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연이틀 `호텔회견..`친절한 북한'

북한이 16일 이틀 연속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 것도 지난 1단계 회담 때처럼 북한대사관 앞에 서서 약식으로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6자회담 공식 브리핑 장소인 댜오위타이 호텔 기자회견장을 빌렸다.

또 할 말이 있을 때 아무런 통보없이 갑작스럽게 했던 과거의 경우와는 달리 1시간 가량 전에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게 통보해 주기까지 했다.

북한을 제외한 회담 참가국들이 매일같이 회담 진행상황과 전망에 대해 브리핑을 해왔지만 북측이 연이어 회견을 자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와 관련된 경수로 보유 문제를 두고 연일 미국과 공방을 벌이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자신의 입장을 언론을 통해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회견을 자청한 까닭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아침 저녁으로 기자들에게 북측 주장이 비합리적라며 고강도로 대북 비판을 가하자 명분면에서 궁지에 몰릴 것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의 진의를 알아달라''는 제스처인 셈이다.

그러나 과거의 일부 사례처럼 회담을 파국으로 몰거나 새로운 주장을 들고 나오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정반대의 시각도 회담장 주변에서 나돌았다.

이날 북한은 여느 때의 회견때와 달리 북미간 핵문제의 연원까지 나름의 논리로 소상히 설명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에 명분을 쌓으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1994년 북미간 제네바 합의부터 시작해 북한이 핵을 보유하기 까지의 과정을 소개하는 현학봉 북한 대변인의 말 하나 하나에서 이런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현학봉 북한 대변인의 `부드러운'' 어조는 상당히 눈에 띄었다.

경수로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부드러운 남자'' 힐 차관보의 어투가 드세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실체는 이렇다. 제발 믿어달라''는 간곡함으로까지 들렸다.

북한은 과거 6자회담 동안 할 말이 있을 때면 기자들을 주중 북한대사관 안으로 불러들이거나 정문 앞에서 `골목회견''을 하는 등 자신들의 영역을 떠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이틀 연속으로 `호텔 회견''을 했다.

때문에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던 취재진들은 2단계 회담에서만은 `친절한 북한''의 자세 때문에 여유를 갖고 회견을 경청할 수 있었다.

지난 1단계 회담에서는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두 차례 북한대사관 정문앞에 서서 간단하게 발표문을 읽고 `훽'' 돌아서 들어간 적이 있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북한은 기자들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은채 자신들의 입장만을 밝힌 채 총총 걸음으로 기자들의 아우성 속에서 호텔을 유유히 빠져나가 취재진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연합뉴스 / 이상헌 기자 2005-9-16)

<6자회담> 수정본 회람..내일은 `선택의 날'

결렬이냐, 타결이냐, 휴회냐 갈림길

2단계 제4차 6자회담 나흘째인 16일 경수로 문제를 놓고 북미 양측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장국인 중국이 4차 초안의 수정본을 내놓으면서 협상의 분수령이 되고 있다.

이번 수정본은 각국의 입장을 반영해 경수로 문제에 대한 절충 방안이 투영된 것으로 관측되면서 17일 오후 3시까지 중국에게 내놓을 나머지 5개국의 반응에 따라 협상의 계속 또는 휴회, 타결, 결렬 등의 결과를 나올 전망이다.

◇ 수정본 어떻게 나왔나 = 4차초안 수정본은 2단계회담 들어 처음 나온 것이다.

그 기본이 된 4차초안은 1단계회의 당시 중국이 내놓은 것으로, 집약과 균형에 초점을 맞춰 크게 6개항으로 구성된 공동문건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의 핵 포기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 및 북미, 북일 관계 개선 등이 골자를 이룬다.

2단계에서도 4차초안은 협상의 출발점이 됐지만, 북한이 6자의 틀 내에서 경수로를 달라는 요구를 공식화하고 미국이 이를 거부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이날 아침부터 한국, 미국, 북한, 일본 등과 돌아가며 만나 각측 입장의 접점을 담은 수정본을 오후 3시 전체회의에서 제시하게 된 것이다.

수정본의 무게 중심은 1단계 때 4차초안에 대해 미국이 동의했고 북한은 거부했던 점에 비춰 북한 쪽으로 조금 더 이동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회담 관계자는 이 수정본의 명칭에 대해 "(전체회의에서) 누구도 5차 초안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 전체 구성에 손을 대지 않고 최소한의 수정이 가해졌음을 시사했다.

또 수정본이 나오는 과정에서는 2단계 회담 들어 세번째 북미 협의가 이뤄지고 북일 양측도 잠시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간극 줄이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일 3국은 90분간 오찬 회동을 갖기도 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오찬 회동 직후 북한 및 미국과의 접촉 결과에 대해 "좋은 논의였다"고 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밝혀, 접점모색이 시도 중이지만 간극이 여전함을 내비쳤다.

◇ 경수로 문제 포함됐나 = 수정본에 대한 관심은 경수로 문제의 포함 여부에 있다.

그러나 회담 관계자들은 그 내용은 물론 평가에 대해서도 함구로 일관했다.

북한 대표단 현학봉 대변인이 이날 오후 7시30분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수정본에 대한 반응이 없었고 우리측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북미 양측이 경수로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는 점에서 경수로에 대해 우회적 또는 직접적인 표현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특히 중국 특유의 외교적 수사나 조어 능력이 절묘하게 반영됐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내용은 북한은 6자의 틀 내에서 경수로를 달라는 것이고 미국은 경수로는 지금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맞서 있는 상황에 비춰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의 권리로 묘사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접점 마련에 적극적이었던 우리측 송민순 차관보가 15일부터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리, 경수로를 가질 수 있는 그런 기회의 창은 열려 있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누누이 설명한 것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먼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룬 뒤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논리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수로의 개념이 이처럼 `미래의 권리'로만 묘사됐는지, 아니면 한발짝 더 나아가 `미래의 실물'로까지 구체화됐는 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권리로만 규정됐으면 북한의 `제공' 요구가 반영되지 않게 되고, 국제규범에 따른 북한의 `복권' 이후 실물을 제공하겠다는 의사가 녹아들어갔다면 시제만 뒤로 미뤄진 채 북한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비춰 미래에 경수로를 지어주겠다는 약속이 들어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맞물려 상응조치의 하나인 우리 정부의 중대제안이 그대로 남아 있는지 여부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대북 200만kW 대북 송전계획인 중대제안은 신포 경수로 대체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아사히(朝日)신문은 북한이 한국의 전력지원제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대신 6자회담 틀 내에서의 경수로발전소 제공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회담 관계자는 "그런 얘기를 북한으로부터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북한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대제안에 대한 별도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중대제안은 4차초안 수정본에도 그대로 남았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 17일은 선택의 날 = 수정본에 대한 각국의 입장 통보시한은 17일 오후 3시이다. 전체회의에서 수정본을 돌린 이후 24시간의 여유를 준 것으로 1단계 회담에서 4차초안을 내놓은 뒤 하루의 입장 통보 시간을 준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각국은 이에 따라 각국의 수정본을 보고하고 훈령을 기다리는 중이다.

송 차관보는 이날 저녁 "지금 중대한 고비에 들어갔다"며 "전체적으로 추가적인 협의보다는 그 것(수정본)을 택하느냐, 아니냐의 시점에 도달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이징(北京) 안팎의 분위기는 밝아지기보다는 점점 더 어두워지는 쪽으로 가는 듯한 모습이다.

북한 현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요구는 먼저 무장해제하라는 것인데 이 것은 너무 천진난만한 요구이며, 따라서 우리 입장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라고 미국을 겨냥한 뒤 "신뢰의 기본척도인 경수로를 주지 않겠다고 계속 주장하면 우리는 우리 식의 평화적 핵 활동을 순간도 멈출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경수로 없이는 협상 결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미국 쪽에서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뉴욕포스트와 회견에서 "6자회담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고 있다. 우리 보호에 도움이 되는 비확산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북한의 해외자산 동결 가능성을 시사, 험로를 예고했다.

1단계 회담 당시에는 한.미.일.러 4개국은 4차초안이 동의하고 북한만 거부했지만 4차초안 수정본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주목된다.

그러나 참가국 간에는 결렬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만큼 17일 일부 국가에서 수정본에 대한 거부 의사가 나오더라도 `휴회'를 통해 봉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상황이다.

(연합뉴스 / 정준영 기자 2005-9-16)

북 "경수로 안주면 핵활동 안 멈춰"

2단계 제4차 6자회담에 참석 중인 북한 대표단은 16일 "미국이 경수로를 주지 않겠다고 고집하면 핵활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한 대표단은 회담 개막 나흘째인 이날 오후 6시30분(현지시간) 베이징 댜오위타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핵억제력을 내놓으라는 것은 무장해제를 요구와 같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북한대표단의 현학봉 대변인은 "미국은 자체방어를 위해 만든 핵억제력을 먼저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먼저 무장해제를 하라는 것으로 너무 천진난만한 요구이며 꿈도 꾸지 말라"고 밝혔다.

현 대변인은 "미 국방성은 핵선제공격 교리를 공식화하려 하고 있다는 소리가 있다"며 "이런 조건에서 우리는 절대로 선핵포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조미 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기본척도로서 경수로 제공요구를 내놓았으며 이를 제기하면서 미국의 우려를 고려해 경수로 운영을 공동관리에 맡기고 사찰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미국이 경수로를 주겠으면 주고 말겠으면 말라"며 "이렇게 되는 경우 우리는 선군정치의 목표에 따라 우리 식대로 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대변인은 "조(북)미 사이의 핵문제는 1994년 기본합의문으로 이미 해결됐으며 당시 우리는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하는 데 상응하게 우리의 자립적 핵동력 공업을 동결시켰다"면서 "그런데 부시 행정부가 취임하기 바쁘게 기본합의문을 파기하고 우리를 악의 축, 그리고 선제공격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에 대처한 자위적 조치로서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서 탈퇴했으며 그리고 그 당시 이라크처럼 될 위험이 큰 조건에서 자체방위를 위한 핵억제력 강화를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은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이며 6자회담에서 조미관계가 정상화돼 신뢰가 조성되고 미국의 핵 위협을 느끼지 않게 될 때 우리에게는 핵무기가 전혀 필요없다는 것을 밝혔다"고 전하고 "미국은 우리의 이런 입장을 약점으로 보고 모든 핵계획에서 손을 떼라고 강제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박기성 이상헌 기자 2005-9-16)

북 "미국이 경수로 공동관리도 거부했다"

16일 밤 6자 회담 북한 대표단의 현학봉 대변인은 미국이 경수로의 공동 관리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현 대변인은 "우리는 조·미 사이의 신뢰 조성을 위한 기본 척도로서 경수로 요구를 제기하면서 미국의 우려를 고려하여 그 운영을 공동관리에 맡기고 사찰도 받을 것이라고 하였다"며 "(그러나) 미국이 신뢰의 기본 척도인 경수로를 주지 안겠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우리로서는 우리식의 평화적 핵 활동을 순간도 멈출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수로 공동관리는 이미 국내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과 미국의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제시했었다.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 핵 동결을 하는 대가로 신포에 경수로 2기(총 200만㎾)를 지어주며, 그 운영과 관리도 북한에 맡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지 부시 행정부는 경수로를 통해서도 무기급 플로토늄 추출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건설을 중단시켰다.

핵 동결의 대가이자 평화적 핵이용권 차원에서 경수로를 받아야겠다는 북한의 입장과 이는 절대 안된다는 미국의 입장을 절충할 수 있는 방안으로 나온 것이 경수로의 공동관리였다.

즉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되 그 운영과 폐 연료의 처리 등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담당하고 북한에게는 전력 사용권만 주자는 것이다.
6자 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은 지난 8월14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수로가 핵무기 제조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의 직접 참여 등 "엄격한 감시 하에 운영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의사를 믿지 않는 주장도 많았다. 북한의 말대로라면 경수로의 목적은 전력 확보다. 그러나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남한이 대북 송전을 하겠다는 중대제안도 있고, 러시아로부터 전기를 공급받고 그 비용을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부담하는 방식도 있다.

따라서 북한이 굳이 경수로를 고집하는 것은 결국 핵물질 추출이 목적이라는 지적이었다. 이런 분석을 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수로의 공동관리 방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16일 북한의 성명에 따르면 경수로 공동관리 방안을 거부한 쪽은 미국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인 평화적 핵 이용, 그것도 자신들이 상당히 양보했는데도 부시 행정부가 거부한 것은 결국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미국의 말이 거짓에 불과하다.

실제 6자 회담 수석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이번 회담 초부터 "경수로는 의제가 될 수 없다"고 여러번 강조해왔다.

(오마이뉴스 / 김태경 기자 2005-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