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패권추구 안한다” 부시 설득 안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3일(미국 시간) 뉴욕에서 우여곡절 끝에 무릎을 맞댔다. 당초 7일로 예정됐던 정상회담은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를 이유로 연기됐다가 두 정상의 유엔 창설 60주년 회의 참석을 앞두고 ‘급조’되다시피 했다.

특히 이번 회담은 후 주석의 미국 방문 격식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진 데다 미국 측의 급작스러운 연기 요청으로 양국 간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돌아 주목을 받았다. 후 주석의 미국 방문은 2003년 3월 국가주석 취임 후 처음이다.

▽ 상호 불신 씻기에 주력 = 후 주석은 1시간여의 회담 대부분을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과 군사력 증강으로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국 위협론’을 불식하는 데 할애했다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후 주석은 “중국의 평화적 발전은 세계의 이익에 도움이 되며 중국은 주변국을 위협하거나 패권을 추구할 의사가 없다”면서 중-미 관계의 건설적 발전을 위해 고위층 교류와 각종 전략대화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의했다. 부시 대통령도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전략대화 시스템 구축에 동의했다.

후 주석은 또 부시 대통령이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예정대로 중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왕지쓰(王緝思)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후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의구심을 씻어내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미 관계는 9·11테러 이후 상호 협력 단계에서 복잡한 전략적 모순이 노정되는 ‘포스트 9·11 시대’로 접어들었다”면서 “지금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불신과 전략적 견제가 초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폭넓은 의제 섭렵 = 두 정상은 양국 간 단골 메뉴인 대만 문제는 물론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7월 하순 단행된 위안화 평가절상,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대책, 북한 및 이란 핵 문제, 반(反)테러, 이라크 문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조류독감 등 폭넓은 의제를 논의했다.

후 주석은 “대만의 분리 독립 움직임이 대만해협의 안정을 해치는 원인”이라며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중지를 요청했고,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 주석은 “중국은 매년 2400만 명을 위한 일자리가 필요한데 고속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절반 정도밖에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며 국내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후진타오-부시 회담 일지▼

△2002년 2월 22일=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중국을 방문해 칭화(淸華)대 강연을 앞두고 후진타오 당시 국가부주석을 면담

△2002년 5월 1일=후 부주석,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서 부시 대통령을 면담

△2003년 6월 1일=후 주석, 프랑스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해 부시 대통령과 비공식 회담

△2004년 11월 20일=후 주석,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부시 대통령과 비공식 회담

△2005년 9월 13일=후 주석,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공식 회담

(동아일보 / 황유성 특파원, 권순택 특파원 200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