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먹는 하마' 중국

지난달 카자흐 석유社 이어 에콰도르 유전 또 사들여
인도와 입찰가 높이기 출혈경쟁… 양국 공조방안 모색

신흥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인도가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격돌하고 있다. 세계 주요 유전의 인수·개발 입찰에 양국의 석유회사들이 어김없이 나타나 막판까지 경쟁한다. 고속 성장과 함께 급증하는 에너지 소비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자원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남미의 에콰도르 유전을 놓고 두 나라가 붙었다. 결과는 중국의 승리. 중국 언론들은 15일 국영 석유천연가스공사(CNPC)의 합작투자업체인 안드레스석유가 캐나다 석유회사인 엔캐나가 보유하고 있는 에콰도르의 유전과 파이프라인 등을 14억2000만달러에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안드레스석유가 인수한 에콰도르 유전은 하루 7만5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으며, 확인된 매장량은 1억4300만배럴. 안드레스석유는 에콰도르 파이프라인의 지분 36%도 함께 인수했다. 에콰도르 유전 인수전에는 인도의 국영 석유회사인 ONGC도 참여했으나, 안드레스석유를 내세운 중국의 CNPC에 고배를 마셨다.

중국과 인도의 국영 석유회사인 CNPC와 ONGC는 그야말로 숙적 관계다. 지난달에는 카자흐스탄의 석유회사 페트로카자흐스탄 인수를 놓고 두 회사가 경쟁했다. CNPC는 경쟁입찰에서 41억8000만달러를 제시, ONGC를 물리치고 원유 매장량이 396억 배럴에 달하는 카자흐스탄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자원 확보 경쟁에서 지금까지의 성적은 중국이 단연 우세하다. 인도는 카자흐스탄과 에콰도르에서뿐 아니라, 수단과 인도네시아 유전 개발 사업에서도 중국 업체에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인도는 정부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전 개발·인수 시장에서 중국에 맞서기 위해 14개 국영석유회사의 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인도의 마니 샨카르 아이야르 석유장관은 올해 초 “국제 유전 개발 입찰에서 중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거대 석유회사의 출현이 불가피하다”면서 “14개의 국영 석유·가스 회사를 1~2개의 거대 회사로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나라가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나치게 경쟁하다 보니, 유전개발사업의 국제 낙찰가격을 터무니 없이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CNPC가 페트로카자흐스탄을 인수한 가격은 시가보다 21%나 높았다. 서로 출혈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국은 경쟁하는 한편으로,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공조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11월 인도 석유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양국은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에서의 유전개발사업에 양국 주요 석유·천연가스 업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으로 떠오른 중국과 인도의 공조는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조선일보 / 조중식 특파원 2005-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