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찾아주니 잃은 물건들 돌아오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사는 주부 양영희씨(38)는 최근 건강검진을 받으러 간 분당의 한 병원에서 마음이 훈훈해지는 일을 한꺼번에 여러 번 겪었다.

비가 오는 날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양씨는 접수를 하고 외래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데 접수가 잘못 됐으니 다시 접수하라는 말을 들었다. 몸이 워낙 좋지 않아 몇 걸음 떼기도 부담스러웠던 양씨는 간호사에게 부탁해 재 접수를 하고 싶었지만 바쁜 사람들을 번거롭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창구로 다시 갔다. 이때 실수한 병원 직원이 양씨의 힘겨운 모습을 보고는 미안해 어쩔 줄 몰라했다.

마음이 여린 양씨는 그 직원에게 다가가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할 수 있죠. 괜찮아요.”라며 위로했다. 화를 내는 대신 친절한 말로 위로를 받은 직원은 다음 환자를 받으면서 미소롤 일관했고 이를 본 양씨는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리고 나서 양씨는 소변검사를 받기 위해 화장실에 갔다. 그때 눈에 번쩍 띄는 물건이 보였다. 누구라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유명한 명품지갑이 세면대 옆에 놓여있었다. 굳이 지갑을 열어보지 않아도 지갑 입구 쪽으로 두둑한 현금이 보였다. 순간 양씨는 탐이 났다고 한다.

대단한 명품 지갑에 이만큼의 현금을 갖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엄청 부자일 테고 그렇다면 그 사람한테 있어 이 정도 돈은 ‘껌 값’밖에 되지 않을 거라고 양씨는 생각했다. 이 정도 돈이면 오늘 들어간 병원비 하고도 꽤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몸이 아픈 자신에게 내려준 선물이 아닌가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쁜 생각은 말 그대로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 돈이 만약 많이 아픈 사람의 돈이라면 분실한 사람에게는 몇 백만원 그 이상의 가치일수도 있다고 양씨는 역지사지했다. 천성적으로 착한 성격의 그녀는 지갑을 들고 가 곧바로 안내데스크에 맡겼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양씨는 다음 검사를 받기 위해 계속 다니고 있는데 어떤 젊은 여자가 울먹이며 데스크에서 지갑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옆에는 남편과 젖먹이 아기도 같이 있었다고 양씨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다행히 지갑 속에 접수증이 들어 있어 쉽게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갑을 습득할 당시안을 열어보지 않았으니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양씨는 알 길이 없었다.

지갑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양씨는 잠시나마 나쁜 마음을 먹었던 자신이 부끄럽다고 기자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매우 뿌듯했다는 양씨.

뿌듯한 기분으로 병원 검사를 마치고 약국에 앉아서 대기하고 있는데 양씨는 바지 뒷주머니가 왠지 허전한 걸 느꼈다. 구입한 지 며칠 안 되는 그것도 아직 할부금도 많이 남아 있는 휴대폰이 없어진 것이다.

반 포기한 상태에서 전화를 걸었는데 오전에 외래 한자 창구에서 실수를 한 직원이 받았다. 만약 그 직원의 실수를 두고 볼멘소리나 싫은 소리를 했다면 휴대폰을 돌려 받는데 좀 껄껄했을 거라며 친절하게 대해주길 잘했다고 양시는 흐뭇해했다.

뿐만 아니라 양씨는 이날 노란 우산을 잃어버렸는데 몇 시간이 지난 후 한 접수창구 앞에 그대로 놓여있는 우산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예쁜 우산이라 금세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도 했지만 그대로 놓여 있었던 것이다. 참 많은 사건이 있었던 병원에서의 하루였다.

사연을 모두 듣고 난 기자는 양씨에게 “좋은 일을 해서 휴대폰이나 우산이 돌아온 거 같네요. 그런데 솔직히 그 지갑 건은 좀 그렇네요. 새파란 현금이 두둑하게 보이는데 열어보지도 않고 그걸 단번에 안내데스크에 맡길 생각을 하셨어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양씨는 “당연히 할 일을 한 것밖에 없는데요 뭘. 제가 칭찬을 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훈훈한 이야기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방송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입니다. 혹시 기사를 쓰시더라도 제 이름은 굳이 안 밝히셔도 됩니다.”

양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회가 훈훈해지는 이러한 사연을 기사로 써서 더 많이 알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며 대신 이름은 억지로 밝히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여러번 했다. 그러나 기자는 양영희씨의 이름을 그대로 묻어둘 수가 없었다. 양씨의 이름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돼 좀 더 많은 ‘선행 바이러스’가 퍼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파이뉴스 / 윤태 기자 200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