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구려사 왜곡 갈수록 더해"

“고구려는 중국 동북지방의 소수민족이며 지방정권 가운데 하나다”

중국 집안박물관의 전시실에 세워진 안내문에 새겨진 문구다. 중국의 비뚤어진 고구려사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04년 중국이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고 없애기로 해놓고도 아직도 버젓이 게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 최광식 교수(고구려연구재단 상임이사)는 8일 국회 고구려사왜곡특위 공청회에서 이 같은 사례를 소개하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우리정부의 강력한 항의로 중국은 2004년 8월 소위 구두 5개 합의항을 통해 고구려사 왜곡을 더 이상 하지않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실제로 고구려 유적현장을 가보면 보다 더 치밀하게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집안 지역뿐만 아니라 고구려의 첫 번째 수도가 있었던 요녕성 환인에 임시로 만든 오녀산 산성 사적 진열관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곳 전시실 안내문에는 “문헌에 흘승골성이라고 기재된 오녀산성은 오녀산 위에 자리잡은 중국 동북지구의 고대 소수민족 고구려가 창건한 초기의 수도”라면서 “중국 고대의 성 건축사에서 찬란한 한 페이지를 남겼다”고 기술하고 있다. 초기 고구려가 마치 중국의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창건한 소수민족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구려에 대한 이미지 왜곡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집안 시내의 중심 거리를 비롯한 곳곳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인의 모습과 고려공(高麗貢)과 주통녀(酒桶女)라는 술을 소재로 한 광고판이 늘어서 있다”고 소개했다.

고려공이란 ‘고구려에서 조공으로 바친 술’이라는 뜻이고 주통녀는 고구려 동천왕을 낳은 여인으로 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다. 중국 당국이 조공이라는 당시의 외교 행위를 술과 결부시켜 아무런 근거도 없는 ‘고구려 조공주’를 만들었고, 왕후의 이름을 대중문화의 상징인 술로 상품화한 것이다. 고구려가 자신들의 지배를 받던 소수 민족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최 교수는 이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조짐이며 향후 양국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중국의 왜곡에 대응키위해 “중장기적 차원의 연구 및 활동을 위해서 조직의 안정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현재 국회 교육상임위에 계류중인 ‘고구려연구재단 지원을 위한 특별법’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 김동진 기자 2005-9-8)