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美동북아 전략에 한 말씀.."훈수"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에 훈수를 뒀다. "미국의 동북아 제1정책은 동북아의 화해와 협력, 통합 질서 구축으로 하라"는 언급은 '조언'을 넘어 '촉구'로 읽히기 충분하다. 그간 미국과 관련해선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만 언급해왔던 것과 비교할 때도 다소 이례적이다.

특히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은 미국을 직접 겨냥한 '대미 메시지', 그 자체다. "미국 한복판에서 남의 얘기를 할 수는 없지 않냐"는 청와대측 설명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핵심 고리가 북미 관계인 만큼 미국의 유연한 입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동북아 지역에서 대결 구도가 아닌 통합의 질서를 만들자는 게 노 대통령의 구상"이라며 "현재 동북아 대결 구도의 핵심에 북미 관계가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미국의 역할을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 관련 언급도 연장선상에 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북핵의 평화적 이용을 허용하자"는 메시지는 난항 중인 6자회담의 최종 열쇠를 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관계의 정상화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메시지 역시 미국을 향한 결단 촉구다. 북미 수교가 북핵 포기의 대가이면서도 포기를 유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

"북핵 폐기로 한반도 정전 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고 북미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은 물론 동북아가 새로운 질서로 나아가는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할 말은 한다'는 노 대통령의 대미관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미동맹에 있어 "매우 안정적" "더욱 건강하게 발전" "군사적 동맹을 넘어 보다 포괄적, 역동적, 호혜적 동맹으로 나갈 것" 이라고 한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유엔 총회 기조 연설을 비롯 이번 중미 순방 기간동안 개별 국가들과 만남에서 줄곧 강조하고 있는 '동북아 통합 질서'도 눈 여겨볼 대목이다.

전날 유엔 총회 연설에서 유엔 안보리 개혁과 동북아 평화를 주장하며 일본을 겨냥한 것이나 이날 미국을 향한 메시지 모두 '동북아 평화' '동북아 통합 질서'에서 비롯됐다.

특히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침탈한 섬을 되돌려 달라는 행위는 침략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 "일본 때문에 한중일 사이의 과거사가 정리되고 있지 않다" 등 일본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일본과의 '외교전'을 예상케 하는 부분이다.

개발도상국이나 중진 국가들을 대상으로 외교적 관점과 논리를 제시하면서 일본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한편 '동북아 균형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머니투데이 / 박재범 기자 2005-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