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등지는 학생 너무많다

올해 17세인 박 모양(서울시 동대문구)은 최근 학교를 포기했다. 그 동안 다녔던 이유는 부모가 강권했기 때문. '사람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졸업장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에 흥미를 잃었죠. '큰 사고만 치지 마라'는 식으로 무관심한 선생님들에게도 질려버렸습니다."

박양은 이제 학교를 그만두고 두 시간짜리 요리학원에 다니고 있다. 박양처럼 공부를 포기하고 교실을 떠나는 학생들이 해마다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중도포기 학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비행이나 학교 부적응, 가정불화로 학교를 떠나고 있어 국가 차원에서 '뒤처진' '그늘진' 아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4년 중학생 중 0.7%와 고등학생 중 1.4%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질병 가사 등을 이유로 학교를 떠났다. 초ㆍ중ㆍ고등학생을 합쳐 하루 151명 꼴이다. 2003년에도 비슷한 수의 학생이 역시 학교를 등졌다.

서울만 보더라도 지난해 중학생 4273명과 고등학생 5811명 등 총 1만84명이 학교를 그만두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중 가출과 비행, 학교생활 부적응, 인터넷중독 등을 이유로 학업을 포기한 학생이 5276명으로 52%에 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비행과 부적응으로 학업을 포기한 학생 5000여 명 가운데 255명만이 대안학교에 재입학한 것으로 드러나 중도 탈락 학생들이 다시 학교생활을 하는 사례는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8201명(중학생 4722명, 고등학생 5700명)이 학업을 포기하고 중도에 학교를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도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학업을 중단한 중ㆍ고교생은 2002년 1049명, 2 003년 968명, 2004년 1109명 등 최근 3년 동안 모두 3126명(중 667명, 고 2459 명)이나 된다.

대전시도 늘고 있는 추세다. 2003년 1519명, 2004년 1585명이 학업을 중도 포기했으나 올 들어 7월 현재 939명으로 나타나 지난해 60%를 넘어서고 있다.

부산시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총 3333명(중 906명, 고 2427명)이 학교를 자퇴했다. 이들 중 1677명(50.3%)이 생활 부적응 학생이다.

구자익 부산시교육청 생활지도장학관은 "대학진학 공부에 흥미를 잃은 데다 운동 미술 등 열의를 쏟을 대상을 찾지 못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고 말 했다.

그는 이어 "바른 품성을 심어주는 인성교육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관심 밖 대상인 생활 부적응자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 조한필, 박준모 기자 2005-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