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에세이] 中, 되풀이되는 공중도덕 계몽 운동

침 뱉기는 예사다. 담배 꽁초는 차창 밖으로 날려버린다. 신호등 색깔은 자동적으로 바뀌지만 행인들은 색깔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운전에서 양보란 단어는 찾기 어렵다. 틈만 생기면 끼어든다. 수퍼마켓 계산대에서, 기차역 승강장에서, 공항의 탑승 카운터에서도 끼어들기는 다반사다.

급정거와 급발진으로 자동차의 브레이크 판은 금세 닳는다. 차 사고가 나면 길이 막히게 마련이지만 중국에선 더하다. 차를 세워 놓고 현장을 구경하는 운전자들 때문이다.

중국은 공중도덕 사각(死角)지대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문제를 고치기 위해 2001년 10월 공중도덕 시행 요강이라는 문건을 발표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거의 없다. 당국은 21일 다시 공중도덕 요강 발표 4주년 기념 포럼을 개최했다. 다시 한번 대대적인 공중도덕 계몽 운동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훈련된 대학생들을 농촌으로 내려보내 덕치(德治)와 법치(法治)를 알릴 계획이다. 또 염치를 차릴 겨를이 없는 빈민들을 돕기 위해 정부기관이 가난 퇴치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그렇지만 공산당은 물론 국가 지도자가 직접 나서 벌이는 이런 캠페인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잠깐 한눈 팔면 남이 자리를 차지하고, 내가 먹지 않으면 남이 내 먹이를 가로채 가는 비정한 현실 때문이다.

빈부 격차의 확대, 심각한 관료 부패 등의 고질적 문제로 중국인들의 생존환경 시계는 거꾸로 돈다는 지적도 많다. 열악한 사회.경제적 환경으로 인해 세상 인심은 메말라 가고 있다.

중국 당국이 공중도덕 확산 운동을 재차 벌이고 있지만 별 소득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맹자(孟子)는 "돈(재산)이 있어야 마음이 따른다(有恒産 有恒心)"고 했다. 맹자의 잠언과 공산당 구호가 엇갈리는 사회, 이게 오늘의 중국 모습이다.

(중앙일보 / 유광종 특파원 2005-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