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1] 10년 후, 한국산업 ‥ '변화를 지배하라'

추락이냐, 재도약이냐. 한국의 경제와 산업이 갈림길에 섰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란스레 교차한다. 분명한 것은 이대로 멈출 수는 없으며 희망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산업자원부가 먼저 깃발을 들었다.

지난 9월6~7일 양일간 ‘산업혁신포럼 2005’를 마련, 한국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전략을 가다듬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교수, 레스터 서로 MIT대 교수 등 석학들이 자리를 함께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미래산업전략, 혁신클러스터, 인적자원개발 등 3개의 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참여했다.

한국산업은 과연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석학들의 지혜를 들어봤다.

산업자원부의 야심찬 미래 청사진이 공개됐다. ‘산업혁신포럼 2005’에서 한국산업의 10년 후를 제시한 ‘2015 산업발전전략’을 발표한 것. GDP 잠재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올려 2015년 1인당 GDP 3만5,000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 전략은 현재의 상태로는 선진국 진입이 요원하다는 현실 진단에서 비롯됐다. 경제규모 세계 11위, 무역규모 12위, 외환보유고 4위 등 그동안의 성과가 적지 않지만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져 현재의 위상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하지만 현재보다 1%포인트 높은 성장을 달성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15년 세계 10위의 경제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 실천방안이다. 산자부가 제시한 전략의 핵심은 ‘세계 분업구조의 보완자’(Global Industry Integrator)라는 비전에 함축돼 있다. 이른바 ‘넛 크래킹’(호두까기기구에 끼인 호두처럼 선진국과 신흥공업국 사이에 끼어 질식당하는 현상)이라고 불리는 위기요인을 기회요인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저부가가치 시장은 중국을 활용하고 고부가가치 시장은 한국이 주도해 선진국과 개도국 시장 모두에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 단순히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 경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한국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신기술 융합산업 및 첨단제조업, 주력제조업, 인프라 서비스, 소프트 서비스 등 4대 산업을 선정,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반도체, 디지털가전, 바이오산업 등 신기술 융합산업 및 첨단제조업에서는 글로벌리더로 자리매김할 방침이다.

자동차, 조선 등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는 주력제조업은 서비스와 브랜드 차별화를 통해 선진국시장을 확보하고 개도국에는 중급기술을 활용, 시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인프라 서비스 분야에서는 급속한 산업화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개도국의 환경, 물류 등의 수요를 충족시켜 나가기로 했다. 또 교육, 의료 등 소프트 서비스의 아시아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번 전략은 기업의 역할에 주목, 기업의 창조적 혁신활동을 주문했다. 선진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는 기술순응자(Fast Follower)에서 탈피해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선도자(Rule Creator)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제품, 서비스, 프로세스, 사업모델, 고객 등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을 재정립해 무경쟁, 신시장을 선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정부는 산업과 시장의 역동적 변화에 발맞춰 기업의 혁신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과거의 공급지향적 정책에서 수요지향적 정책을 강화, ‘+1% 전략’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각오다.

앨빈 토플러, 제프리 페퍼, 레스터 서로 등 석학들은 산자부의 비전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매우 광범위하고 입체적이며 인상적인 전략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따가운 비판과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미래산업전략, 혁신클러스터, 인적자원개발 등 3개 주제로 마련된 포럼에 기조강연자로 참여한 석학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미래산업전략

미래산업전략 포럼에서는 앨빈 토플러 박사와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교수가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토플러 박사는 ‘2015년 세계환경변화와 산업발전전략’이란 주제를, 페퍼 교수는 ‘미래환경변화와 기업의 경영전략’이란 주제를 발표했다.토플러 박사는 현대를 ‘변화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매우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를 분석하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플러 박사는 미래경제의 4가지 패턴을 제시했다. 부문간 변화속도의 차이, 대량생산체제의 붕괴, 잉여복잡성, 사회 각 분야의 경계 소멸 등이 그것이다. 우선 부문별로 변화의 속도에 차이가 있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부문의 변화가 더뎌 다른 부문의 혁신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것.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느 부문의 속도를 높여야 하는지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변화의 가속화는 복잡성을 발생시킨다. 제품의 경우 너무 많은, 소비자들이 실제로 쓰지 않는 수많은 기능이 결합된다. 이에 따라 자신의 필요에 정확히 부합하는 제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대량생산체제는 붕괴하고 맞춤화, 개인화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또 복잡성의 증가는 생산과 소비, 비즈니스와 연구 등 이질적인 분야의 교류를 증진시켜 사회 각 분야의 경계는 갈수록 사라질 것이다. 과거 절대적 경계였던 국가조차 그 의미를 크게 상실할 것이다.

토플러 박사는 변화는 변화를 주도하는 측과 저항하는 측의 충돌을 야기해 자칫 사회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인데다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한국의 리더들은 변화에 동참해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프리 페퍼 교수는 기업의 성공전략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다며 ‘사실과 증거에 입각한 경영’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기술우위의 확보는 유일한 생존전략이 아니다. 도요타, 델, 피델리티 등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의 상당수는 기술보다는 기업문화나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에 강점이 있다. 후발기업이나 저성장산업이라도 문화와 사람에 투자를 확대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인수합병 전략이나 글로벌 아웃소싱 전략의 효과 역시 허구적이라고 페퍼 교수는 지적했다. M&A의 70%는 실패로 끝나며 중국에 생산기지를 이전한 기업의 상당수는 기술이 유출돼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자만 만들고 마는, 이른바 ‘악마와 거래’한 처지에 몰렸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할 과제는 직원중심의 기업문화 구축이라고 페퍼 교수는 제안했다. 최고인재를 영입하고 교육을 강화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좋은 일터’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산자부의 ‘2015 산업발전전략’ 대해선 토플러 박사는 고부가가치 산업과 저부가가치 산업을 분류, 차별적인 전략을 세웠다 해도 현재의 수출 위주의 구조는 재고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수출이 언제까지 잘될지는 알 수 없으므로 내수시장 육성에 좀더 힘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페퍼 교수는 미래 발전에 대한 국가의 역할에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개입은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겸손’해야 한다는 것. 혁신은 개념적으로 중앙 관리될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수직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혁신이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혁신클러스터

혁신클러스터는 일정한 지역에 인접한 기업, 대학, 연구소 등 각 기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지식과 기술이 창출되는 ‘집합체’다. 제조 위주의 기존 공단과 달리 기술혁신의 요람이 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일본의 도요타클러스터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산자부는 창원, 구미, 울산, 반월시화 등 전국에 7개의 시범 클러스터 단지를 지정,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클러스터를 육성하고 있다.

혁신클러스터 포럼에는 레스터 서로 MIT대 교수와 마쓰시마 가쓰모리 도쿄대 교수가 기조강연을 했다. 서로 교수는 한국형 클러스터 육성을 위한 전략에 무게를 뒀고 가쓰모리 교수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지역 클러스터의 성공조건을 제시했다.서로 교수는 한국의 지리적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클러스터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시장과 생산원가가 저렴한 중국과 산업의 효율성과 기술이 뛰어난 일본에 인접해 있어 성공적인 클러스터 육성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중국을 위기요인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성장의 동반자로 여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쉽게 말해 ‘물이 좋아졌다’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 한국의 높은 교육수준과 창의적 역량 등도 성공요인으로 지목됐다.

서로 교수가 제시한 클러스터 성공의 제1조건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모든 것을 다 하기보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정보통신과 바이오산업, 미래성장산업인 나노, 환경, 에너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고지식경영자(CKO)도 육성해야 한다. 미래산업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올바른 사업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쓰모리 교수는 첨단산업일수록 클러스터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제안했다. 첨단산업은 각각의 독립적인 기술이 모여야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업, 연구소가 지역적으로 밀집해 있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역경제와 기업의 요구에 부합하는 전략도 필수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설계로는 클러스터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가쓰모리 교수는 중국에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포럼에 앞서 진행된 기자단 공동인터뷰에서 가쓰모리 교수는 “중국은 한국보다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으며 현재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되기도 힘들다”며 “중국의 부상에 대한 필요 이상의 두려움은 한국의 미래전략 수립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중국은 대단히 다양한 성격의 지역으로 나뉘어 있고 하나의 틀로 볼 수 없는데도 한국은 중국을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에 대한 보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패러다임의 전환도 주문했다. 일본경제가 90년대 들어 급격히 힘을 잃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부 주도의 산업경쟁력 강화 전략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며 경쟁력 강화와 함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산업의 육성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또 벤처 강화 방안이 누락된 것도 아쉽다고 그는 덧붙였다. 혁신의 과제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벤처에 보다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인적자원개발

이번 포럼의 마지막 주제는 인적자원개발이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을 주도해 나갈 우수한 산업인력을 효과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묘안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였다. 첫 번째 세션에는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가의 산업별 인적자원개발 사례가 발표됐고 두 번째 세션에서는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의 전략이 모색됐다.

영국, 호주, 캐나다의 산업별 인적자원개발 프로그램은 각국의 특성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지만 몇가지 공통되는 측면이 있었다. 우선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아니라 정부와 독립적인 민간기관이 주도하고 있었다. 정부는 필요한 재원과 지원을 제공하는 선에서 개입을 할 뿐이다. 이를 통해 기업과 시장이 요구하는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공급자가 아니라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 고용주와 노조의 전폭적인 참여도 성공요인이었다.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의 성공전략도 이와 맥을 같이했다. 데이비드 파인골드 케크 응용생명과학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으로 변화와 지식경제의 속도가 높아져 인적자원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고용주들은 갈수록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어 이 부문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최영섭 박사는 산자부가 2년 전부터 도입,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는 ‘산업별 인적자원개발협의체’의 성과와 과제를 발표했다. 최박사는 업종 차원의 공동대응 경험이 없는 풍토와 정부 주도의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신뢰부족 등으로 협의체의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과 노조 등 민간부문의 참여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 INTERVIEW 앨빈 토플러 >

‘좌ㆍ우파적 문제인식 쓸모없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아이디어와 사고방식으로는 더 이상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정치, 경제, 사회의 갈등을 정치적 좌우의 시각으로 접근하지만 이는 현재의 변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 박사는 이전의 사회와 전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전반의 문제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은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반면, 정부와 관료들은 상대적으로 혁신의 속도가 더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많다고 그는 지적했다.

토플러 박사는 현대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복잡성’을 들었다. 전자기기, 자동차, 소프트웨어 등 기업의 제품만 해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 이는 비단 제품에만 해당하는 트렌드는 아니다. 정치, 사회, 경제, 교육 전반에 걸친 변화상이다. 예를 들어 이전 사회에서 대학은 단순히 교육에만 주력하면 됐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기업이나 정부 등 교육 외의 단체나 기관 등과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토플러 박사는 미래에 대한 한국의 전략을 ‘작은 크기’에서 발견하고 있었다. 유럽의 경우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 등 ‘큰 나라’보다 핀란드,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 작은 나라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듯이 한국은 작은 크기(Size)에 맞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산업화시대에는 ‘큰 것이 좋다’(the bigger the better)는 말이 통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미래 경쟁사회에선 스마트한 경제시스템을 갖춘 작은 나라가 유리합니다. 중국과 달리 한국은 산업화시대를 거쳤습니다. 산업화시대의 경쟁요소는 한국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합니다.”

작은 경제의 원동력은 중소기업이며 한국기업은 중소기업 육성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토플러 박사는 강조했다. 또 혁신적인 인재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획일적인 교육보다 서로의 ‘이질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도입돼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공장을 연상케 하는 공교육은 대량생산을 위주로 하는 산업화시대에나 어울린다는 지적이다. 외부변수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수출 위주의 한국경제가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도 창조적인 혁신가를 배출할 수 있는 교육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토플러 박사는 힘줘 말했다.

< 레스터 서로 MIT대 교수 >

‘주변국 벤치마킹 철저히 해야’

“1975년 이스라엘의 GDP는 아일랜드보다 10배 정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2005년 현재 아일랜드의 GDP는 이스라엘의 2배를 넘죠. 일본은 한국보다 GDP가 높고 중국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9%대로 한국보다 훨씬 높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레스터 서로 미국 매사추세츠대학(MIT대) 교수는 성공한 다른 국가들을 철저히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은 벤치마킹에 열정적이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국인들은 주변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의 부상에 겁을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좀더 들여다보면 그렇게 두려운 일도 아닙니다. 중국의 경우 GDP의 70%가 도시에서 발생합니다. 반면 13억 인구 가운데 도시인구는 불과 4억명에 그칩니다. 9억명이 사는 농촌의 발전은 거의 전무합니다. 따라서 중국이 GDP 10%를 달성하기 위해선 도시의 성장률이 33% 이상이어야 가능합니다. 그런 일은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한국 정부는 정보기관을 동원해서라도 주변국의 동향과 잠재력에 대해 치밀한 분석과 예측을 수행해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에 대해서도 조언을 했다. 미국조차 모든 것을 잘하지 못하는 만큼 한국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 정보통신이나 바이오산업처럼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사양산업이라고 불리는 전통산업에 대한 시각도 달리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의류수출국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2위가 이탈리아라는 점입니다. 명품의류가 주력이죠. 결국 중국이나 일본과 어떻게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 실천하느냐에 미래 성장 여부가 달려 있습니다.”

북한이라는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서로 교수는 제안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북한은 한국에 부담요소일 수도 있지만 통일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란 얘기다. 사회보장제도가 발달돼 있어 통일비용이 엄청났던 독일에 비해 한국의 경우 비용은 독일보다 적게 드는 반면,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는 경제발전에 긍정적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라톤을 하듯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구상해야 합니다. 미국이 영국을 따라잡는 데도, 일본이 미국을 추격하는 데도 100년 이상이 걸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10년 아니라 20년에 걸친 전략도 턱없이 짧을 수 있습니다.”

(한경비즈니스 2005-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