제때 교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육군이 운용중인 UH-1H 헬기 128대 가운데 51대와 CH-47D 치누크 헬기 28대중 12대가 노후화 및 부품지연으로 정상 기동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UH-1H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128대 모두 25년 이상된 노후헬기로 주야간 작전이 가능한 A급은 77대에 불구하고 나머지 51대는 야간비행과 특수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CH-47D 치누크 헬기의 경우 28대 중 12대가 엔진동력을 전후방 날개에 전달하는 C-BOX 등 주요 부품의 해외정비 지연으로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상태다.

(연합뉴스 / 이귀원 기자 2005-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