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신설 '동북아역사재단' 논란

외교부가 감독하는 정부직속기관
학계·연구단체 통제수단 될 수도

정부와 외교통상부가 역사 연구까지 직접 담당한다? 정부가 신설할 예정인 ‘동북아역사재단’(가칭)이 학계와 기존의 연구기관들을 통제하는 기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달 공청회를 통해 공개된 설립 법안을 보면 이 재단은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사장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재단을 지도 감독하는 정부 직속 기관으로 돼 있다. 때문에 공청회에서는 “기관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최광식 고려대 교수) “역사 문제에서 정부 대응에는 한계가 있고,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는 비판이 제기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3월 “역사왜곡과 독도 문제를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기관을 설치하라”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후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로 설립 준비를 해 왔다.

재단설립 법안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동북아시아 역사문제, 독도 관련 사항’에 대한 ‘조사·연구·분석과 전략·정책대안 개발, 홍보·교육·출판·번역·보급’ 등의 사업을 한다(제1·5조)는 조항. 우선 ‘동북아 역사’가 어느 시대·지역까지 포함하는가도 불분명한데다 활동 영역이 지나치게 넓어 기존의 국사편찬위원회, 정신문화연구원, 고구려연구재단, 한일역사공동위원회 등과도 겹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최광식 교수는 “최근 고구려연구재단에서 만든 고구려사 왜곡 교육홍보자료에 대해,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우려한 외교부가 배포를 못 하게 한 적도 있다”며 “외교 정책에 따라 다른 학술기관들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정배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장은 “중국과 연대해서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해야 할 경우도 있고 그 반대로 일본과 연대해서 중국에 대응해야 할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기관에서 중국·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모두 맡는다면 ‘전략’상에서도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동북아역사재단법안은 이미 국회에 상정된 상태.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2005-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